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 힘을 내세요 진정한 승자는 당신이니까요!

저는 일본의 경주마입니다
경주마로는 환갑을 넘긴 8살인데
사람들은 저를 '하루
우라라'(화창한 봄날)라고 부릅니다
1998년 데뷔후 113전 전패
만년 꼴찌입니다
몸집이 작고 폐활량이
떨어지는 데다
성격이 예민해 출전을 앞두고는 여물도 잘 못먹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한테 돈을
겁니다
1만3000명이 5억엔(50억원)어치를 산 적도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아무도 제가
진짜로 1등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랑받는 꼴찌가 된 것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기 때문일 겁니다
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체격이나 기량에서 훨씬 떨어지니까
다른 친구들이 요령
피우며 뛸 때도
전 한발한발 죽기살기로 뜁니다
말기 암환자 아주머니는 집 현관에 제 사진을 걸어놓고
명퇴
실업자들은 제 마권을 취업보증서마냥
가슴에 품는다고 합니다
제 마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제가 아니라
자신들이 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달려라 하루 우라라"라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달려라 나카무라" "달리자
야마모토"라고
자신에게 채찍질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는 10월 은퇴합니다
은퇴경기에서는 일본 최고의
기수가 저와 함께 합니다
1승의 꿈과 희망을 향해
저는 오늘도 내일을 준비합니다
'1등 지상주의' 맞선 꼴찌들
세상은 비웃었지만
희망을 놓지않았다
아름다운 꼴찌들…
올림픽도 '金메달 제일' 2등부터는 들러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충격으로
상업주의 꼬집은 도전과 열정에 박수갈채#1등 콤플렉스(1등이 모든 것을
독차지한다)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끝났을 때 국내 언론은 우리나라의 성적을 12위로 발표했다. 반면 미국 CNN방송은
9위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수로만 순위를 매겼고, CNN방송은 금은동메달을 모두 합친 메달수 집계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이번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 공식사이트(www.athens2004.com)는 각국의 순위를 2종류로 매기고 있다. 금메달
수에 의한 것과 전체 메달수에 의한 것이다.
우리는 유독 1등을 추구한다.
학생은 공부 1등, 직장인은 승진 1등,
사업가는 수익 1등 혹은 시장점유율 1등, 운동선수는 금메달 등등.
연전에 이런 TV광고가 있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에서 달에 착륙한 미국 우주비행사는 두사람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첫번째 내린 닐
암스트롱만 기억할 뿐 두번째인 에드윈 올드린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현실세계에서는 2등 이하는 무의미하다. 2등
이하는 사실상 꼴찌다. 오직 1등만이 승자가 되어 모든 것을 독차지한다.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노래처럼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The winner takes it all) 규칙에 패자는 승복해야 하는(But what can I say rules must be
obeyed)'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세상살이가 마냥 그렇게만
돌아간다면 무미건조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간혹 꼴찌에게 1등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보낸다.
4년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최고스타는 적도 기니의 수영선수 에릭 무삼바니였다.
남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 무삼바니는 헐렁한 반바지 수영복에 머리를 물속에
넣지않는 개헤엄으로 역영했다. 기록은 1분 52초 72. 100m 우승자가 결승선을 터치할 때 무삼바니는 아직 반환점도 돌지 못했던 셈이다.
수영장의 관중들과 TV로 이 장면을 지켜본 세계의 시청자들은 무삼바니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의
리마 아미지 역시 마찬가지. 학교 운동회에 참석한듯 헐렁한 반팔 티셔츠에 역시 헐렁한 검은색 바지 운동복을 입은 채 입을 앙다물고 뛴 그녀의
기록은 18초37. 우리나라 웬만한 초등학교 고학년보다 느리다.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지난 21일 육상 남자100m예선에 출전한 맬다이브의 사에드 술탄(28)이
화제다. 술탄의 기록은 11초72. 세계정상급 선수와 20m 가량 차이가 나는 기록이다. 80명 출전선수 중 꼴찌. 술탄의 체격(158㎝,
60㎏)은 왜소하기 그지없다.
하루전 여자 100m 예선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의 로비나 무큄(18)과 소말리아의 오마르
파르툰(18)의 기록도 각각 14초14와 14초29. 형편없는 꼴찌기록이지만 무큄의 기록은 아프가니스탄 최고기록, 파르툰의 기록은
개인최고기록으로 각각 공인받았다. 무큄은 경기후 "아프간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올림픽에 참가

했다"고 말했다. 같은날 페루의 이네스 멜초르(17)는 여자 육상 5000m 예선에서 선두그룹과 한바퀴가
차이가 나는 2분이나 뒤진 기록으로 골인했다. 멜초르는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줘 정말 감동했다"면서 "1등에 1바퀴나 뒤진 채 결승점을 향해
뛴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올림픽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올림픽 기준기록에 훨씬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올림픽조직위(IOC)의 배려 덕분이다. 스포츠 후진국에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주기위해 문호를
개방했던 것. 올림픽의 지나친 상업화로 비난받아왔던 IOC가 모처럼 올림픽의 참 정신으로 되돌아갔다.
반면 여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선수의 마지막 한발을 남겨놓고 바로 옆에서 춤을 추며 심리전을 펼쳤던 중국여자선수의 행동은 '당당한 꼴찌보다 못한 부끄러운 은메달'이었다.

서울대 야구부와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이 지난 5월 친선시합후 기념촬영을 했다. 순수 동호인
클럽인 서울대 야구부나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성심학교 야구부는 대학·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해 전패를 기록중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불굴의
도전정신은 스포츠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서울대 야구부, 성심학교 야구부의 1승서울대
야구부는 1976년 창단 이후 200회 가까운 국내 공식경기에서 단 한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달 열린 대통령기 대회에서도
연세대에 0-10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선수가 모두 15명. 외야나 내야 수비를 하다 급하면 투수로 등판한다. 국내의 대학 동아리 야구팀이
50여개에 이르지만 유독 서울대만 공식시합 출전을 고집하고 있다.
야구부 출신인 탁정근(38·서울 종운학교 교사) 감독은 "실력은
모자라지만 정규 공식시합 1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서울대생은 개인주의적이고 선후배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는 사회의 인식을
희석시키는 것이 가장 큰 소득" 이라고 말했다.
청각장애학생들로 구성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도 아름다운 꼴찌다. 2002년 9월
창단된 성심 야구부는 지난해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첫 출전,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배트에 공맞는 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청각장애학생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치고 달리는 모습은 승리제일주의에 물든 우리의 엘리트 체육현장에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성심학교 야구부원 가운데는 160㎝급
단신도 많다. 체격조건으로만 본다면 기존 야구팀에서는 선수가 되기도 힘들다. 그래도 오늘도 수업을 마치면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1승과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안고.
<8/27 국제신문 특집기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