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두 장 ‘불펌’해 50만 원 지불하고 받은 ‘합의서’▲ ‘영수증?’ 이게 무슨 ‘영수증’이냐고요? 대학생인 김모씨가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사진 두 장을 무심코 ‘펌질’ 한 것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김씨가 경찰에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7월 초. 몇 년 전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두 장의 사진이 화근이었습니다.
한 사진작가가 자신의 사진이 김씨의 개인 홈페이지에 무단 게재돼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김씨를 고소한 것입니다. 사진 한 장당 25만 원씩 50만 원. 사진작가와 합의한 김씨는 ‘사진이용료’를 톡톡히 치른 셈입니다.
김씨는 “경찰서를 오가며 합의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한 달여 동안 겪은 고통은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경찰로부터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 김씨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김씨는 사진작가와 합의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 생각하여 고소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업적인 의도나 목적 없이 개인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렸다”는 김씨는 사진작가에게 “우연히 인터넷 검색 중 찾은 사진인데 당시 출처를 확인할 수 없었고 사진주인이 누구인지도 표시 돼 있지 않았다”면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씨가 “얼마에 합의할 수 있냐”고 묻자 사진작가는 “내 홈페이지에 사진 가격이 있으니 참고하라”고만 할 뿐 즉답을 회피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사진작가의 홈페이지에서 ‘사진작품 사용 요금표’를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국내 인터넷 홈페이지에 6개월간 게재할 경우 장당 15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사진작가는 김씨에게 “장당 150만 원씩 300만 원을 배상받아야 하지만 학생이라고 하니 70만 원에 합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두 사람 사이에 합의금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됐습니다.
▲김씨가 사진작가에게 합의금 ‘50만 원’을 송금한 영수증▲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내 사진이 도용 돼 그만큼 피해를 봤다” 김씨는 결국 사진작가와 ‘50만 원’에 합의를 하였습니다. 사진작가가 요구한 배상금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여긴 김씨는 “법의 심판을 통해 내가 사용한 사진에 대한 배상금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 일로 인해 심신이 지쳐있었고 합의하는 과정 못지않게 재판 중에 큰 고통이 뒤따를 것 같아 중도에 포기했다”고 합니다.
김씨뿐만 아니라 최근 인터넷에서 사진, 영화, 음악 등을 무심코 다운받았다가 저작권 침해로 돈을 물어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각 경찰서에 저작권을 둘러 싼 고소가 빗발쳐 다른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합니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이 있는 음악, 사진, 그림 등을 다운받아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은 잠금장치가 안 된 경우 오른쪽 마우스만 클릭하면 누구나 손쉽게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작권을 침해할 경우 곧바로 처벌을 받을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작권법 위반은 친고죄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해서 바로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저작권자가 고소할 경우 형사책임까지 질수도 있습니다.
저작권 관련 고소 사건은 여느 사건과는 달리 철저히 ‘분업화’ 돼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작권을 가진 개인 또는 업체가 변호사에게 의뢰하면 변호사는 저작권 침해사례를 찾는 일을 대행업체에 맡깁니다. 대행업체는 인터넷 사이트나 개인 홈페이지 등을 샅샅이 뒤져 불법 파일을 갖고 있는 위반자를 찾은 후 위반자의 신상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 뒤 그 결과를 변호사에게 통보합니다. 변호사는 해당자에게 위반사항과 합의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메일 또는 내용증명을 보내 합의를 유도하거나 이러한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의뢰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사진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인터넷에 있는 사진을 무단 복제한 네티즌은 작가에게 얼마의 배상금을 줘야 합당할까요. 지난 7월 말 서울지방법원은 인터넷에 올려놓은 사진을 무단 복제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사진작가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B씨는 A 씨에게 사진 한 장에 10만 원씩을 물어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예술적 창작성이 인정되는 저작물을 작가의 승낙도 없이 무단으로 복제함으로써 사진의 저작권을 침해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무심결에 인터넷에서 사진 등을 ‘펌질’했다가 고소에 휘말린 사람들 대부분은 적지않은 합의금 요구에 시달리게 됩니다. 고소를 당한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은 누구의 작품인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소연합니다.
▲저작권법 위반? ‘무혐의’ 처분▲ 지난 4월 중순 서울 남부지검은 한 저작권 침해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형사처벌의 기준을 밝히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검색한 사진에 저작권 침해 경고가 없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 이 사진을 인터넷상에서 다운받아 사용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이기는 하지만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입장입니다.
한 프리랜서 사진작가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진 등을 돈 주고 사서 쓴다는 개념이 부족하다”면서 “보호받아야할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 쓰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한 사진작가가 수백, 수천 명의 네티즌을 고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고소장이 경찰서에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지만 정작 고소인들은 정식 수사가 이뤄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느냐”고 지적합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 네티즌들이 마음놓고 인터넷상의 자료를 활용하려면 저작권 침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 확립이 시급한 때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