소량이 수입되는 플래그십 GPU, 일시품절 또는 조기품절은 일상적인 일
그래픽카드 제조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GPU는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일반적으로 가격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판매가 이루어진다. 때문에 한정판 형식으로 적은 수량을 공급하는 것이 다반사며 제품의 공급량도 많지 않아 일시품절 또는 조기품절이 일상적인 일이다.
품귀 사태 맞은 라데온 R9 290X, 900달러까지 치솟다 (2014년 2월)
그런데 플래그십도 아닌 AMD가 야심차게 준비해 지난해 말 시장에 출시한 라데온 R9 280X/ R9 290/ R9 290X 제품군은 돈 주고도 구입하기 힘든 품귀 현상이 계속되어 왔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라데온 신제품의 공급 문제가 크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라데온 신제품의 공급 문제는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대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현상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비트코인 (Bitcoin)과 라이트코인 (Litecoin) 인기에 힘입은 수요 증가, 그래픽카드 부품 수급이나 PC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량 문제 등이 알려졌다.
이중 어느 하나가 원인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만 유독 품귀 사태를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의 채굴에 GPU를 사용하면서 수요 증가
현재 AMD 라데온 R9 200 시리즈 신제품의 품귀 현상에 대해 지적되고 있는 것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가상화폐 채굴 (Mining)에 GPU를 사용하면서 라데온 신제품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은 실제 생활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화폐 개념과 다르게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일종의 디지털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를 이끌고 있으며 다음으로 라이트코인의 수익성이 증가하면서 알려졌다. 이들 가상화폐 외에도 프라임코인 (Primecoin), 네임코인 (NameCoin), 멀티코인 (Multicoin) 등 수많은 종류의 디지털 가상화폐가 만들어지고 있다.
디지털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가 2009년 개발한 것으로 총 발행량은 2,100만을 넘지 않고 추가 발행의 개념이 없고 개인 간 거래를 우선시해 거래에 따른 수수료가 낮은 편이다. 한때 비트코인은 1,200달러까지 인상되기도 했다. 라이트코인은 2011년 등장했으며 총 발행량은 8,400만을 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직은 비트코인에 미치지 못하나 상승세에 있다. 비트코인은 BTC 단위를 사용하며 라이트코인은 LTC 단위를 사용한다.
이들 디지털 가상화폐는 기부나 선불카드를 만들어 결제 수단으로 이용 가능하며 온라인 구매에도 이용할 수 있으며 한국은 비트코인코리아(buybitcoin.co.kr)와 코빗(korbit.co.kr) 서비스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으며 일부 상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을 취급하던 마운트곡스가 인터넷 해킹을 당해 4억 7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도난 당해 파산하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하락했다. 또 관리주체가 없어 익명성이 보장되어 불법 거래나 불법적인 자금유통원으로 사용되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라이트코인은 주문형반도체 (ASIC)가 활발하게 보급되지 않아 GPU 이용
비트코인이나 라이트코인은 컴퓨터를 이용해 암호화 문제를 풀면 일정량의 비트코인 또는 라이트코인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광물을 캐는 광산업에 빗대어 채굴 또는 채광 (Mining)이라고 부른다.
문제를 풀수록 난이도가 높아져 전체 비트코인이나 라이트코 시스템의 보안성이 강화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의 참여로 인해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비트코인은 고가의 주문형반도체 (ASIC)를 주로 사용해 개인용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운 수준에까지 도달했고 라이트코인은 아직 컴퓨터의 GPU를 이용한 채굴이 가능해 비트코인을 이어 최근 인기있는 가상화폐 중의 하나다.
최근에는 PC용으로 비트코인이나 라이트코인 채굴 전용으로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이를 이용한 조립PC 등이 등장하고 있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다만 비트코인은 이제 복잡도가 높아져 PC 시스템으로는 힘든 상황이며 라이트코인은 아직 GPU를 이용한 PC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앞으로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투자하고 있다. 보통 단일 GPU를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2개 이상의 GPU를 묶어 시스템을 구성한다.
동급의 AMD GPU에 부족한 엔비디아 GPU의 마이닝 성능 (출처 pcper)
이처럼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PC에 GPU를 이용한 연산을 하면 수백만원 대에 이르는 채굴기에 비슷하거나 근접하게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래픽카드 수요가 자연스레 높아지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 채굴에서는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엔비디아 (NVIDIA) 지포스 그래픽카드보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채굴 성능에 유리한 것은 아키텍처 특성에 기인하는데 라데온 HD 5000 시리즈 시절부터 실질적인 연산을 수행하는 실행 유닛이 많고 이에 따라 트랜지스터 당 연산 성능 효율이 경쟁사보다 높았다. 때문에 라이트코인 연산용으로 좋은 성능을 내준다.
반면 엔비디아는 케플러 (Kepler) 아키텍처로 넘어오면서 실행 유닛을 대폭 늘렸으나 기존 아키텍처를 반영해 제어 유닛 비중이 높은 편이고 상대적으로 성능 효율이 낮다. 때문에 라이트코인 연산에 높은 성능을 내주지 못한다. 최근 출시한 차세대 맥스웰 (Maxwell) 아키텍처는 쿠다 코어 (CUDA Cores) 활용과 효율을 높이면서 이와 같은 연산 성능도 개선되었다.
실제로 라데온 HD 5850은 아직도 라이트코인 채굴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HD 6850과 게임 성능은 비슷하지만 연산 유닛 (SP) 수가 더 많아 이후 제품보다 채굴 속도가 유리하고 중고로 구입하는 가격이 낮아 비용대비 효율이 높아 사용된다. AMD가 지난해 출시한 라데온 R9 280X/ R9 290/ R9 290X도 라이트코인 연산에 적합한 카드로 시장의 품귀 현상을 일으킬 만큼 많은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달러에서 수천달러 이상의 비트코인 주문형반도체 (ASIC) 채굴기
이처럼 PC에 사용하는 GPU는 라이트코인 등 새로 발행되는 가상화폐에서 아직 유효하게 사용 가능하지만 전용 채굴기는 GPU 대비 수배 이상의 높은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들이 등장하면 사실상 PC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전용 채굴기는 그만큼 높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므로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는 어려워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등 사업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은 아직 남아있지만 이미 주문형반도체 (ASIC)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PC 시스템으로는 채산성이 떨어진다. 반면 라이트코인은 아직 주면형반도체 보급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GPU를 이용한 PC 시스템의 효율이 아직 높아 채산성이 있다. 하지만 올해 여름 전후로 주문형반도체 (ASIC) 채굴기가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어 머지 않은 시점에 비트코인과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한 50개의 USB 주문형반도체 (ASIC) 채굴기
또 전용 채굴기가 활발하게 시장에 등장하게 되면 PC 및 GPU는 대량으로 중고 시장에 풀릴 수 있어 공급은 늘어날 것이지만 시장 가격 변동이나 노화나 A/S 문제 등과 같은 부작용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라데온 신제품의 품귀는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품귀 현상을 겪는 상황은 공급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이에 유통사들이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게임을 번들로 제공하는 네버 세틀 포에버 프로모션과 신제품의 아키텍처 개선으로 경쟁 가능한 성능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수요가 늘어났으며 가격 인상은 알려지지 않았다. 순전히 공급부족으로 인한 품귀와 이에 따른 가격 인상이다.
PC 시장 수요 감소와 모바일 칩 생산 증가에 따른 GPU 생산 조절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만이 문제일까? 최근에는 이들 외에도 다른 것이 원인으로 작용되어 라데온 R9 200 시리즈 신제품의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되고 있다.
먼저 PC 시장의 수요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경기침체도 PC 수요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IT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모바일로 시장이 이동하면서 PC 시장은 축소되었고 이와 관련한 부품의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모바일 칩 수요 증가는 GPU 생산에도 영향 (이게 다 TSMC 때문?)
모바일 시장의 이동에 따라 PC 관련 부품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 PC에 사용되는 주요한 부품 중의 하나인 그래픽카드 (GPU)도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제조사는 GPU뿐만 아니라 모바일 칩 (AP) 등도 함께 생산해왔기 때문에 PC 수요 감소로 인해 수요가 줄어드는 GPU 생산보다는 모바일 칩 생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PC 시장의 수요 감소에 따라 라데온 신제품의 수요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AMD가 무리하게 TSMC에 주문을 넣을 수만은 없고 또 파운드리사는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 칩 생산을 늘리면서 이것이 GPU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함께 2월에는 중국과 대만의 휴가 기간인 춘철 역시 제품의 공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라데온 R9 200 시리즈 공급이 3월 이후에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DRAM 생산 증대에 따른 그래픽 메모리 GDDR5 영향
그래픽카드 메모리로 사용되는 GDDR5
GDDR5 메모리 수급도 그래픽카드 공급 문제를 발생시키는 한가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도 모바일 시장으로 전환에 따른 것으로 DRAM 제조사도 수익성 높은 모바일 DRAM 생산에 집중하면서 PC DRAM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PC 시장의 수요 감소와 함께 PC에 사용되는 그래픽카드 역시 수요가 감소하면서 이를 조절하는 DRAM 제조사의 GDDR5 메모리 생산량이 수요를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SK하이닉스 (SK Hynix) 중국 DRAM 공장의 화재로 DRAM 가격이 폭등한 바 있는데 이전 수준의 생산량 회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생산량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PC DRAM은 화재 이전의 가격으로 복귀하지 못한 상황으로 최근 들어 조금 하락하고 있는 중이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라데온 신제품은 레퍼런스와 비레퍼런스 커스텀 버전 모두 공급 상황이 크게 좋지는 못하다. 3월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지난 몇 달 동안보다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레퍼런스 또는 커스텀 버전을 구입하려는 사용자는 제품 공급 문제로 원하는 제품을 제때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화폐 채굴용 GPU 수요 증가, AMD에게는 호재
AMD는 세미 커스텀 사업을 확대하면서 콘솔인 PS4와 Xbox One에 자사의 APU를 탑재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들로 인한 실적 향상이 이루어졌다. 올해도 이 시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AMD는 지난해 라데온 R7/ R9 200 시리즈 출시로 34-35% 전후의 시장 점유율은 6개월 이후 전세계 40% 시장 점유율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위해 번들 게임을 제공하는 네버 세틀 포에버 프로모션도 병행하면서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경쟁사도 이에 대응해 게임을 번들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시장에서 경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2013년 4분기 외장 그래픽 시장 점유율
하지만 뜻밖에 라이트코인 채굴용으로 GPU의 수요 증가 및 공급부족 등의 변수가 등장하면서 신제품 출시와 맞물려 PC 시장의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대 판매보다 수요가 크게 증가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품귀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했다. 주문형반도체 (ASIC)와 같은 대체제가 등장하면 상황은 조금은 나아질 것이지만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의 수요 증가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이 변화되거나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안정적인 공급 문제로 인한 제품 수급에 대한 신뢰 등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AMD의 시장 점유율 향상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사용자는 라데온 R9 200 시리즈에 대응하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700 시리즈를 선택하거나 이동해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
라데온 R9 200 시리즈 품귀,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
PC 시장의 수요 감소에도 공급부족으로 인한 라데온 R9 200 시리즈의 수요 증가는 AMD 입장에서는 별다른 큰 노력없이 판매 증가로 이어져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는데 한몫을 하므로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게임을 위해 제품을 구입하는 일반 사용자다.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구입 자체도 어려울 뿐만아니라 이에 따른 가격 상승, 제품 다양한 제품 선택의 폭도 좁혀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사용자 입장에서 달갑지는 않다.
AMD는 시장의 인기나 신공정 도입으로 수차례의 공급 부족 현상을 경험한 바 있으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서 공급 안정화로 해결되었지만 지금처럼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사용자나 AMD 모두 바라는 바는 아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 공급 부족, 너무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와 같은 시장 상황은 AMD가 의도했던 것이 아니므로 전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에 합당한 적절한 조치를 통해 실질적인 사용자의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했다.
AMD는 이에 대해 너무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에게는 공급과 가격 인상에 대한 불편함, 경쟁사에게는 대체 가능한 GPU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AMD의 이미지에도 좋을 것은 하나없다.
따라서 AMD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 맞는 안정적인 공급과 라이트코인용이나 기타 가상화폐를 위한 수요가 아닌 실질적인 사용자를 위한 적절한 전략 수립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영상] 올해는 한국도 라데온 뜬다!, AMD 본사 책임자가 생각하는 한국시장과 라데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