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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라고 극구 주장하는 조립기
jekyo
조회 : 3276 ,2004/10/08 2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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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존칭은 생략합니다.
1. 시작
보드나라에 처음 와본지는 상당히 오래 되었지만 그냥 읽고만 다녔지 글을 쓰거나 하는 활동은 없었다. 회원이 된 이유도 이번에 공동구매한 MSI 패키지에 마음이 혹해서였지 이게 아니었으면 지금도 눈팅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어쩌다가 이렇게 비싼 공동구매에 끼어들게 되었는지.. 집에 있는 mmx233이 파워 스위치를 마지막으로 눌러 본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마당에 뭐 좋은 거 없나 하고 새로 살 컴퓨터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나와에서 견적을 짜보기를 수십 번.. 어느 날 갑자기 보드나라에 “939패키지 공동구매!” 라는 공지가 눈에 들어와 버린 것이다. 이 때 약간 이성을 읽고 공구게시판에 사겠다고 글을 올려버렸다. 글을 게시판에 올리자마자 그 순간 이성이 되돌아온 나는 왜 그랬을까 하고 자책을 하다가... 게시판에 글을 수정한 것이다. “MSI 보드도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설마 되겠어? 이미 품목이 다 정해졌는데... 안사도 적당한 핑계는 되겠지.. 음흉한 넘.. 아무도 신경 쓰는 이 없건만 혼자서 이러고 있었다. 여하튼 처음 시작은 이랬다.
2. 달려라..
어라?! 이럴 수가. MSI 패키지도 공구한다네.. 힘겹게 이성을 붙잡고 있었건만.. 이넘이 또 딴데로 가버리네.. 별로 사려는 사람도 많지 않은 듯 하고.. 이건 하늘이 사라고 자꾸 등 떠미는구나. 어쩌랴 순리에 따라야지. 저녁도 일찌감치 먹고, 공구 시간이 되어 느긋한 맘으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시간이 되어 구매 신청을 하고 대금 결제를 카드로 하는데, 아뿔싸! 모니터에 조그마한 창이 뜨더니 이렇게 떠들고 있다. “공인인증서 없으면 못사는데 어쩔까나~ 지금 받으려면 시간 걸릴 텐데~” 이런 죈장... 한참 후 인증서 발급까지 받고 다시 보드나라에 들렸다. 공구 사이트에 들어오니.. 헉!.. 이게 어찌된 일이야. 20명 채우기도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대기자 까지 40여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인증서는 발급 받았나. 한동안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이윽고 페이지를 넘기려고 마우스를 움직였을 때.. 문득 드는 생각이.. ‘사려고 했던 사람들은 다들 샀으려나?’. 그래서 구매자 리스트를 보고 있었는데 낯익은 이름이 보인 것이다.. 어?!!.... 내 이름이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또 잠시 넋 놓고 있다가 일단은 들이받고 보자는 심정으로 결제를 했다. 우하하 구매가 된다네.. 역시 하늘은 나를 안 버렸어.. 그 후로는 언제 받아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게시판에만 빙빙 돌고 있었다. 할 일이 태산 같건만 이렇게 빈둥빈둥 시간은 흘러갔다.
3. 그럼 그렇지.. 내가 하는 일이 항상 이 모양이지...
택배로 수령 받은 후 입이 귀에 걸려 있는데 옆에 있는 녀석들이 더 흥분한다. 부럽다는 둥, 어떻게 구했냐는둥, 혹자는 왜 그런 짓을 했냐는 사람까지 있었다. 가볍게 무시하고 조립을 하려고 기존에 쓰던 컴퓨터를 뜯어보려는 순간.. 교수님이 날 부른다.. 일말의 불안감도 느끼지 못하고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나에게 교수님은 중요한 일을 맡기신다.. 며칠 걸린단다.. 이런 ㅡ.ㅡ.. 나 컴 조립해야 되는데..
어떻게든 추석 전에 함 써보려고 겨우겨우 일을 마무리 짓고 다시 컴퓨터를 조립했는데.. ㅡ.ㅡㅋ...??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다. 이상하다.. 제대로 다 연결 했는데.. 다시 한 번 파워 스위치를 넣어 봤다... 여전히 반응 없는 내 MSI 패키지... 이상하다.. 맞다. D-bracket인가.. 있었지.. 연결을 하고 다시 파워온... 여전히 묵묵부답.. D-bracket을 보니 LED 네 개가 보두 붉은 색으로 버티고 있었다.. ㅡ.ㅡ 내가 뭘 잘못 했나.. CPU를 다시 꼽아보자.. 그래서 방열판을 뽑았는데.. 응? 잘 안 빠지네? 그럼 다시 한 번 쑤~욱.. 오호.. 이제 빠지는군.. 껌딱지라고 했던가? 열전도 패드가 너무 찐득찐득한거 아냐? 그럼 CPU를 다시 한...?? 어?? CPU 어디 갔어?... 분명히 살포시 얹어서 단단히 고정시킨 CPU가 안 보인다? 머리를 긁적이다 무심코 바라본 방열판에 단단히 붙어 있던 CPU...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주위에서는 만원권 지폐가 꽃종이처럼 흩날렸다. 방금 전의 쑤~욱 이 이거였나? 이런.. 써보지도 못하고 떠나 가버린 거야? 그런 거야? T.T 한동안 굳어 있던 몸을 다시 추스르고 정말 조심스럽게 CPU를 보드에 결합하고 써멀 그리스를 발라서 방열판을 다시 얹었다.. 이번에 잘 되겠지... 될 턱이 있나... 여전히 모니터는 뭔 일 있수? 라고 하듯이 묵묵부답이었다.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시도하려고 했는데.. 이젠 써멀 그리스가 없다.. CPU를 히트 스프레드가 덮고 있으니까 한 번에 발라주는 그리스 양이 장난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중단..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추석을 지냈다. 추석이 끝나자마자 보드나라로 달려가서 테스트를 해봤다.. 테스트를 보면서 내심 불안했다. 이상이 없으면 어쩌나.. 좀 이상 이야기겠지만 이상하게 내가 쓸 때는 죽어버리더니 A/S를 가면 갑자기 쌩쌩해 져서는 나를 남감하게 하는 고약한 부품이 몇 개인가 있었다. 물론 돌아와서 테스트해 보면 다시 죽어버려서 날 열받게 했지만.. 다행이도(?) CPU가 불량이었다. 다시 CPU를 교환받으러 제이웨이브로~ 여기서도 간단히 CPU를 점검하더니 간단하게 불량판정을 내고 교환을 받았다 CPU A/S 1호란다. ㅡ.ㅡ;;b 이 짐들을 들고 다시 학교로..
4. 다시 시작.. 하려고 했는데..
조립을 하려고 준비운동을 마치자마자.. 교수님께서 부르신다.. jekyo야~ 젠장 또 부르네.. 네~ 하고 달려갔다. “jekyo 야 이거 중요한 전시회거든? 큰 거니까 잘 준비해봐.. 필요하면 다른 사람도 불러서 일시키고 알았지?” T.T 교수님은 아무래도 내가 지난 달 졸업한 걸 잊어버리신 것이 아닐까... 아무래도 졸업하고도 교수님 앞에서 얼쩡거린 것이 화근인 것 같다. 일찌감치 안 보이는 곳으로 피할걸... 이젠 아예 한 자리에 붙어 있지도 못하고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면서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는 내 컴 부품들...
5. 멀고먼 시동기
여차저차 해서 준비를 마치고, 어느덧 사용기 마감일.. 그 동안 구해놓은 메모리와 기타 등등의 부품을 모아서 다시 한 번 조립을 했다. 그리고 시동.. 오호~ 화면 잘 뜨고 OS 설치 잘 되고.. 그 동안의 산전수전이 무색하였다. 일사천리로 진행.. 서비스팩2 깔고, 드라이버 잡고, 내가 쓰는 소프트웨어 설치하고. 이렇게 잘 되는 것을.. 한 시간만에 다 끝나네.. 무슨 설치가 이렇게 빨리 끝나?..
일단 여기서부터 빨라진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면 내가 OS를 설치해 본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개념을 상실했던 건지도.. 그러고 보니 OS를 설치해 본 지도 반년이 넘었다. 그리고, 9월 23일에 택배로 전달 받은 지 어언 보름이 지났다. 어쨌던 잘 돌아가니 그동안의 맘고생이 씻은 듯이....는 절대 사라질 리가 없지.. 그래도.. 여하튼 다행이다. 지금 보드나라에서 새로 시작하는 공구 가격을 보니 왠지 손해 본 기분도 들지만.. 누굴 탓하겠나..
6. 녹차 한잔과
지금 산뜻하게 새로 설치한 컴퓨터에 새로 산 i-rocks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으니까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이런 기분이다. 사실 별로 얼리어뎁터도 아니고 신제품에 둔감한 나였는데.. 정보통신에 관계된 공부를 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핸드폰은 지금 다섯 살이 넘어가려고 한다. 고장보다도 이제는 베터리가 수명이 다 되었는지 예전만큼 오래 사용할 수가 없다. 요즘은 링거 주사를 맞고 있는 것처럼 항상 충전 케이블을 꼽고 있다. 베터리를 사려고 하니까 주위에서 다들 만류한다. 새것으로 바꾸는 편이 더 싸다고. 지금 보면 무슨 인연인가도 싶다. 아마 다시는 이렇게 고가의 공구에는 참여할 것 같지가 않다.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돌리니까 확실히 빨라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무리하게 구매한 보람이 있다. 수퍼 파이도 1M일 때, 40초가 나온다. 이전에는 1분이었는데.. 다른 프로그램도 전반적으로 실행 속도가 빨라졌고... 다만 이전에 74GB 렙터를 쓰다가 지금은 삼성 160GB 하드를 쓰는데.. 디스크 작업은 느려진 게 뚜렷이 느껴진다.. 특히 파일을 복사하면서 익스플로러를 띄운다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로딩 한다거나 할 때 버벅임이 너무 거슬릴 정도였다. 사실 처음 렙터를 써볼 당시에는 그냥 쫌 빨라졌으려니 했는데.. 이제 보니 렙터가 무지 일을 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삼성도 조용히 자기 할 일 잘 하고 있어서 좋기는 한데.. 어느덧 렙터에 익숙해져 있었나보다. 문득 예전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약했던 친구 하나가 생각난다. 묵묵히 자기 일을 잘 처리하던 친구였는데.. 당시에는 그 친구의 존재를 잘 모르다가 졸업하고 떠나니까 빈 자리가 커보였었다. 왜냐 하면 그 친구가 하던 일을 내가 하게 되었거덩.. 그럭저럭 시간은 오후 10시 하고도 20분.. 슬슬 컴파일러를 돌려놔야겠다. 내일 아침에는 결과를 볼 수 있겠지.. 난 그동안 녹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야겠다.. 이것이야말로 8bit 컴퓨터 시절부터 내려온 궁극의 멀티태스킹 아니겠어.. 그나저나 메모리를 더 늘여야겠는데.. 어쩌나.. 이젠 돈도 없고.. 자꾸 오타가 나는데.. 이 키보드에 익숙해지려면 오래 걸리려나..
ps. 컴퓨터 하나 조립한 얘기를 장황하게도 써놨군요.. 다른 분들은 재미있게 글을 잘 쓰시던데.. VGA에 혹해서 급한 김에 글을 쓰니 두서가 없습니다. 다른 분들도 얘깃거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씩 풀어보세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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