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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에서 돈 버는 법
용산의 대표적인 대형상가 전자랜드 / 이종국 기자
전자제품이나 컴퓨터 부품을 사기 위해 가까운 용산전자상가를 자주 찾는 김선주 씨(서울 구로구, 27)는 그 곳에만 갔다 오면 녹초가 되고 만다. 몇 달 전, 자신이 용산전자상가에서 19만원을 주고 산 것과 똑같은 MP3 플레이어를, 한 친구가 역시 용산에서 14만원에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였다. 며칠 전에는 LCD 모티터를 구입하기 위해 전자상가를 5시간 넘게 돌아다녔다고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수십 곳의 점포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한 다음 흥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용산전자상가의 물가 차이 실태를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기자는 시간이 남아돈다는 동료 기자 한 명과 함께 직접 용산을 방문했다. 비교적 최근에 생겨 TV 광고까지 시작한 ‘전자랜드’를 찾은 우리는 사전 계획을 짰다. 우선 한 가지 제품을 선정한 다음, 둘이 따로 흩어져 소비자로 위장(?)한 채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조사해보자는 지극히 소박한 작전. 우리가 선정한 제품은 ‘Sony Cyber Shot-P1 (디지털 카메라)이었다.
약 한 시간을 돌아다니며 비밀공작-더러운 공작?-을 수행한 뒤 만난 우리는 서로가 조사해 온 가격을 비교해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그 중 몇 개를 추려 도표로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다.
< Sony Cyber Shot-P1 > 가격 대조표
점포명 우영정보 신성전자 디지털프라자 코리아나 Marantz 유림전자
780,000 830,000 800,000 820,000 920,000 870,000
동우전자 서영전자
900,000 750,000
최고 차액이 17만원이다. 심지어 어떤 가게에서는 다른 점포들에 버젓이 진열되어 있는 그 카메라가 이미 단종된 제품이라는 거짓말을 하며 다른 카메라를 사라고 했다. 그런데, 가격들을 서로 비교해보던 우리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들은 내가 조사해온 것이고, 높은 가격들은 다른 기자가 조사해온 것. 잠깐의 논의 끝에 우리는 쉬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제법 세련된 신세대식의 복장을 하고 메모장에 적어가며 가격을 물어본 반면, 문제의 다른 기자는 어제 시골에서 막 올라온 것 같은 80년대식 의상으로 메모장도 없는데다, 서울말인지 경상도말인지를 모를 이상한 사투리를 썼기 때문.
저 놀라운 발견에 착안한 우리는 즉시 또 다른 작전에 돌입했다. 이번엔 같은 가게를 시간을 두고 차례로 방문해 가격을 물어보는 것. 두 점포를 대상으로 행한 실험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점포명 한일 카메라 Digicam
다른 기자 880,000원 880,000원
나 830,000원 780,000원
(58,000원 상당의 케이스 증정)
다른 기자가 연신 허탈한 웃음을 내뱉고 있는 사이, 나는 비교적 친절해 보이는 한 점포 주인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자랜드 1층에 위치한 카메라 전문점 ‘우영정보’의 사장 김 모씨는 같은 제품인데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현상에 대해 “용산은 일종의 구멍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서 백화점처럼 정찰제를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무조건 싼 곳만 찾으려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충고를 덧붙였다. “일단 파격적인 가격을 불러서 자기 가게의 물건이 싸다는 인상을 주려 하죠. 막상 손님이 다시 와서 그 가격으로 물건을 달라고 하면 지금은 재고가 없다든지, 그 제품은 질이 안 좋다든지 하는 식으로 다른 제품을 추천하곤 하죠.” 그리고 싼 가격에 속아서 정품이 아닌 불법 밀수품을 사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같은 전자랜드의 ‘수연카메라’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이익선 씨가 들려주는 정품과 밀수품의 구분방법은 이렇다. 첫째, 정품 박스에는 한글 매뉴얼이 들어 있지만 밀수품에는 없다. 간혹 있다 하더라도 조잡하게 만든 복사품이니, 조금만 유심히 보면 알아챌 수 있다. 둘째, 정품에는 ‘품질보증서’가 첨부돼 있지만 밀수품에는 없다. 그러나 다른 데서 버려진 품질 보증서를 주워다가 넣어두는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 번째. 품질보증서에 적힌 시리얼 넘버와 제품 뒷면에 찍혀 있는 시리얼 넘버가 일치하는가를 확인할 것.
끝으로 본인의 경험과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종합해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고자 한다. 이름하여, 용산에서 돈 버는 7가지 방법!
1. 될 수 있으면 혼자 가지 않고, 용산의 물가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 간다. (앞의 모 기자처럼 토속적인 인상에 사투리를 쓰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2. 가능한 한 현란한 신세대의 옷차림을 하고 간다. 목걸이, 귀걸이 등의 장신구는 물론 (염색한) 머리에 최신 이어셋 하나 정도는 걸친다.
3. 적어도 열 군데 이상은 돌아다녀 본다. 용산 가서 첫 번 째 집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조선일보보다도 더 무식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4. 먼저 물건들을 구경하러 돌아다닐 때 절대로 판매원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친절하게 말을 걸어도 들은 척 하지 않는다.
5. 일단 흥정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가능한 한 건들거리며 능숙한 말씨로 흥정을 한다. ‘다 알고 왔어, 임마’하는 음흉한 눈빛과 웃음을 흘리며.
6. “기분이에요. 딱 OO원만 주세요. 하나도 안 남아요. 대신 딴 데 가시면 안 되고 서로 기분 좋게 지금 사세요.”라는 식의 말에 절대 넘어가면 안 된다. 대대로 ‘기분’ 운운하는 장사꾼치고 사기꾼 아닌 사람 없다.
7. 일단 산 물건에 대해서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다른 가게에 들러서 가격을 물어보는 따위의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 것. 이것도 돈 버는 방법이다.
<수습기자 이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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