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시간 그냥 글을 쓰고 싶어서 올립니다.
오늘은 분위기도 좋은 밤이라 자기고백을 좀 해볼까 합니다.
감자나무는 원래 겁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아마 유재석-하하를 능가하는 겁쟁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모르는것과 못하는것에 대한 공포가 아주 심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때도 감자나무는 상당히 허약체질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건 초등학교때 발야구를 하다 날아오는 공을 잡지못하고 머리에 맞은 것, 헛발질 했을때의 친구들의 비아냥, 그래서 친구들이 모여 운동을 하며 놀때는 같이 껴서 노는걸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못하면 못하는대로 즐기면서 놀아야하는데, 우리 어렸을때만 해도 그런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았죠 ㅋ 그리고 못하는걸 보여주는걸 극도로 싫어하는데다 그렇다고 열심히 뒤에서 연습하는 것도 아니어서 극도의 회피현상을 보였습니다. 그 이후엔 고2때 한학기정도를 제외하고는 공이라는걸 만져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정도로 극도의 회피현상을 보였냐면 군복무시절에도 단한번도 축구를하거나 운동을해본적이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ㅋ
커서는 못하거나 무서운 상황이 생기면 역시 극도로 회피하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그에대한 반작용이 몸의 이상증세로 나타났지요. 군대 훈련단에서도 남들 6주만에 마치는 훈련을 18주나 받은것은 그러한 회피현상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요 ㅡㅡ
지금요? 나이를 먹어서그런가 아니면 경험이 쌓여서 그런가, 그런것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요. 그렇지만 본성은 여전히 그대로 있습니다. 원치않는 상황이 되면 본능적으로 회피하게 되는 현상은 지금도 간혹 나타납니다. 대신 지금 그때와 다른건, 다른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키를 갖고있다는 것 정도이지요.
공군에 지원해서 간것도 그것때문이었습니다. 도저히 말도안되는 현상들을 받아들일 아량도 없거니와, '그냥 그래라 나는 모르겠다' 고 넘어갈 성격도 아니고 흔히 이야기하는대로 '까라면 까는' 것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설계된 두뇌라서, 거부하거나, 아니면 회피현상이 나타나지요. 남들 다 그러고 사는데, 남들 다 하는 그런 정도 조차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짐이었나봅니다.
그래서 나름 합리적이고 편하다는 공군에서도 아주 눈물겨운 스토리를 많이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아마 공군역사상 가장 다이내믹한 군생활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한번은 체련의 날의 영화 개봉에 Enemy of the State라는 영화를 상영하는데 너무 너무너무너무 보고싶어서, 보고도 하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갔다가 박살이 난 적도 있었지요. 굳이 핑계를 댄다면 보고하면 안된다고 할게 뻔했기에 무조건 봐야겠다는 맘 하나로 무턱대고 보러갔다가 내무반에 돌아와서 한시간동안 설교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 감당하지 못할 공포에 계속 울기만 했고 선임병장님은 그냥 조용하게 타이르기만 했지요. 고래고래 욕을 들은것도 아니고, 얻어맞은것도 아니지만 그 공포는 지금도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고참들은 절대로 저를 때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있을때만 해도 구타가 약간 있었습니다) 한대만 때려도 큰일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기때문에) 기 때문에 욕설을 들은적도, 맞은 기억도 없습니다. 항상 경직되어있었고 말을 더듬을정도로 겁을먹어서 아예 주위에서 건드리질 못했죠. 그렇다고 그런걸 즐긴 돌+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정말 겁을 먹었었으니까요. 그래서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진 않았습니다. 다들 그런 저를 이해해주었지요. 그 조직에 그나마 적응된 건 상병 5호봉을 달면서부터인거 같습니다.
그러나 저같은 사람도 그런 본모습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저와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항상 동경하지요
최근 몇달동안은 거의 5~6년동안 잊어버린 이런 제자신을 자꾸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저와 같이 일하는 xxx 기자와 yyy 기자 때문인데요, xxx 기자를 보면 제 옛날 모습이 가끔 보여 깜짝 깜짝 놀랍니다. 그런데 같은모습이 보였으면 더 감싸줘야 하고 챙겨줘야 하는데, 그런 제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오히려 더 격하게 화를냅니다. 그런 화가 끝나면 본인도 그렇겠지만 저도 매한가지로 허무하고 괴로운건 마찬가지인데 말이지요. 어느순간 그것을 깨우치고 나서는 그런모습에 화를 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올해는 딱 한번 그랬던거 같네요.
yyy 기자는 완전 반대의 경우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그때 제 앞에 앉아 아무말없이 저만 바라보고 있는 그 눈빛을 스쳐보았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살기...는 아니고 당당함 같은 것인데 이야기하면서 눈을 거의 마주치지 못했으니까요. 완전히 기에 눌렸지요. 지금도 가끔 그런 눈빛이 보이면 덜컥 겁이 납니다. 그 옛날의 회피현상이 다시 나타나지요. 그런 '기'에 눌리는건 나이나 지위같은 형식적인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 눈빛에 순간 지난 수십년이 필름흐르듯 지나갔는데요. 처음에는 덜컥 겁이났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당황했고, 나중에는 부러움 같은것으로 바뀌었지요. 지금도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이 문제는 혼자 스스로 깨지 않으면 절대로 누가 깨주지 않을 저만의 아킬레스건임에 분명하네요.
제가 이런 자기고백을 하는 이유는 이런 내면속의 깊은 나를 드러내면서 조금이나마 짐을 덜고자 함입니다. 보드나라의 감자나무는 위대한 사람일지 몰라도, 자연인 감자나무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니까요.
또다른 이유는 주위의 도움을 받고자 함에 있습니다. 분명 이글을 보드나라에 올리면 두 당사자들도 다 볼텐데 (ㅎㅎㅎ) 두분에게 하고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이미 한분은 저를 거의 달달 볶고 있지요. 감자나무가 이 아킬레스건을 과감히 떨쳐버릴때, , 지금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모습으로 제주의의 지인분들에게 보다 성숙된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음과 동시에 보드나라를 아시는 많은분들께 또다른 보드나라를 보여드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긴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감자나무의 수줍은 자기고백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