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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자유게시판)

긴글


hufskon

조회 : 1451
작성일 : 2003/08/13 17:34
간편 URL : http://www.bodnara.co.kr/bbs/bbs.html?D=2&num=4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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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제 짝이 눈병이 걸려 잠시 학교에 못나오고 있을 때 그녀가 전학이 왔고 담임선생님은 그녀를 제 옆에 앉혀주셨지요. 분홍색 원피스에 검은색 구두, 그리고 검은 색 머리띠를 한 그녀의 모습은 지금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그녀는 항상 말이 없었습니다. 조용하고 혼자 책보는 걸 참 좋아했었지요.
전 그런 그녀가 맘에 들었습니다.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또 아직은 친구가 없어 혼자 도시락을 먹는 그녀가 안쓰러워
항상 혼자 그녀 옆에 앉아 도시락을 먹곤 했지요.
일주일후 제 짝꿍이 돌아왔고 전 담임선생님께 1:1면담을 요청해 그녀와 함께 다시 짝꿍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기말고사가 돌아왔지요.
2인용 책상 사이에 책가방을 올리고 시험을 봤습니다.
그러다 전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살며시 몸을 뒤로 재껴 그녀의 시험지를 보았지요.
붕어해부 문제를 풀지 못해 한숨을 쉬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책상 밑 책 넣어두는 곳에 손을 넣었습니다.
다행히도 종이쪽지가 있더군요.
전 그 위에 답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책상위 그녀와 제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담벼락같기만 했던 가방을 넘어 그녀에게 그 쪽지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녀가 펴서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 다시 용기를 내어 책상 밑을 살펴보았으나 종이가 없었습니다.
시험지 끄트머리를 찢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답을 적어 그녀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러길 세 번....다시 그녀에게 답지를 넘겨주는 순간 제 뒤에 앉아있던 여자부반장이 그 종이를 빠른 동작으로 채내고는 펴보더군요.
저와 그녀는 동시에 부반장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녀는 살포시 야릇한 웃음을 짓고는 자랑스럽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치더군요.
담임선생님께서 저희 시험지를 뺏으시면서 실망스럽다는 눈초리를 주셨습니다.
.........................시험은 끝나고..............................
그녀와 전 주번이 청소가 끝났다는 보고를 하고나서야 담임선생님의 호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선생님 앞에 섰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요
"니가 보여 달라고 했어?"
전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제가 보여주었습니다. 친구가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요"
순간 볼이 얼얼해지며 눈 앞이 순간적으로 깜깜해지더군요.
다시 담임선생님께서 물었습니다.
"니가 보여달랬어?"
전 다시 용기를 내어 같은 말을 했습니다.
다시 한번 눈 앞이 깜깜해 지더군요.
"반장이란 녀석이 컨링이나 시켜주고 잘 한다."
그리곤 담임선생님은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뒤로 돌아서는 순간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았습니다.
제가 그녀와 함께 하며 그녀가 다른 남자의 한 아내가 되었을 때....
그 마지막 순간에 본 그녀의 눈물과 함께 제 앞에 보인 첫 눈물이었지요.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그녀가 미안하다고 먹자고 했지요.
하지만 돈은 제가 냈습니다.
지갑을 안가지고 왔다고 하더군요.
그 후로 저희는 단짝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수호천사가 되어주겠다고 그녀가 고무줄을 할 때면 10m 근방에서 고무줄을 끈기위해 덤벼드는 극성스런 남자 친구들과 몸싸움을 벌였죠.
그녀의 집은 저희 집과는 정 반대였습니다.
하지만 방과후 전 그녀의 집 앞까지 그녀를 데려다 주었고, 그녀는 저희 집이 그녀의 집과는 반대방향이었다는 걸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렇게 행복했던 시간은 흐르고 10월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보이지가 않더군요.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그녀가 전학을 갔다는 말을 전하더군요.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첫 이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3년 후 다시 마나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 전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또 시간이 흘러 2학년이 되었지요.
이모님이 마장동에 사셨습니다.
생신이셨지요.
여섯살 터울지는 남동생의 손을 잡고 방과 후 이모님 댁으로 향했습니다.
마장동에 내려 이모님 집으로 향했습니다.
건널목이 있더군요.
반대편 쪽에 세 명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보입니다.
사춘기라 그런지 얼굴만 붉어질 뿐 고개를 들 용기가 생기지 않더군요.
파란불이 들어왔고 전 고개를 숙인채 건널목을 건넜습니다.
그 세 명의 교복 입은 여학생과 지나치는 순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기요..."
전 고개를 돌렸습니다.
낯익은 한 명의 숙녀가 서 있더군요.
"혹시 ☆☆☆아니세요?"
그 순간 그녀의 모습은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녀는 제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바로 그녀였습니다.
저희는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그녀와 전 너무나 반갑게 약간의 추억을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금방 헤어져야했지요.
주변의 시선이 있었거든요.
두 명의 교복 입은 숙녀와 동생......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일주일간 그녀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종이는 제 손에서 떠나갈 줄 몰랐죠....
일주일후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따르릉.....
벨이 가는 소리에 놀라 수화기를 내려놓았습니다.
참 웃기죠? 남자라고 가슴속에 품고 있던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전화벨 소리에 놀라 수화기를 내려놓으니까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따르릉 따르릉...두 번 울릴 때까지 들고 있었지요.
온 몸이 떨려왔습니다.....
머리를 한대 주어박고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자책을 했지요..
그리고 다시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래..세번울려도 안받으면 끊자......결심했습니다.
따르릉.........
전화벨이 한번 울렸을 때 찰카닥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전 내심 모르는 척 하면서 "거기 XX집 아닌가여? 라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맞다고 했습니다.
"나 기억할지 모르겠는데..☆☆이거든....일주일전에도 봤고..."
전 일주일전에도 봤다는걸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는 듯 웃더군요.
그리고는 왜 이리 전화를 늦게 했냐고 반가운 꾸중을 했습니다.
"여자가 먼저 전화할 수 없잖아?^^"
아마 웃으면서 그 말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일 후에 저희는 만났습니다.
그리고 명보극장을 갔습니다.
양들의 침묵을 봤지요.
고등학생 입장가였으나, 174cm의 키에 70kg에 달하는 덩치때문에 고등학생이라고 쉽게 속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언니 옷을 입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무릎 위 미니스커트...

그녀는 연극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도 항상 수업시간에 책상 숨겨진 무릎위에 대본을 올려놓고 읽곤 했지요.
그녀와 전 처음으로 그 영화를 보았습니다.
여름이라 에어컨이 잘 나오더군요.
영화가 한참 막바지로 향할 무렵...
짧은 반팔티만 입은 전 에어컨의 찬바람에 추위를 느꼈습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 겁도 많구나...^^"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전 그녀와 함께 있다는 것이 너무 겁났습니다.
3년 만에 만나 이렇게 같이 있게 되었다는게 꿈일까 겁이 났습니다.
시간은 흘러....
우정을 쌓으며 지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었지요.
전 남자고등학교로, 그녀는 남녀공학으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남녀공학 중학교를 다니다 남자만 있는 고등학교를 가니 그녀가 더욱 그립기만 합니다.
친구에게 털어놓았지요.
그는 담배 한대를 입에 물며 고백하라고 진지하게 충고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도 담배를 피우며 여전히 저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그날 저녁 그녀와 약속을 잡았습니다.
롯데월드 옆 석촌호수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많이 떨렸습니다.
멀리서 그녀가 오는 게 보였습니다.
그녀의 손을 잡고 호숫가 한적한 곳으로 갔지요.
벤치에 그녀를 앉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지요.
그녀의 무릎위에 손을 얹고 고백했습니다.

오! 해피데이!!!!

그렇게 친구가 연인이 되었습니다.

고2 겨울방학이었습니다.
스파르타 학원에 들어가게되었죠.
정말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갖혀서 지낸다는 어려움보다 그녀를 볼 수없게된다는 그 사실이 더욱 싫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갔습니다.
이주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6시에 기상해서 체조와 함께 상쾌한 아침공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 이었습니다.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도 재미있기만 합니다.
9시부터 시작되는 계속되는 강의에 지루해질때쯤엔 어김없이 그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께서 보이시더군요.
당당히 걸어가서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저 2박3일간 나갔다와야겠습니다.
묻지 않으시고 내보내 주셨습니다.
12월31일 6시 수업이 끝난 후 전 스파르타동기들의 부러움속에 학원문을 나섰습니다.
어머니께서 의아해 하시면서도 반겨주시는 모습에 잠시 얼떨떨했지만 이내 전 내일 그녀와의 상봉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알람소리가 요란합니다.
스파르타학원의 호르라기 소리에도 이불을 뒤집어쓰던 저였지만 그 날은 알람소리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아버지께서 아끼시는 양주 한 병을 들고 살며시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곤 그녀의 집으로 종종걸음질을 했습니다.
멀리 그녀의 집 대문이 보입니다.
어머니(그녀의)께서 놀라셨습니다.
어떻게 왔냐구 물으시더군요.
양주를 꺼내보일까 하다 아버님께 좀 더 아부를 해야 하기에 아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래의 제 처남이 될(실현은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막내 남동생이 보였습니다
시끄러워서 일찍 깨었는지 머리는 한껏 하늘을 향해 있고 눈을 비비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절 보더니 울기부터 합니다.
저 역시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서 쥐어주었습니다.
방긋한 미소로 답례합니다.
차례를 지내는데 참석할 수 없기에 전 거실에서 조용히 앉아 대기했습니다.
차례가 끝이 나고 정리가 끝나자 아침상이 들어갑니다.
힘 꽤나 쓰게 보이는 제가 아부성으로 제가 들겠습니다! 라고 우렁차게 외치고 밥상을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방으로(언니와 같이 쓰는) 들어가 몰래 가져온 술병을 가지고 아버님께 받쳤습니다. 기대했던 양주는 온데간데 없고 만두국에 정종 한잔이 달랑입니다.
상을 물리고 그녀와 함께 그녀와 언니의 방에서 잠시 대기했습니다.
잠시 후 아버님께서 부르셨습니다.
어머님께서 한쪽에서 과일을 깍고 계십니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가옵니다.(집에 가면 죽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이제 ☆☆이 몇 학년이지?"
최대한 공손한 투로 대답했습니다.
"고3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침묵에 가장 먼저 그녀의 언니가 반응을 보이고 사라졌습니다.
아버님께서 다시 물으셨습니다.
"너희 나이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은 해보았나"
시국이 시국인지라....거침없이..
"대학입니다."
고개를 끄덕이셨던것 같습니다.(정확히 기억안남)-기죽어서 고개 숙였음-
어머님께서 그만두라고 눈치를 주십니다.
하지만, 자식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매한가지 인가봅니다.
다음말씀은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이해는 됩니다.
"당분간 만나지 않았음 좋겠네(? 혹은 는데...또는 하네...등등...) "
머리에 쥐났습니다.
근데 오기가 생겼습니다.
저도 남잔데..그리고 저만을 생각하는 부모님이 계신데...
전 제 부모님과 틀릴게 없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네!"
속마음과 다르게 대답은 기똥찬 타이밍에 기똥찬 억양과 기똥찬 오기가 섞여서 나와 버렸습니다. 그로부터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후 전 집에 가보아야겠다고 말씀드리고 그녀의 집을 나섰습니다.
어머님께서 못내 신경 쓰이셨던지 절 잡으시며 신경 쓰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하지만, 사나이 가슴 이미 천갈래 만갈래 찢어졌습니다.

그 이후로 전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삐삐로 호출이 오고 음성메세지가 도착해도 확인하거나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더군요.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장이나 노래방이다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머릿속에서 그녀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거나 지워진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의식적으로 행동하려고 했을 뿐이죠.
이제 대입수능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학기간 동안의 보충수업을 신청했습니다.
1995년 8월 24일......
아마 누군가 저에게 과거로 돌아가라면 전 망설임없이 그 때로 돌아가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8월24일...... 보충수업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시작한 보충학습이었지만 더운 여름날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다는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오자마자 샤워를 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전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녀더군요. 오늘 만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기에(그녀는 너무나 소심합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무엇하나 자기 하고픈걸 이야기 한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그러겠다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괜히 불안했습니다. 약속 장소로 가는 버스안에서 웬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과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아직 도착을 안했나 봅니다. 전 그녀와 함께 앉던 저희들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잠시 후 그녀가 들어옵니다.
근데 그녀는 혼자가 아닙니다. 뒤에 한명의 남자가 같이 들어옵니다.
제 앞에 그녀와 그 남자가 앉습니다. 직감...남자도 직감이란게 있나봅니다.
그래서 그렇게 불안했던거였나 봅니다.
예상대로 그 남자는 그녀의 새남자친구였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을 하더군요.
‘입성수가 고성수된다’던 어머니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가끔 그녀에게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혹시 다른 남자 생기면 꼭 보여줘야 한다. 안그럼 너무 배신감 느낄 것같아..내 식사 한번 쏠게’
바람피지 말라는 말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 뿐인데 그 말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밥은커녕 찻값마저 내지 않고 뛰쳐나왔습니다.
그 날 처음 친구와 술을 마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술집 출입이 한달은 계속 되었습니다.
친구가 많아서 한 달간 술은 공짜로 잘 마셨습니다.

이제 수능이 한달 남짓 남았습니다.
갑자기 그녀에 대한 복수심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대학이란 곳엘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대학...참 멋진 곳이더군요.
자유를 만끽하고자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한달에 두 번씩 학과 동기들과 여행을 갔습니다. 그 추억은 지금도 너무나 소중합니다.
대학 초년생의 1학기는 그렇게 여행과 술, 그리고 당구와 함께 보내버렸습니다.
방학때 친구와 함께 어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항상 무슨 일은 방학때만 생깁니다.
그래서 방학때 몸을 잘 사려야 합니다.
어학원이 끝나고 친구들과 술을 한잔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1시가 좀 넘었습니다.
부모님은 벌써 주무십니다. 다행이다 생각하고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잠이 들려고 합니다. 몽롱한 가운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립니다.
‘누가 이 밤중에 전화를 하나’ 생각하며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아무 소리가 없습니다.
‘여보세요~’
‘흑흑흑....’
여자의 흐니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 귀신인줄 알았습니다.
전화기를 바로 내려놓고 방불을 켰습니다.
술이 한 순간에 깹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창문을 열고 담배를 한대 꺼내 피웠습니다.
30분 정도가 흘렀을때 다시 전화가 옵니다.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아무말이 없습니다.
‘밤에 전화해서 왜 장난치고 그럽니까?’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야’
하는 짧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그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근 1년만에 다시 들은 그녀의 목소리......
무슨 일이 있나봅니다.
그녀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1년 만에 그녀를 만났습니다.
지난 1년간 항상 생각했던 그녀의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변하지 않아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말이 없어도 항상 밝게 보였던 그녀의 모습이 없습니다.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고 지난 1년보다 더 길게만 느껴지는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나 많이 미워했지?”
그냥 말없이 웃기만 했습니다.
“난 너 많이 미워했었어”
환장합니다. 누가 화를 내야하는건지 모르나 봅니다.
“그때 너 그렇게 가버릴줄 정말 몰랐었어.”
1년 전의 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녀석 한대 주어박지 못했던게 그렇게 후회스러웠는데.....
그녀가 계속 말을 합니다.
그녀의 말은 이러했습니다.
설날 이후 내가 연락도 없고 그러자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호출도 해보고 음성도 남겼는데 연락도 없고 그래서 너무 힘들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가 그런 제안을 하더랍니다.
다른 남자 생겼다고 해봐... 그래도 아무 반응 없음 너도 깨끗이 잊어라.
그걸 실행에 옮겼고 전 여지없이 그 친구의 말에 넘어가버렸습니다.
시험에 들지 말게 해주시옵소서...라는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1년사이 그녀는 굉장히 용감해져 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소심해졌습니다.
그녀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때 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만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제가 겪었던 똑같은 아픔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에는 이미 결심이 서있었습니다.

죄를 범하면 역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게 마련입니다.

1년만에 그녀와 전 다시 연인이 되었습니다.
그 전보다 더 자주 만나고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지난 1년간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지우고 그 위에 다른 무언가를 채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를 다시 만나고 행복했던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캐나다로 유학을 가버렸습니다.
어려서부터 연극을 했던 그녀는 연극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대학은 전혀 상관이 없는 학과로 진학을 했었죠.
그래서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 보내기 싫었습니다.
군대갔다 오라는 그녀의 제안도 마다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을 막기는 싫었습니다. 결국 그녀를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잃어버렸던 제 꿈을 찾기위해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처음 그녀가 캐나다로 유학을 갔을 때는 꽤 자주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가 줄어들수록 전 그녀에 대한 걱정을 덜 수가 있었습니다.
그 만큼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 사이엔 큰 착각이 존재했었습니다.
그녀가 캐나다에 간지 1년6개월이 되었습니다.
요즘엔 연락이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 고시 준비한다고 무척이나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녀에 대한 간절함이 더 해갈수록 전 책에 몰입했습니다.
그녀가 캐나다로 간지 2년이 되었습니다.
제 나이도 이제 23살이 되었습니다.
고시에선 계속 낙방만하고 군대는 가야하고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터벅터벅 도서관을 내려가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그녀의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언니도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녀와 재회후에도 전 그녀의 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를 뵐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언니와 만나서 저녁을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녀에게서 연락 자주 오냐는 질문을 누나가 합니다.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분위기가 일순 우울해 집니다.
식사를 끝마치고 누나를 집에까지 배웅해 주었습니다.
누나가 저 줄려고 책을 한권 샀다고 합니다.
예쁘게 포장까지 했습니다.

집에 와서 선물을 풀렀습니다.
시집 한권입니다. 오랜만에 문화생활 좀 하겠습니다.
책 사이에 무언가가 끼어있습니다.
봉투가 들어있습니다.
‘이건 뭐지...’
돈봉투는 아니었습니다.
청첩장...
시집 사이에 끼인 청첩장 받아보셨나요?

천안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전 창밖만 바라보았습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그녀와의 지난 추억을 회고했습니다.
눈물만 납니다.
옆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가 수건을 건네줍니다.
“남자는 남 앞에서 눈물 보이고 그러면 안돼요”

그녀의 부모님이 손님들과 악수를 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밉기만 했던 그녀의 아버지가 그 날은 더욱더 밉습니다.
신부대기실로 가볼까 했지만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아니, 차라리 내가 여기온 걸 그녀가 모르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차장에 가서 담배만 피워댑니다.
목은 아프고 심장은 터질 것만 같고 머릿속에서는 ‘윙윙’소리만 들립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식장으로 올라갔습니다.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 죽이도록 미운 남자의 모습도 보입니다.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릅니다.
식장으로 뛰어들어가 그녀의 손을 잡고 도망을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입니다.
잠시 후 식이 끝나고 그녀와 그녀의 남자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퇴장을 합니다.
서울 가는 버스안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시간은 흘러 이제 군대갈 날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가기 전에 실컷 게임이나 하다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벽 2시까지 스타크래프트를 했습니다.
죽어라 죽어라해도 잘하는 사람들을 이기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여자 목소리가 들립니다.
낯선 그 목소리...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녀가 서있습니다.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길가에 누군가 앉아있습니다. 본 기억이 납니다.
식장에서 그녀의 옆에 서있던 남자입니다.
한 대 패줄까......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가볍게 그녀와 인사를 했습니다.
그 남자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악수를 청합니다.
어디서 한잔 했나봅니다.
키도 크고 잘 생기고......주눅이 듭니다.
그 남자가 술 한잔 하자고 자꾸만 조릅니다.
나랑 술 한잔 하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고 합니다.
가까운 치킨집으로 갔습니다.
맥주와 닭 반 마리를 주문했습니다.
시선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럽습니다.
맥주가 나오자 시원하게 한잔 들이켰습니다.
남자가 입을 엽니다.

그 남자가 그녀를 처음 만난건 캐나다에서 였답니다.
유학생이었던 이 남자는 유학온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했답니다.
그러다 그녀를 만났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여자’다 싶었답니다. -환장합니다....-
몇 번인가 대쉬를 했는데 번번히 퇴자를 맞았답니다.
열 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 덤벼들었답니다.
(‘용자만이 미녀를 얻는다’라고 했던가요, 전 비겁한 남자였습니다.)
그래도 계속 퇴자를 놓았답니다.
어느 날 술을 먹고 그녀를 찾아갔답니다.
‘도대체 내가 왜 싫은겁니까?’
그녀가 대답했답니다.
‘한국에 자기가 평생을 다 갚아도 갚지 못할 만큼 큰 빚을 지고 온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지금도 한국에서 절 기다리고 있어요.’
눈물이 납니다.
입술을 꽉 깨물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잠깐 쳐다보았습니다.
그녀의 떨군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집니다.
지난 시간 그녀를 미워했던 그 모든 마음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립니다.
그런 그녀를 지난 시간 그렇게 미워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래서 사과하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정말 행복하게 해줄께요’
전 아니라고 손을 내저었습니다.
‘오해하셨군요. 캐나다로 유학갈 때 얼마나 내가 싫었음 그랬을까 했거든요. 사실 몇 년동안 저만 좋아해서 쫓아다녔던 거였어요. 오해하실 만큼 그런 사이는 아니예요.’
차 있는 곳까지 그녀를 마지막으로 배웅해 주었습니다.
남자와 악수를 했습니다.
그녀와도 악수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남자의 여자입니다.
그냥 웃고 보내줍니다.

이렇게 저의 첫사랑은 끝을 내립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S)잠시후 강원도로 여행갑니다.
오랫만에 고등학교 친구녀석과 함께요.
푹 쉬다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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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홍진 (only4u84) /  2003-08-13 23:38 / IP/ 신고/ 이댓글에댓글달기
  잘봤습니다.^^
스..스크롤의 압박...^^

꽤 긴 첫사랑을 간직하고 계셨네요.
23살에 결혼이라..너무 빠른게 아닌가..싶네요^^;

흠..나도 첫사랑 얘기나 한번 써볼까..

SBS에서 하는 첫사랑이라는 드라마보는데 재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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