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린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미국 시장에서 아이폰4, 아이패드2을 비롯한 구형 모델들을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ITC의 판정을 미국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1987년 이후 26년만에 처음이다.
3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ITC 결정에 대한 정착 판단을 위임받은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역정책실무협의회(TPSC), 무역정책검토그룹(TPRG) 등과의 심도 있는 협의를 거친 결과 ITC의 수입금지 결정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ITC는 지난 6월 AT&T등 미국 통신사가 판매하는 아이폰4, 아이폰3GS, 아이폰3, 아이패드2, 아이패드등 5종의 제품들이 삼성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하고 미국내 수입을 금지한다고 판정했다. 이들 애플 제품들의 경우 중국과 대만등에서 전량 생산되기 때문에 수입 금지처분이 내려지면 미국내 판매가 불가능하게 되며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없을 경우 ITC 판결을 이달 5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ITC의 결정을 승인하지 않은 이유로 애플이 침해한 삼성전자의 특허가 ‘표준 특허’라는 점을 들었다. 표준 특허란 특정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특허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된 특허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3세대(3G) 이동통신 관련 표준 특허(특허번호 348)다.
이 특허는 ‘프랜드(FRAND) 조항’에 해당하는 것이다. 프랜드 조항에 해당하는 표준 특허는 누구나 사용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애초 ITC는 지난 6월 ‘표준 특허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는 최근 표준특허 보유자들이 과도한 권한을 갖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방한 바 있으며 법무부의 표준특허 관련 소송에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판매금지 등의 조치를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이번 결정은 미국 소바자들의 권리를 중요시했다. 프로먼 대표는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에 미칠 영향과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정·재계에서 백악관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로비를 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공화 양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이 최근 프로먼 대표에게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해 달라”고 촉구했고, 통신업체 AT&T도 무역대표부를 압박했었다.
이번 ITC의 수입금지 명령에 대한 미 행정부의 거부권 소식에 대해 애플은 환영의, 삼성은 실망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이 획기적인 소송에서 혁신 편에 선 오바마 행정부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하고, "삼성은 이런 식으로 특허 시스템을 남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삼성전자 측은 "앞선 ITC의 판결을 배제한 미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하고 있다"라며 "ITC 결정은 삼성전자가 그 동안 성실하게 애플과 협상해왔다는 점을 올바르게 인식했던 판결이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ITC는 오는 9일,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스마트폰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정을 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에도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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