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6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공식 출시한 윈도우8은 전통적인 PC, 즉 데스크탑과 노트북은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스마트 기기에서 동일한 사용 환경을 제공, PC 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진영과 애플에 뒤처진 모바일 시장 영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윈도우8은 PC와 포터블 기기에 통일된 터치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이와 같이 PC와 모바일 시장을 아우르는 생태계 통합을 위한 MS의 윈도우 8은 ARM 기반 태블릿이나 임베디드 시스템을 위한 윈도우 RT, 스마트 폰을 위한 윈도우폰 8 등 모바일 시장 영향력을 고려하여 디자인된 때문인지 데스크탑 역시 터치 인터페이스에 적합한 매트로 UI(모던 UI)를 기본 인터페이스로 채택하고 있다.
화려해 보이는 터치 인터페이스, 데스크탑 PC에서 어려운 이유는?
스마트 기기와 PC에 동일한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인 모던 UI를 채택한 윈도우 8과 함께 데스크탑 PC 시장에도 키보드와 마우스에 이어 터치 인터페이스 도입 및 이를 위한 시장 활성화가 기대되었으나 데스크탑 PC 시장에서의 터치 인터페이스는 아직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기사에서는 PC 시장에서 터치 인터페이스의 고전 원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Round 1 : 스마트 기기와 다른 터치 디스플레이 환경
현재 태블릿은 10인치, 스마트폰의 경우 5인치 급이라는 크기의 한계가 있지만 데스크탑 PC의 디스플레이는 태블릿보다 2배 이상 큰 22인치와 24인치가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27인치나 30인치급 모니터 역시 보급에 탄력을 받고 있다.
PC의 터치 작업은 스마트 기기 터치 작업 대비 작업량이 늘게 된다
이 말은 단순히 표시 영역이 늘어난 것 뿐만 아니라 터치 조작을 위해 움직여야할 부분 역시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최대 네 배 이상 조작 거리가 늘어나면서 스마트폰 기기를 쥐고 있는 손의 엄지 손가락만으로 가능했던 작업을 위해 팔 전체를 움직여야 한다.
물론, 회전이나 제스처 명령(최소/ 최대화/ 앞으로/ 뒤로/ etc...)과 같은 경우 모바일 기기와 큰 차이없는 조작 방식도 있지만, 최대 10인치 급 화면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지는 스마트 기기와 달리, 그보다 4배 이상 넓은 면적의 대화면에서 이뤄지는 데스크탑 PC에서의 터치 조작은 전반적으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Round 2 : 피로하기 쉬운 PC 모니터 터치 환경
화면 크기에 의한 작업 효율성 외에 데스크탑 PC에 모니터를 이용한 직접 터치 입력 조작이 정착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스마트 기기와 데스크탑 PC 사용 환경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멋있어 보이지만 작업을 위해 계속 팔을 움직여야 한다면 그 피로는 과연?
스마트 기기는 작은 크기로 어디나 편하게 들고 다니며 활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데스크탑 PC 모니터의 경우 대부분 책상 위 사용자 눈 높이에 맞춰 스탠드를 조절하고, 모니터의 화면 표시 영역은 책상과 거의 수직으로 위치하게 된다.
이때 모니터 직접 터치 입력을 위해서 사용자의 팔이 모니터와 거의 수직, 지면과는 수평을 이루게 되므로 본격적인 작업을 위한 터치 입력은 사용자의 신체에 물리적 피로를 누적 시키게 된다.
즉, 스마트 기기에 비해 최소 2 배이상 넓은 화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터치 조작 거리, 대부분 책상 위 사용자 눈 높이에 맞춰 수직형으로 배치된 PC 모니터의 위치를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물리적 피로 등으로 인해, 데스크탑 PC 환경에 본격적인 입력 수단으로의 터치 인터페이스가 자리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Round 3 : 키보드와 마우스를 기본 염두한 PC 환경
위에서 살펴본 물리적인 이유 외에 터치 인터페이스의 도입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는 이미 PC의 기본 입력 장치로 확고히 한 키보드와 마우스에 맞춰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PC SW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기본 입력장치로 설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디스플레이의 대형화와 맞물려 키보드와 마우스에 최적화된 프로그램들은 단축키로 간단하고 빠르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터치보다 훨씬 적은 움직임으로 컨트롤이 가능한 고 DPI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터치 인터페이스보다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터치 인터페이스에 대한 필요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PC에 특화된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고 생소한 터치 인터페이스로 넘어갈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물론 PC 디스플레이가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면 가상 키보드를 활용할 수 있을테지만, 이 경우 가상 키보드와 손가락이 거의 수직에 가깝게 되거나 모니터와 사용자간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므로 편의성 면에서 실제 물리 키보드와 비교하기 어렵다.
Round 4 : 걸음마 단계인 PC의 터치 환경
윈도우 8이 모던 UI를 채택함으로써 PC 시장에 터치 입력 시대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 했지만, 앞서 언급했던 스마트 기기와 다른 PC의 물리/ SW 환경 차이로 터치 인터페이스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터치 모니터를 비롯, 일반 제품 대비 터치 지원 기기는 상당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모니터와 같이 터치 입력 장치의 보급을 위한 가격 안정화가 뒷받침 되어야 할텐데, 스마트 기기로 익숙해진 터치 스크린 모니터의 경우 동급 모델의 경우 대략 2 배 이상의 가격 차이를 보이며, 멀티 터치 제스처를 지원하는 마우스와 터치패드는 그 종류가 많지 않은데다 가격 역시 일반 마우스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어 터치 인터페이스 지원 하드웨어 자체의 보급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기본 입력장치로 상정하고 개발된 지금까지의 소프트웨어들을 대신할 터치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과 보급이 필요한데, 이는 기존 인터페이스를 새롭게 변경하면서 발생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추가적인 메리트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의 업그레이드 욕구를 끌어내기 어렵다.
PC의 터치 인터페이스 가능성은?
일체형 PC가 늘고 있지만 윈도우8과 터치를 지원하는 모델은 많지 않다
윈도우 95와 함께 마우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됐지만, 윈도우 95가 도입되던 초기만해도 DOS의 커맨드 입력 방식에 익숙하던 사용자들은 윈도우 95가 깔린 PC를 구매하고도 DOS 쉘을 사용하거나 다운그레이드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키보드와 함께 마우스가 자연스럽게 PC의 기본 입력장치로 자리잡은 것과 같이, 윈도우 8과 함께 본격적으로 도입된 PC의 터치 인터페이스 또한 시간이 흐르며 처음부터 터치 입력을 고려해 제작되는 프로그램과 하드웨어가 보급되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PC의 기본 입력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PC 환경은 디스플레이 직접 터치보다 모션 센서나 무선 터치 기기들이 적합하다
하지만 데스크탑 PC에서의 터치 인터페이스는 앞서 언급한 물리적 한계로 모니터 직접 터치 보다 터치 패드나 터치 마우스, 또는 모션 컨트롤러를 이용한 방식이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상대적으로 스마트 기기와 유사한 사용 환경을 제공하는 노트북 계열은 데스크탑보다 빠르게 터치 인터페이스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태초에 터치가 있었으니...
터치 인터페이스를 고려해 디자인된 운영체제인 윈도우 8과 함께 막 본격적인 걸음마를 뗀 PC 시장에서의 터치 인터페이스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을지는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윈도우 95와 함께 본격화된 마우스가 키보드와 서로 보조하는 방향으로 자리잡은 것과 같이 터치 인터페이스 또한 유사한 성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터치 인터페이스가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특이한 제품이 나와줄 것인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