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탑 없는 게임 PC의 미래를 보여준 CES 2013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는 미국 최대 전자기기 전시회다. 1월이라는 날짜 때문에 그 해에 등장하는 전자기기 최신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이저 업체들의 신제품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올해 열린 CES 2013에서는 향후 PC의 미래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뉴스거리들이 등장했다. 전통적인 게임용 PC 플랫폼인 데스크탑 PC를 벗어난 초소형 PC와 클라우드 게임을 위한 시스템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 동안 PC 시장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이끌었던 양쪽 날개 운영체제와 고사양 게임이 힘을 잃으면서, 가정 내 PC는 현재와 같이 독립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대화면 TV나 태블릿 등 시장 트렌드에 걸맞는 형태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고사양 게임 없는 데스크탑 PC? 인텔 NUC
사실 PC에서 고성능 게임을 포기한다면 책상 한 공간을 차지하는 무식하게 큰 PC는 손에 들 수 있는 작고 예쁜 케이스 안에 담을 수 있다. 애플 맥 미니(Mac mini)가 이미 그것을 증명했고, CPU와 내장 그래픽의 성능이 점점 올라가면서 노트북과 미니 PC는 이제 일반적인 PC 작업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의 NUC (Next Unit of Computing) 플랫폼은 고사양 게임이 사라지는 PC의 미래를 보여준다. 고성능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인텔 NUC는 울트라북 수준의 성능과 저전력을 일반 PC에서 구현하도록 해준다.
또한 NUC는 단순한 초소형 PC 라인업이 아니라 갈수록 줄어드는 PC 시장에서 인텔이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CPU, 메인보드, 저장장치, 케이스 등 모든 부품을 만드는 '완제품' 제조사로 갈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게 만든다.
PC 게임을 콘솔 게임기처럼, 밸브 스팀박스

온라인 PC 게임 플랫폼 서비스 스팀(Steam)을 제공하는 밸브(Valve)가 CES에서 선보인 스팀박스(SteamBox)는 일반적인 게임 PC에 대한 인식과 동떨어진 미니 PC로 만들어졌다. 코드네임 피스톤(Piston)으로 알려진 Xi3에서 만든 미니 PC는 모듈러 형식으로 업그레이드 가능하며 내장 그래픽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밸브는 이미 스팀 서비스에 빅 피쳐(Big Picture) 모드라는 이름으로 PC 게임을 콘솔 게임기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능을 베타 서비스 중이다. 스팀박스와 빅 피쳐 모드가 결합되면 PC 게임은 이제 Xbox LIVE나 PSN처럼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설치해서 대화면 TV에서 컨트롤러를 이용해 즐길 수 있게 된다. 전형적인 데스크탑 PC 환경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윈도우 태블릿을 PC 게임기로, 레이저 엣지 프로
레이저(Razer)에서는 거치형 미니PC 대신 태블릿에 액세서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게임 플랫폼을 구성했다. 거치형 콘솔 게임기 형태인 스팀박스와 달리 이동 중에도 PC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레이저 엣지 프로(Razer Edge Pro)는 외장 그래픽 기능을 탑재한 윈도우8 태블릿 PC에 키보드 독, 게임 패드, 독 스탠드 등을 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터치에 최적화된 윈도우 스토어용 게임을 비롯해 대화 입력이나 단축키 사용이 많은 온라인 게임, 빠른 조작성이 요구되는 컨트롤러 게임, 그리고 2명 이상의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콘솔 게임기 방식도 모두 지원한다.
PC에 없는 GPU, 서버로 넣은 엔비디아 그리드
GPU 성능을 계속 증가하는 반면 주변 환경이 외장 그래픽 카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종전에는 PC에 탑재되는 그래픽 카드를 클라우드 서버 쪽으로 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엔비디아 그리드(NVIDIA GRID)는 그 동안 PC 내부의 그래픽 카드가 수행하는 게임의 그래픽 연산을 서버에 구성된 강력한 GPU 컴퓨팅을 바탕으로 처리하고 그 결과물만 스트리밍 형식으로 사용자 단말기에 전송하는 클라우드 게임을 목표로 한다.

엔비디아 그리드의 최대 장점은 하드웨어 성능이 차이나는 다양한 환경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게임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성능 GPU가 없는 TV나 태블릿, 스마트폰에서도 고품질 그래픽을 볼 수 있고, PC 역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나 발열/소비전력 염려 없이 게임이 가능하다.
프로젝트 쉴드, 클라우드 PC 게임의 미래?
엔비디아가 그리드(GRID)와 함께 CES 2013에서 선보인 것은 테그라4 모바일 프로세서와 이를 이용한 테그라4 휴대용 게임기 프로젝트 쉴드(Project Shield)다.

프로젝트 쉴드는 얼핏 보면 안드로이드 게임을 휴대용 게임기처럼 즐기도록 만든 모바일 게임 플랫폼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테그라4 게임기는 엔비디아의 그리드와 지포스가 설치된 데스크탑 PC를 만나면 PC 게임기로 변신한다.

엔비디아 그리드의 클라우드 게임 방식 또는 지포스 GTX 650급 이상의 충분한 그래픽 성능을 가진 데스크탑 PC에서 실행되는 게임을 무선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받아 프로젝트 쉴드에 달린 디스플레이와 컨트롤러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다시 대화면 TV에 연결하면 PC와 TV가 직접 연결되지 않아도 TV 화면에서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머지 않은 미래에 데스크탑 PC에서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사라진다면 프로젝트 쉴드는 지포스 GPU가 탑재된 PC 대신 엔비디아 그리드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로 PC 게임을 플레이하는 형태로도 바뀔 수 있다. 엔비디아의 프로젝트 쉴드는 사실상 데스크탑 PC에서 지포스가 사라지는 미래까지 염두해둔 프로젝트다.
게임까지 사라진 데스크탑 PC의 미래는?
CES 2013에서 등장한 밸브 스팀박스, 레이저 엣지 프로, 그리고 엔비디아 그리드와 프로젝트 쉴드는 전통적인 데스크탑 PC가 없는 PC 게임의 미래를 보여주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다.
물론 아직까지 고사양 게임은 고성능 PC 하드웨어가 탑재된 가정의 데스크탑 PC 또는 PC방에서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오랜 기간 큰 돈을 들여 만든 온라인 게임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에서 '온라인 게임 - 데스크탑 PC - PC방'으로 이어진 PC 게임은 이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데스크탑 PC의 장점인 개방성과 확장성은 부담스러운 크기와 전문성을 요하는 유지관리, 어려운 조립 난이도 등으로 PC 시장에 신규 유저들이 유입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며, 여기에 '운영체제-게임-PC방'의 연결 고리까지 사라지면 관련 산업과 시장이 크게 위축될 거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인텔, 엔비디아를 비롯한 PC 하드웨어 업체와 게임 서비스 업체, 게임 주변기기 업체들은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데스크탑 PC가 없는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미래의 데스크탑 PC는 더 이상 책상 위에 머물지 않고 TV 뒤에 장착하기만 하면 바로 사용 가능한 스마트 TV의 업그레이드 킷 정도로 축소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