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커뮤니티 추천게시물       운영진 선정 | 추천순 | 최근댓글달린순 | 갤러리(포토)

 
 
 
사는이야기(자유게시판)

손석희 - 지각인생, 2004년 12월 15일


감자나무 미디어로그가기

조회 : 1791
작성일 : 2014/04/30 21:37
간편 URL : http://www.bodnara.co.kr/bbs/bbs.html?D=2&num=138073
트위터    페이스북


첨부사진 1.클릭시 확대됩니다.

제가 2004년 12월 15일에 현 JTBC 손석희 사장의 글을 읽고 감명받아 기록해놓은 것입니다.

10년이 지났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저의 롤모델이십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반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ps. 훗.. 멋지신분... 알고는 있으니 하지 않는건 정말 후회되는 일이될테다..


0


감자나무 님의 다른글 보기
좋은 내용의 글이라면 추천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추천 하실 수 있습니다.
115.90.181.xxx
불법 광고글 신고하기
I
   이 게시물의 댓글 보기
추천제안내
좋은 게시물에는 추천을 할 수 있습니다.추천이 5 이상이면 메인페이지 헤드라인에 게시물을 걸어 드립니다.
적립된 포인트로 진행중인 이벤트에 참여하시어 경품을 받아가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안내 글작성 : 20점, 추천클릭 : 2점, 추천받은사람 2점, 댓글작성 : 4점 (2008.12.29일부터)
  nomasume kamiru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2014-05-01 01:22 / IP/ 신고/ 이댓글에댓글달기
  저도 오래전에 읽고 공감했고, 감명받았던 글이라 다시 읽진 않았어도 가끔 떠올리곤 하는 글이었데 역시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또 자동으로 '나는 지금 하는 일에 절실함이 있는가?'하게 만드네요.... 흑....
  지풍승 /  2014-05-01 14:13 / IP/ 신고/ 이댓글에댓글달기
  요즘 더없이 본보기를 보이고 있죠.
언론인이란 어떠해야된다는 것을...
사는이야기(자유게시판)
끄적끄적   [캠페인] 변경된 닉네임 신고하여 광명찾자 15 감자나무 6 09.12.11 33351
끄적끄적   보드나라 자동로그인 주소입니다 44 정승욱 6 03.09.20 39889
44020 끄적끄적   며칠 전 해보려다 잘 안된 개그나 한번 해보렵니다 ㅎㅎ 2 BOT입니다 0 17.09.23 124
44019 끄적끄적   9월 22일 보드나라 워크샵 1 감자나무 0 17.09.21 107
44018 끄적끄적   오랜만에 남산 2 DJ Desperado 0 17.09.21 99
44017 끄적끄적   새신발신고 심심해서 10 감자나무 0 17.09.20 158
44016 끄적끄적   직구신발 2종 무사히도착 2 감자나무 0 17.09.19 129
44015 끄적끄적   25% 요금할인 가입했습니다 7 폭풍전야 0 17.09.19 361
44014 끄적끄적   i-parcel 어마어마하게 빠르네요 1 감자나무 0 17.09.18 138
44013 끄적끄적   잘만테크 매각협상중이라네요. 6 떡하나주면잡아먹음 1 17.09.18 334
44012 끄적끄적   1070ti가 나온다는 소문이. 2 게리킬달추종자 0 17.09.14 199
44011 끄적끄적   모바일에서 글쓰기 힘드네여 6 BOT입니다 0 17.09.12 238
44010 끄적끄적   오랜만에 해외직구 4 감자나무 0 17.09.12 275
44009 끄적끄적   여러분의 응원과 위로에 감사 드립니다. 3 이오니카 0 17.09.09 279
44008 끄적끄적   카투사 최초 예비군 동원훈련 참가 1 DJ Desperado 1 17.09.08 354
44007 끄적끄적   보드나라 부고 25 감자나무 0 17.09.02 411
44006 끄적끄적   그냥 끄적끄적 스쿼트 120kg 4 감자나무 1 17.08.30 384
44005 포토   10년지기 친구의 여행 7 DJ Desperado 0 17.08.27 538
44004 끄적끄적   26도라도 습도가 99%니 에어컨을 안켤 수가 없네요. 4 newstar 0 17.08.24 258
44003 동영상   YANNI - Nostalgia 3 쉐그 0 17.08.21 227
44002 끄적끄적   노트북 해상도 때문에 고민입니다. 11 주동성 0 17.08.21 664
44000 끄적끄적   3개월만에 VGA 카드 써멀 다시 발라줬습니다. 4 제로샤넬 0 17.08.12 814
43999 끄적끄적   주입식 공학 교육의 폐해 5 DJ Desperado 0 17.08.11 737
43998 끄적끄적   V30 , V30+ 동시 출시 3 연방대총통 0 17.08.10 374
43997 동영상   Beethoven - Symphony No. 7 1 쉐그 1 17.08.06 657
 1 [2][3][4][5][6][7][8][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