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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부품, 바람 속으로 들어가다. GMC H70 풍 II
오랫만에 케이스를 구입했습니다. 쓰던 케이스를 바꿔준 것은 아니고 노숙자 신세였던 부품들에게 집을 장만해 준겁니다. ^^; 정말 오랫만에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네요. 글빨이 다 녹슬기 전에 가끔 한번씩 기름칠 해주는 기분으로...
한동안 학교 앞 고시원에서 생활하느라 좁은 방에 거대한 데스크탑 본체를 둘 곳이 없어서 케이스 없이 가조립 상태로 두고 사용했었습니다. 전에 사용하던 케이스는 3R R800인데 꽤나 육중한 빅타워 케이스였거든요. 그래도 고시원에는 책상 외에 창문쪽에 공간이 조금 있어서 대충 가조립 상태로 쓸만 했는데 기숙사로 이사하고 책상 위에서 모든걸 해결하려니 공간이 답답하더군요. 또한 종종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기에 주요 부품들을 훔쳐가기 쉬운 상태로 방치하기도 좀 걱정 됐구요.
before
after
그래서 이런 변신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최종적으로는 LCD 모니터가 키보드와 일치하도록 왼쪽에, 본체가 오른쪽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해야 케이스 내부 가끔 열어다 보기도 편하죠.
케이스를 고를 때 가장 주의해야 했던 부분은 높이입니다. 보시다시피 책꽂이 높이가 데스크탑 케이스를 넣기에 아슬아슬한 탓에 먼저 쓰고 있던 빅타워 R800 케이스를 놓는건 불가능했고, 미들타워 ATX라 하더라도 케이스 길이에 따라 안 들어갈 소지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바닥에도 PC를 놓을 공간이 마땅찮았구요. 전에 풍1 케이스의 높이가 다른 케이스보다 약간 낮았던 것을 기억해 GMC H70-風2(이하 풍2)를 구입했는데... 사실 풍2는 다른 케이스에 비해 많이 짧단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대충 딴거 구입해도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풍2의 가격은 최저가 5만 천원.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마진을 챙기는 가게에서 사도 5만 3천원이면 넉넉히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요샌 3만원짜리 케이스도 꽤 괜찮게 나오지만 케이스는 두 세번 정도 택배로 왔다갔다 해봐야 진가를 알겠더군요. 남의 컴퓨터 조립할 때는 2만원대 케이스도 골라줍니다만 제가 쓸 것을 고를때는 그래도 이 정도는 투자하는게 후회가 없습니다.
전면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ODD 전용 덮개 두 개를 포함한 총 4개의 5.25인치 베이. 아직은 정체가 공개되지 않은 까만 덮개, 그리고 하프미러 재질 위로 전원스위치와 다이얼 두 개가 보입니다. 그 밑에는 풍 SE라고 쓰여 있는 덮개가 튀어나와 있고, 아래로는 공기 흡입을 위한 구멍에 철망이 씌워져 있네요.
덮개의 정체는 140mm 팬에 먼지 유입 방지 필터를 씌워놓고 그 위를 가려놓은 것입니다. 쉽게 분리가 되기 때문에 가끔 한번씩 필터를 청소해주긴 좋습니다만 충격에 의해 소켓쪽이 깨지고 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잘 팔리는 케이스이니만큼 GMC에서 여분의 부속을 아마 갖고 있을테고 요청하면 바꿔줄걸로 기대합니다. 전에 노블리스 케이스를 쓸때 도어 깨먹었는데 그냥 바꿔 주시더라구요.
까만 덮개를 열면 숨어 있던 3.5인치 베이 하나와 멀티포트 패널이 나옵니다. 1394는 제공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헤드셋 단자. 그리고 USB 단자 4개가 제공됩니다. 멀티포트에 있는 헤드셋 단자의 필요성은 과거에는 못 느꼈는데 기숙사 생활하면서 필요성을 느끼게 되더군요. 남들 다 잘때 가끔씩 이어폰을 편하게 꽂아쓸 수 있으니... USB 포트는 방향이 뒤집혀 있습니다. 조립상의 실수가 아니라면 왜 그렇게 했는지가 의문입니다. 다이얼의 정체는 케이스 앞뒤에 하나씩 있는 팬의 RPM을 조절하는 기능이며, 하프미러를 투과해 케이스 내부 온도를 표시해줍니다. 리셋 스위치가 없다는게 참 아쉽습니다.
뒷면을 보면 140mm 대형 팬과 벌집모양의 통풍구를 확장 슬롯 옆에도 뚫어놓은 것이 보입니다. 확장슬롯은 총 7개이며, 나사 없이 덮개를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습니다. 싸구려 케이스에서 불만인 건 이 확장슬롯 덮개가 일회용이라는 점입니다. 떼어내기도 불편하고 자주 부품을 바꿔 끼우는 경우 다시 쓸수 없는 슬롯 덮개 때문에 먼지 유입을 걱정해야 하죠.
여기서 포인트 하나.. 요새 케이스에 웬만한데는 다 제공되는 도난방지 자물쇠고리가 있습니다. 특징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다른 제품은 저 구멍을 따로 나사를 조여서 달아줘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본으로 달려 있습니다. 저 자물쇠. 맘 먹고 따려면 눈 감고도 30초면 딸 수 있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싸구려 자물쇠지만 그래도 잠깐 세수하러 다녀오는 사이에 누군가 침입해서 훔쳐가는건 막아줄 수 있겠죠. 어쨌든 부품 도난 방지도 케이스 구입 이유 중 하나이니 자물쇠 구멍이 만약 없었다면 많이 섭섭했을겁니다 ㅡㅡ;
옆면에서는 대형 에어가이드 뿐만 아니라 확장슬롯 방향에도 구멍이 뚫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어가이드는 ATX 규격 케이스의 이론과는 다른 공기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생겼죠. 처음에 ATX 케이스가 만들어질 때는 케이스 전면 하단 흡입, 후면 상단 배출로 찬 공기가 들어와서 하드디스크나 그래픽카드를 지나면서 열을 얻고 상승하면서 CPU를 식히고 나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러한 흐름이 웬만한 풍량으로는 장치들을 충분히 식힐만큼 효율적이지 못했고, 게다가 팬을 제외한 모든 구멍을 틀어막지 않고서는 그 정도 풍압을 만들어내기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열이 많이 나는 장치 옆에 공기 구멍을 뚫어 곧바로 찬 공기를 흡입할 수 있게 만드는게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죠.
에어가이드는 이렇게 길이를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있어 타워형 CPU 쿨러를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CPU 쿨러에 근접한 높이로 맞춰주는 것이 좋습니다. 정품 쿨러를 사용할때는 거의 바로 위까지 길이를 늘려주면 됩니다.
사진으로 잘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강판 재질이 독특합니다. 코팅이 되어 있어서 광택이 느껴지는데 잘 긁히거나 부식되지 않고 오랫동안 튼튼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테스터가 없어 전도성은 테스트해보지 않았지만 코팅으로 전도성을 낮출 수 있다면 조립의 실수로 쇼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좀 낮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프레임은 빅타워 케이스와는 비교하긴 어렵지만 저가형 케이스보다는 확실히 튼튼한데다 마감이 잘 되어 있어 어지간히 운이 나쁘지 않고서야 조립하다 다치기 힘듭니다 --;.. 숨어 있는 3.5인치 베이는 6개가 더 있습니다.
또한 반대쪽이 아예 안 열리도록 만들어진 저가 케이스와는 달리 반대쪽도 나사를 조이게 되어 있습니다. 조립할때나 분리할 땐 조금 불편하지만 방학 중에 택배로 컴퓨터를 날려 보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는 필수적인 안전장치입니다. 나사 없이 조립하는 케이스로 택배 보냈다가 심각하게 박살났던 적이 있어서..;
메인보드와 케이스를 연결하는 커넥터는 USB 2뭉치와 프론트패널 오디오의 두 종류, 세 가닥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USB 확장헤더의 규격이 표준을 따르지 않는 일부 메인보드 때문에 +5V, GND, DATA+, DATA- 네가지 모두 각각 따로 떨어져 있는 커넥터가 제공되기도 했는데, 요즘 보드들은 모두 표준을 따르기 때문에 이렇게 뭉텅이로 만들어진 것이 편합니다. 각각 따로 분리된 케이스의 경우 간혹 잘못 꽂아서 부팅이 안 된다던지 보드를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더군요... data가 전송되어야 할 핀에 전압이 들어가면 곤란하죠^^;; 뭉텅이로 된 경우는 한쪽 구멍이 막혀 있어서 거꾸로 꽂을 수 없습니다.
케이스 앞에 있는 하프미러를 통해 표시되는 온도는 이 센서에서 측정합니다. 박막이 아닌 다이오드형 온도계이다보니 CPU 밑에 깔아서 설치할 수는 없습니다. 마땅히 붙일 곳이 없어서 그냥 보드 표면에 대충 붙여놓고 케이스 내부의 기온을 살피는데 쓰게 됩니다. 요즘 CPU들은 전부 히트스프레더가 덮여 있다보니 박막 온도계를 붙일 곳도 마땅찮고 아무리 가깝게 잘 붙여놓아도 메인보드에서 모니터링되는 온도보다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풍2에 온도계가 들어있단 걸 알고 귀찮게 CPU 옆에 온도계 붙여야 하나 걱정했는데 아예 CPU 옆에 붙이려는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만들어줘서 다행입니다. -ㅅ-
다른 회사도 좀 본받아라 하고 싶은게 바로 저 나사 정리함입니다. 플라스틱 케이스라서 정리 잘 해서 테이프로 살짝 붙여놓은 뒤 케이스 바닥에 보관하면 잃어버릴 일도 없고 언제고 필요할 때 쓸수 있으니 편하죠. 조립할때 어느 나사가 어디에 쓰이는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