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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자유게시판)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 81~100


니콜라스케이지 미디어로그가기

조회 : 3498
작성일 : 2007/06/05 14:12
간편 URL : http://www.bodnara.co.kr/bbs/bbs.html?D=2&num=9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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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81. 한상원   Funky Station (1997/디지탈미디어)

한상원은 <A Tribute To 신중현>에 실린 <미련>의 후반부 솔로 연주에서 나타나듯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훵키(funky)한 느낌의 연주자  중에서도 최고수이다.

그는 우리 나라에서 진정한 '훵크 기타의 마스터'이다. 비록 전작인 1993년 <Seoul, Soul Soul Of Sang>에서는 연주력에 비해 다듬어지지 않은 작곡력을 보여주었지만, 이 음반은 모든 점에서 완숙한 모습으로 성장한 그를 보여주었다. 이 음반에서는 그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제프 벡의 그림자를 얼핏 볼 수도 있는데, 보코더 연주의 진수를 보여주는 <Funky Station>은 제프 벡의 <Blow By Blow>에서나 들을 수 있는 연주였다. 하지만 제프 벡의 연주보다도 더욱 훵키하고, <음깔>, <Musician>, <Solitude>, <너의 욕심(Alternative Version)>, 접속곡들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70년대 클래식 록 스타일에 90년대의 모던한 감각이 수용되었다. <음깔>은 한상원이 멀티플레이어임을 유감없이 밝힌 연주곡으로 이 음반의 진정한 베스트 트랙이고, 강기영이 베이스에 참여한 <너의 욕심(Alternative Version)>, 이소라가 참여한 <kiss>, 유&미 블루가 참여한 <Musician>도 훌륭하다. (박준흠)

    82. 조동익   Movie (1998/하나뮤직/킹레코드)

이 음반은 1994년 김홍준 감독의 <장미빛 인생>에 쓰인 곡들과 1997년 송능한 감독의 <No.3>에 쓰인 곡들(미발표곡들을 포함한)묶은 음반이다. 1986년 어떤날 데뷔이래 그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거론할 수 있는 상당수의 명반에 세션으로 참여한 명연주자이자 90년대에 와서는 가장 재능있는 음악감독의 지위에 오른 편곡자였다. 특히 그가 조동익 밴드를 이끌고 참여한 안치환 4집, 김광석 <다시 부르기2>, 장필순<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그가 아니면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었던 걸작들이었다. 같은 노래라도 조동익이 편곡을 하면 정말 느낌이 달라지고 맛깔스러워진다[올해 발표된 정태춘·박은옥의 <정동진/건너간다>에 실린 최성규 편곡의 <정동진(1)>과 조동익 편곡의 <정동진(2)>은 편곡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곡들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천재적인 재능에 비해 이상하리 만치 음반을 발표하지 않는 뮤시션이다.(이것은 그의 집안 내력인가?). 사실 그 정도라면 적어도 5~6장의 음반을 발표했어도 됐지만 이 음반은 1994년 솔로 데뷔작 동경에 이은 2집에 불과하다. <현기증>, <이틀>등 그만의 어법으로 만들어진 테크노 연주곡, <첫 발자국>등 관조적인 소품, <그림자 춤> 등 미발표곡이 수록된 이 음반은 어찌보면 정규음반 성격은 아니지만 조동익을 알 수 있게 하는 명작임에는 분명하다. (박준흠)

    83. 신촌블루스   2집 (1989/서라벌레코드)

한국적 블루스를 지향하는 베테랑 뮤지션들이 이미 한차례 공동작업을 거쳐 얼마간 여유롭게 그러나 의욕충만하게 덤벼들었다는 것, 팀의 주축인 엄인호와 이정선의 다소 다른 취향이 블루스 록쪽에서 타협점을 찾았으며 브래스 섹션이 사운드를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등등의 장황한 설명을 한순간 무색하게 만드는 뭔가가 이 앨범에는 있다. 그것은 엄인호와 노래를 주고 받는 블루스 메들리 <바람인가 빗속에서>로 등장하여 덜 상한 목소리를 실컷 내지르며 <골목길>에서 불멸의 한순간을 남긴 고 김현식의 후광일 수도 있고, 한영애가 비워둔 여성 보컬의 자리를 별 아쉬움 없이 메운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정서용일 수도 있으며, 김현식과의 인연으로 참여한 봄·여름·가을·겨울의 보사노바곡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의 쓸쓸하지만 단정한 면모일지도 모르고, 한영애 2집에도 실렸던 <루씰>의 작곡자 엄인호 버전의 색다른 맛일 수도 있다. 아니, 이 모든 걸 합치고 미쳐 언급하지 못한 것까지 더한 대도 잡지 못할 그것은 90년대 이전 한국 대중음악의 (상대적) 풍요로움과 가능성이 결국 마땅한 계승자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소진되어 버린 데 사무치는 회한일지도 모르겠다. (조성희)

 84.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   개, 럭키스타 (1998/펌프/디지탈미디어) [저자(v), 장영규(v, b, g, key, prog)]

<개, 럭키스타>와 비교하면 어어부밴드의 이름으로 발표된 작년의 손익분기점은 정말 예고편에 불과했다.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이하 어어부)'로 개명하고 내놓은 이 음반은 퍼포먼스적인 성격이 강했던 지난 어어부의 무대가 제공하던 것 이상의 충격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음악적인 매력을 놓치고 있는것은 아니다. 장영규가 주도한 이 앨범의 사운드는 그 동안 질시의 눈으로 바라보던 이들을 충분히 제압할 만하며 원일의 타악기가 빠졌지만(원일은 <인스탄트 꿈>에만 세션으로 참여) 마림바, 가야금, 만돌린 등의 다양한 악기가 사용되어 소리는 더욱 풍부해졌다. 18곡의 수록곡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어어부의 <개, 럭키스타>는 유토피아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환상을, 그를 위한 합리화를 허용하지 않는다(그래서 이를 소화할 능력이 없는 방송 심의위원들은 이들에게 빨간 딱지를 붙여 버렸다). 그래서 정상적인 세상에서 이 앨범은 상당히 불편하게 들린다. (김민규)

    85. 김수철   황천길 (1989/서울음반)

1981년 작은거인 2집이라는 불멸의 하드록 음반을 내고도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청년 로커 김수철은 의외로 팝 발라드로 진로를 변경했다. 하지만 이는 '의외'라기보다는 당시 가요계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범위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같다. 그 결과 만들어낸 것이 <못다핀 꽃 한 송이>, <세월>, <정녕 그대를>, <내일>과 같은 팝 발라드가 담긴 김수철 1집(83)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 대중들은 이 곡들에 큰 호응을 보였고, 이 음반은 김수철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렇지만 1985년 3집 이후 아티스트로서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려 시도했던 그는 이전부터 그의 숙원사업이었던 국악과 양악의 접목을 시도한다. 이른바 '크로스오버 국악' 작업을 시도하는데, 그 첫 작품이 1987년에 나온 <비애>, <인생>, <삶과 죽음>이 담긴 <김수철>이었다. 그리고 이 <황천길>은 이런 그의 일련의 작업이 드디어 완벽한 결실을 본 작품으로, 태평소가 주선율로 이용되는 <황천길>, 아쟁이 주선율로 쓰여지는<한> 등 국악기의 맛이 이럴수도 있음을 새롭게 인식시킨 '퓨전 국악'의 이정표였다. (박준흠)

    86. 허클베리 핀   18일의 수요일 (1998/강아지 문화 예술) [이기용(g, b), 남상아(v, g), 김상우(d)]

세상에는 화려한 조명을 주식으로 삼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 빛의 불순함을 못 견뎌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스스로 '어둠의 자식들' 이길 원한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왜 이를 악물고 힘들게 소리내고 있느냐고 묻기 전에 지금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지점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강아지 문화/예술의 세 번재 앨범인 허클베리 핀의 <18일의 수요일>은 올해 신촌/홍대 클럽 씬에서 나온 반가운 결과물 중의 하나다. 이 앨범에서 허클베리 핀은 '불을 지르는 아이'와 '절름발이'의 꿈의 비틀린 틈새 사이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각성하고 그것을 내성적인 목소리로 표출한다. 스스로 '광의의 펑크'라고 이야기하는 이들 음악의 정서는 일그러진 디스토션 기타음을 배경으로 무작정 내달리는 것에 있지 않다. <갈가마귀>, <사마귀>, <죽이다> 같이 거칠고 단순한 구성의 곡이 쉽게 귀에 채이지만 허클베리 핀의 음악이 우리에게 공명하는 것은 '태양은 구름을 몰아내/우리의 지도를 그릴 것<죽이다>)'이라고 당차게 내치는 목소리와 밴드의 자화상인 <허클베리 핀>의 낮은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에 있다. (김민규)

    87. 이상은   외롭고 웃긴 가게 (1997/킹레코드)

이상은은 19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차지하면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뮤지션이다. 데뷔시는 탬버린을 들고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어린 가수에 불과했었고, 이때는 그녀의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눈치채기에는 사실 불가능했었다. 하지만 1992년에 이상은 그녀의 음악 경력에서 새로운 시발점이 되는 <이상은>을 발표했다. 감각 있는 젊은 뮤지션 안진우의 편곡과 기타가 뛰어난 이 음반은 그때까지 그녀가 갖고 있었던 '가벼운 애들 가수'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이는 예상치 못한 실로 놀라운 변신이었다. 1995년에는 완벽한 음악감독이 되어 <공무도하가>를 일본인 스탭들을 이끌고 녹음했고, 1997년에는 이 음반을 발표하여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이상은으로 성장했다. <집>, <사막>, <외롭고 웃긴 가게>로 차례로 여행을 떠난 그녀는 이 땅에서 음악의 한 유파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이상은과 비슷한 성향의···'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박준흠)

    88. 앤   Skinny Ann's Skinny Funky (1998/인디) [장현정(v), 최성훈(g, v), 강희찬(b), 이대우(d)]

'독립 레이블'을 통한 언더그라운드 씬의 앨범은 90년대 중반 이후 매우 번성했다. 때로는 열악한 작업환경을 드러내는 것으로, 때로는 투철하고 고집스러운 반골정신으로, 때로는 기상천외한 각종 아이디어들로 그들은 기존 대중음악시장을 잠식하려 하고 있다. 그러한 소위 '인디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을 만한 밴드는 바로 앤이다. 이들은 때로는 'funky'하고, 때로는 스트레이트하며 때로는 서정적이기도 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동시에 매우 안정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장현정의 보컬은 랩과 멈블을 종횡하며 새로운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재기 넘치는 가사전달마저 선보이고 있다. 외국의 몇몇 밴드와 닮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다양함 넘치는 앨범 구성은 이들을 여타의 '비인가종목 카피 밴드'들로부터 차별화한다. <무기력 대폭발>에서의 스트레이트함은 히트 넘버 <러브레터>로 그들을 접한 많은 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기도 한다. 서프 뮤직이나 스카 등의 '한국적으로 소화해내기 힘든' 서커스를 선보이기 때문에 이들이 각광 받아야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조원희)

    89. 시나위   5집 (1995/워너뮤직) [신대철(g), 손성훈(v), 정한종(b), 신동현(d)]

이들은 1986년 데뷔 음반으로 우리 나라에서 헤비메틀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면서(사실 최초의 헤비메틀 연주가 담긴 음반은 1983년 무당 2집이었다. 여기서 <그 길을 따라>는 헤비메틀 리프를 본격적으로 차용한 곡이다), 1990년 자신들의 4집으로 그간의 힘겨웠던 '메틀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시나위는 잠정적으로 해체되었고, 일군의 메틀 청년들(김종서, 임재범, 이근형, 오태호, 서태지 등)은 진로변경을 모색했다. 신대철은 김영진(베이스/시나위, 카리스마 출신), 오경환(드럼/뮤즈 에로스 출신)과 1991년에 블루지한 하드 록을 추구했던 자유를 결성해서 앨범 하나를 발표했고, 박광현 2집, 남궁연 1집에서는 세션을, 손성훈의 솔로 음반에서 프로듀서와 세션을 했다. 하지만 시나위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5년만에 다시 시나위를 재개, 90년대 록 조류(얼터너티브 록)를 흡수한 본작을 발표했다. 그의 달라진 기타톤(그런지 기타 톤)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 음반에는 <매 맞는 아이>, <지켜봐야 해>,<너에게 주고 싶어>, <혼돈의 끝>, <상심의 계단>등 좋은 작품이 수록되었고, 노래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시나위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이 음반을 선정하겠다. (박준흠)

    90.  H2O   2집 (1992/아세아레코드) [김준원(v), 박현준(g, key), 강기영(b, key), 김민기(d)]

러닝타임 35분짜리 앨범이지만 그 내용물은 녹록하지 않다. 시나위 출신의 강기영을 중심으로 당시 TV에 출연해 수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했던 박현준과(비록 그녀들은 이들의 앨범을 듣지 않았지만) 김준원이 모인 H2O는 당시 한국 록 음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헤비메틀이나 LA 팝메틀과는 다른,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을 선보였다. 흔히 에디 베더(Pearl Jam)에 비교되곤 하는 김준원의 개성 있는 보컬 톤이라든가 단순히 드럼을 받치는 것이 아니라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개성 있는 강기영의 베이스, 테크닉 싸움장 같던 당대의 기타 사운드와는 동떨어진 배킹 위주의 여유로운 박현준의 기타는 3집에서 만개하여 90년대 최고의 명반 중 하나를 낳지만 여기서도 이미 그 날카로움은 주머니를 뚫고 솟아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개성'은 삐삐밴드에서 그 극단을 보여준다. 80년대의 많은 헤비메틀 음악인들이 받은 '테크닉만 출중한 생각 없는 카피 집단'이라는 비판은 이들에게는 전혀 유효하지 않다. 추천 트랙은 <너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으로, 뻔한 발라드곡처럼 보이는 제목과는 딴판으로 한국에서 몇 안되는 베이스가 돋보이는 명곡이다. (신승렬)

      91. 정태춘·박은옥   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삶의 문화/한국음반)

모던 포크의 감각적 수용자로 시작하여 이제는 수단으로 포크를 수용한 정태춘은 민중운동의 통일되고 확실한 목소리가 사라져가고 있는 이즈음에 다시 재조명되어 마땅하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노래한 가수가 아니다. 그가 엘리트 지식인들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는 이웃의 삶을 이성이 아닌 가슴으로 가감없이 노래하고자 했으며 그 과정에서 제도권의 박해로 그의 음반들은 '불법'이라는 딱지를 달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을 뒤돌아 볼 때 <아! 대한민국>과 <92년 장마, 종로에서> 두 음반의 합법화 결정은 그의 선택이 옳았으며 그의 투쟁이 조그마한 승리를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들의 죽음>과 같은 낮게 읊조리는 절규가 가득 찬 <아! 대한민국>과는 달리 본인도 밝히듯 여전히 그 메시지는 강렬하지만 보다 일상적인 정서에 가까이한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그의 향토적인 초기작과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저 들에 불을 놓아>와 같은 강렬한 어조의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아내이자 동지인 박은옥과 함께 한 이 음반은 사회성 짙은 모던 포크의 걸작으로, 민중가요의 제도권에 대한 소중한 승리로서 기억되고 있다. (황정)

      92. 양희은  1집 (1971/킹레코드)

세상에는 무수한 <아침이슬>이 있다. 1971년 앳된 처녀의 맑고도 강한 목소리에 실려 세상에 나왔던 젊은 날의 고뇌와 결단을 그린 서정적인 노래 한 곡은, 수록음반이 작곡자 김민기 독집의 판매금지조치에 휩쓸려 공식적인 무대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후에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선연히 살아 독재정권의 신경질 적인 과잉우려를 실현시키기라도 할 듯 술집에서, 거리에서 끝도 없이 불리워졌다. 그 결과 애초의 소박함 위에 부르는 이의 비분강개 혹은 결기가 덧붙여졌고, 80년대에 들어와 얼마간 자기도취적인 정서는 소시민적·지사적이라는 당시로선 치명적이었던 딱지를 달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1987년 가을, 6월 항쟁의 가시적 성과물 중 하나로서 <아침이슬>이란 더블앨범에 간소한 기타 반주의 원곡이 그대로 실림으로써 이 노래를 구전으로만 접했던 세대와 처음 조우했다.

한편 '국민정부'가 <상록수>를 국민가요로 삼을 것을 예견하기라도 하듯, 작년 가을 김민기 헌정앨범 <1997 아침이슬>의 서두를 장식한 새 녹음은 남성합창을 깔고 애국가 한 구절과 동반한 무게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들고 부른 이들조차 버거울 정도로 시대와 호흡하며 대중과 함께 했던 노래가 첫 선을 보인 이 음반은 함께 수록된 곡들이 <꽃 피우는 아이>를 제외하면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 등 모두 60년대 미국 포크송의 번안곡이었던 탓인지 재발매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대로 전설과 기억의 영역 속에 남게 되었다. (조성희)

93. 신중현과 뮤직파워   1집 (1980/지구레코드) [신중현(v, g), 김문숙(v), 박점미(v), 이승환(d), 박태우(b), 김정희(key), 이근희(trumpet), 홍성호(a.sax), 한준철(t.sax)]

1980년대에 해금되면서 내놓은 작품인 이 음반은 9인조 브래스 록 그룹으로 만든 음반이었고, 신중현의 음반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 그를 거론할 때는 보통 한국 록의 대부로 얘기하면서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을 그의 대표작으로 보아왔다. 하지만 사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더 맨이나 뮤직파워 같은 브래스, 키보드 파트가 있으면서 특유의 '쩍쩍 달라붙는' 느낌의 리듬 기타 배킹(backing)이 깔리는 음악이다. 이는 이 음반의 <아무도 없지만>, <저무는 바닷가>, <떠나야 할 사람>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들은 멋진 리듬 기타 배킹과 신중현만의 감각적인 솔로 애드립이 돋보이는 매우 훌륭한 곡들인데, 이 음반은 사실 묻혀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그도 인정하듯(그는 이 음반의 기타 애드립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음반에서의 감각은 그의 연주경력에서의 베스트이고, 그의 필은 무척이나 독특했다. (박준흠)

      94.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 (1989/서울음반)

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온순한 인상의 합법 앨범을 발표한 것은 1988 서총련 노래단 조국과 청춘이 일렉트릭 사운드를 받아들인 것 이상으로 (물론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 한정된 이야기겠지만) 이슈를 일으켰다. 눈을 가린 경주마와 같은 이러한 시각에 의해 벌어진 간극은 아직도 대중음악의 일관된 흐름 내에서 이러한 흐름의 음악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조건을 낳고 있다(록이 '저항'이냐 아니냐, 록을 '수단'으로 여기느니 하는 허접쓰레기 같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안치환, 김광석, 권진원 등을 배출한 전직 운동권 노래패로 인식하는 것은 이러한 간극이 낳은 현실이다. 간간이 모습이 지워진 졸업사진을(누가 이들의 모습을 이 사진에서 지우려 했던가) 재킷으로 한 노·찾·사 2집은 노래패 곡의 전형에서 벗어나진 않지만 이전의 조악할 수밖에 없었던 불법 테이프의 느낌과는 달리 (따로 또 같이의) 나동민의 프로듀싱을 거치며 보다 세련된 면모를 보인다. 안치환이 부른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여공의 모습을 그린 <사계>, 정태춘, 박은옥의 <5·18>에 삽입된 <오월의 노래> 등 모두 80년대 노래운동의 훌륭한 자산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을 '후일담류'로 싸게 팔아 넘기려는 이들은 <저 평등의 땅에>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서정을 반드시 다시 들어야 한다. (김민규)

      95. 정태춘·박은옥   북한강에서/바람 (1985/지구레코드)

남도에는 황토가 있다. 불그스레한 황톳길에 발짝마다 먼지 풀풀 날리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한 사내의 등에는 '시름짐만 한 보따리'고,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사망부가>)이 기다리는 그 길 끝머리에는 도솔천이 얼핏 비칠지도 모른다. '간다간다/나는 간다/선말고개/넘어간다' (<애고, 도솔천아>), 혹은 '님의 가슴/내가 안고/육자배기나/할까요'(<장서방네 노을>) 등, 4/4조 민요가락이 구비구비 고개 넘어 들을 지나 강을 끼고 바다로 흘러가며, 아스팔트의 아이들에게도 산업화와 새마을 운동 이전 선조에게서 유전된 흙의 기억을 일깨운다. 박은옥의 '곱디고운' 목소리는 <바람>과 <봉숭아>에서 들을 수 있고, 1집부터 함께 했던 유지연이 편곡을 담당하여 일렉트릭 기타 속에 진국으로 어울리는 한국적인 가락을 조율하는 데 일조했다. (조성희)

      96. 김현식   4집 (1988/서라벌레코드)

짧은 인생역정 동안의 간난고초와 탐닉의 흔적을 고스란히 새겨오며 시기적으로 급격한 변모를 보였던 김현식의 목소리(들) 가운데 남은 이들 뇌리에 가장 선명히 남아 있는 것이 아마 이 시절의 강렬한 허스키 보이스가 아닐까. 1987년 대마초 파동 이후 타의에 의한 공백기를 딛고 돌아온 그는 비록 미청년의 면모는 잃었으나 목소리의 거친 기운이 강렬함에 깊이와 매력을 더해주는 시기를 맞았고, 그 절정의 순간들이 신촌블루스 2집과 이 앨범에 담겨있다. 백 밴드라기보다 오히려 음악적 동반자였던 봄·여름·가을·겨울과 헤어진 후 만들어진 이 앨범에서는 송병준, 이정선, 장기호, 유재하 등의 곡과 자작곡 두 곡이 실렸고, 박청귀 등 세션 뮤지션들의 도움과 송홍섭 편곡을 거쳐 이병우의 프로듀싱이 앨범을 마무리했다. 김현식 특유의 발라드 <언제나 그대 내 곁에>, <사랑할 수 없어>도 새삼 감동적이며, 신촌블루스의 이정선이 제공한 <한밤중에>, <우리네 인생> 모두 훌륭하지만 특히 후자는 흥겹게 출렁이는 생의 낙관 혹은 달관으로서 유독 돋보인다. 유재하 버전과 대조되는 김현식의 <그대 내 품에>는 꺼칠한 남자 목소리의 힘과 아름다움을 여지없이 과시하고 있다. 김현식 이전에 김현식 없고 김현식 이후에 김현식 없다. (조성희)

      97. 김현식   2집 (1984/서라벌레코드)

전인권과 함께 80년대를 상징하는 보컬리스트로서 고 김현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를 노래만 잘 불렀던 '팝 발라드' 가수로 폄하한다면 6,70년대 국내 록의 대부분을 '밤무대 사운드'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1980년 <봄·여름·가을·겨울>, <당신의 모습>이 실린 데뷔 앨범의 처참한 실패 이후 4년만에 와신상담 내놓은 이 앨범의 성공은 김현식을 공중파와 공연장 모두에서 환영받는 이로 변모시켰다. 이렇게 된 것에는 <사랑했어요>의 멜랑콜리가 지대한 공헌을 했고(이러한 '소녀취향'의 감상을 꼬집는 이들이 있지만 이 앨범의 상업적 성공이 없었더라면 김현식이 이후 앨범에서 자신의 원했던 음악을 표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독보적이었지만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어요>를 김태화처럼 부를 이가 없듯이 <골목길>을 김현식의 느낌으로 부를 이가 없다) 김현식이 뮤지션으로 비중 있게 언급될 수 있는 이유는 최이철의 기타가 발군인 블루스 록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와 김현식의 샤우팅 보컬이 빛을 발하는 <어둠 그 별 빛>, <회상> 등의 곡에 있다. 김현식은 이 앨범 이후 백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과 함께 3집을 발표하며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민규)

98. 신촌블루스  3집 (1990/서라벌레코드) [엄인호(g, v), 김영배(g), 김명수(key), 안동열(key), 이창수(key), 이원재(b), 전종원(d), 이정식(sax), 정경화(v), 김미옥(v), 김현식(v), 이은미(v)]

가요와 블루스의 접목이라는 대전제하에 여성가수들의 보컬이라는 소전제를 훌륭하게 배치한 신촌블루스 3집은 이정선이라는 한국적 블루스 기타의 모범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엄인호의 신촌블루스'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엄인호의 기타는 그것이 독학에 의한 것이기에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고유의 색깔이 있다.

이러한 면 때문에 신촌블루스의 '가요 블루스'는 곧 엄인호의 기타와 동격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또한 엄인호의 기타는 객원으로 참여한 보켤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애드립에서 더욱 더 그 맛을 느끼게 하는데, 역시 3집에서도 1, 2집의 한영애, 김현식에 못지 않은 이은미, 정경화라는 걸출한 여성보컬과 함께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다소 록적 톤을 가진 이은미와 애절한 고음역을 지닌 정경화라는 블루스보컬의 신성들이 각기 자신의 색깔에 맞게 <그댄 바람에 안개로 날리고···>와 <비오는 어느 저녁>을 녹음한 이 음반은 이 두 곡만으로도 한국적인 블루스의 대표반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즉, 신촌블루스의 음악은 블루스가 가지는 대중친화력을 가장 뛰어나게 한국화한 대중음악계의 또 다른 시도라 할 수 있다. (황정)

      99. 윤도현   1집 (1994/LG미디어)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어이, 거기 박수 좀 쳐요'라고 말한 윤도현은 그 순간 '제 2의 강산에'인 양 여겨졌다. 흥겨운 록큰롤 넘버 <타잔>의 이미지 또한 강산에의 <예럴랄라>와 겹치며, 이를 부추킬 만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밴드의 수장이 된 지금의 윤도현은 강산에와는 다른 방향으로 변모했다. 요즘이야 긴 머리를 휘날리며 캐주얼웨어의 패션 모델과 뮤지컬 주인공으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갓 제대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시절 윤도현의 음악은 외모만큼이나 소박하고 솔직했다(앨범 부클릿에 실린 윤도현의 말은 정말 그다운 표현이다). 윤도현을 튀어 보이게 만든 <타잔>과 라이브시 혼자 피아노를 치며 부르곤 하던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공존하는 것은  이후 2집의 <이 땅에 살기 위하여>와 <다시 한 번>이 함께 실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 외 <임진강>, <큰 별은 없어> 등의 곡이 실린 이 앨범에서 세션으로 참가한 토미 기타, 손진태, 조동익, 강호정, 함춘호 등은 한 몫 톡톡이 했다(이후 강호정, 엄태환은 윤도현 밴드에 참여한다). 이 앨범은 가능성으로 남았지만 윤도현밴드로 내놓은 2집은 '성장'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은 앨범이었다. (김민규)

      100. N.EX.T   The Return Of N.EX.T part.Ⅰ The Being(1994/대영에이브이)

           [신해철(v,key, g), 임창수(g), 이동규(b,v), 이수용(d)]

<HOME>에 이은 넥스트의 두 번째 앨범으로 이후 이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문양(이집트 벽화에서 나온 듯한 눈, 혹은 새의 변형)과 장황한 앨범제목, 철학적 거대주제에 대한 도전, 화려한 기타 연주와 신서사이저의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들을 한 눈에 펼쳐놓았고, 이는 제 3부 <World>로 이어진다. 그들의 열성팬이 결집되기 시작했고, 그 막대한 쪽수와 열렬한 보위능력을 겸비한 동아리밖의 일반인에겐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서 죽음에 대한 인식을 건드려 본 작고 아름다운 발라드 <날아라 병아리>를 선사했다. 사후적으로 평가한다면,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단군 이래 최대의 번영을 누렸다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사운드가 아니었나 싶다. 뭔가 호화롭고 거창하면서도 왠지 속은 비어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던진다는 면에서, 마침 (다시 한 번 역사를 단순화시킨다면)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IMF 체제하에서 넥스트 역시 구조조정 내지 슬림화의 과정을 거쳐 좌장 신해철이 펼치는 단촐한 솔로 활동으로 귀결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조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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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림받은천사 (ljhhjw) ljhhjw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2007-06-05 16:18 / IP/ 신고/ 이댓글에댓글달기
  모르는 가수분들도 많네요
  당신기억 (bluemun) bluemun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2007-06-06 01:00 / IP/ 신고/ 이댓글에댓글달기
  보드나라에서 이런 좋은 글을 보다니 감사
  Noir (iamafool) iamafool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2007-06-10 14:27 / IP/ 신고/ 이댓글에댓글달기
  정태춘,박은옥님의 시인의마을 인가요?
잊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분들 음악을 좀 들으면서 작업을 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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