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리는 게이밍 PC의 개념과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대략적인 기준, 그에 이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바 있다. 게이밍 PC를 구매하기 전에 일반 소비자로서 어떤 안목을 가지고서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대략적인 방향을 모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게이밍 PC는 온라인 게임이든, 전통적인 타이틀 게임이든 점점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런 PC를 살 땐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등 서로 균형적인 부품 선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흐름을 찾았다.
그런데 부품 별로 정확히 어떤 기준에서 게이밍 PC를 위한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게 바로 2부에서 집중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에 보드나라는 이 주제를 가지고서 나만의 게이밍 PC를 위한 부품 선택 가이드를 정리했다.
바라던 게이밍 PC, 어떻게 골라야 하나?
지난 1부에서 다뤘던 것처럼, 게이밍 PC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적인 부품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간혹 가격을 아끼려고 프로세서는 터무니 없이 낮은 급을 택하더라도 그래픽카드를 지나치게 높은 성능의 제품을 조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불균형을 초래할 뿐이라 다뤘다. 프로세서가 그래픽카드를 떠 받치는 성능이 부족해 오히려 발목을 잡게 만든다는 것이다.
적어도 게이밍 PC를 위해 선택할 제품이라면 오직 가격대 성능비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몇 년 후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골라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상의 제품을 선택하란 것은 아니다. 어떤 게임을 즐겨하는지, 그 게임을 즐기는 주변의 환경 구성을 고려해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으로 부품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게이밍 PC를 살 때 그저 남들이 일러주는 제품들을 보고 고르기만 했다. 어떻게 보면 참 의미 없는 선택이다. 대체 어떤 기준선에서 나만의 게이밍 PC를 위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것일까? 분야 별로 내용을 확인해 보자.
프로세서는 최소 코어 i5 시리즈 이상 택해야
그 중에 프로세서는 게이밍 PC든, 그 어떤 PC가 됐든 항상 1순위로 생각하는 부품이다. 그래서인지 게이밍 PC와 보급형 PC를 나누는 기준선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같은 쿼드코어 프로세서라도 그 입장이 다른 제품들도 분명 있기는 하겠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게이밍 PC엔 늘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자리했고 보급형 PC는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차지했다.
▲ 코어 i5 시리즈는 게이밍 PC를 비롯해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프로세서다.
이 지표로 자주 활용되고 있는 것이 인텔의 '코어 i5 시리즈'다. 전 세대를 아울러 게이밍 PC를 산다고 하면 구매 대상에서 늘 빠지지 않았던 제품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가격과 성능이 절충된 모델이라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한 모델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인텔 코어 i5 시리즈 가운데 최신 제품인 하스웰 리프레시의 경우, 4세대에 걸쳐 개선된 코어 i5 프로세서로서의 성능과 상대적으로 적은 소비 전력, 합리적인 가격의 3박자 구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미 국내선 베스트셀링 프로세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배틀필드4를 비롯한 주요 고사양 타이틀 및 온라인 게임에서도 권장 사양으론 늘 코어 i5 시리즈 이상의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누차 언급해 왔기 때문에 반박할 여지가 없다. 이보다 성능이 더 좋은 코어 i7 시리즈를 고를 여유가 있다면 그 제품을 선택해도 좋다. 어디까지나 내만의 게이밍 PC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뿐이니 말이다.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760, 라데온 R9 280 이상이 최적
▲ 이 정도 그래픽카드면 고사양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래픽카드는 누가 봐도 이건 고성능 이라는 점을 알게 하는 수식어가 분명하게 표시돼 있다. 그 그래픽카드가 엔비디아 지포스라면 'GTX'를, AMD 라데온이라면 'R9" 라는 브랜드 이름을 찾기만 하면 된다.
이 표시는 인텔이 프로세서의 성능에 따라 코어 i3와 코어 i5, 코어 i7 브랜드로 나누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 지포스 GTX 그래픽카드와 라데온 R9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각자 그 시장에서 고성능을 상징하는 제품들이라 정의할 수 있다.
물론 이 표시가 붙어 있다해서 전부 다 고성능은 아니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고성능 그래픽카드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수식어를 달고 있으면서 이 그래픽카드가 최신 세대의 제품에 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GTX 760이 660 그래픽카드보다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최신 제품을 고르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요즘 세대에 들어 네이밍 순이 바뀌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세대 구분 없이 R9란 브랜드 명이 붙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이런 기준으로 살핀 고성능 그래픽카드라면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는 GTX 700 시리즈를, AMD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R9 시리즈를 말할 수 있는데, 최소 기준인 GTX 750 시리즈와 R9 270X는 거의 마지노선에 걸친 모델이다. 여기서 각자 한 체급 높은 지포스 GTX 760과 라데온 R9 280 그래픽카드가 그나마 게이밍 PC의 안정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메모리는 8 GB, 넉넉한 용량의 빠른 SSD 골라야
메모리와 SSD는 게이밍 PC의 게임 그래픽 성능과 밀접한 관계는 없지만, 쾌적한 게이밍 환경을 만들어 줄 제품으로선 분명 의미가 있는 분야다.
▲ 게이밍 PC에 장착할 DDR3 메모리는 4 GB 한 쌍이면 무난하다.
메모리는 기본적으로 DDR3 타입에 용량은 4 GB, 속도가 빠른 PC3-12800(1,600 MHz) 모델을 한 쌍으로 선택하는 패턴이 대부분이다. 4 GB 단일 구성으로는 시스템 사용 중 메모리 자원 부족 문제를 겪을 가능성 자체가 크고 요즘 게임들도 상당량의 메모리 자원을 끌어쓰는 경우가 많아 이용 중인 게임에 따라선 더 많은 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뭐 고사양 게임을 동시에 두 개 이상 켜 놓는 상황이 아니라면 4 GB 메모리를 듀얼채널 타입으로 구성해 게이밍 PC로 쓰는 것도 괜찮다. 여유가 된다면 8 GB 메모리를 한 쌍으로 선택해도 괜찮다. 그나마 요즘엔 8 GB 메모리 가격이 7~8만 원대로 떨어져서 이전보다는 살 만해져서다.
▲ 10만 원 초반이면 250 GB 대의 SSD도 무리 없이 넣을 수 있다.
SSD는 게임 속 빠른 로딩을 위한 필수품이다. 예전엔 비싸서 120 GB 대의 용량을 골랐지만, 이마저도 250 GB 대의 용량을 택해도 10만 원 초중반만 투자하면 살 수 있게 됐다. 게임 외에 저장할 데이터 용량이 많다면 보조용으로 하드 디스크를 추가해도 괜찮지만 256 GB 정도면 몇 개의 고사양 타이틀 게임과 온라인 겡미을 설치해 놓고 쓸 용도론 부족하지 않다.
PC 케이스와 파워, 안정성을 위해 튼튼한 제품 봐 둬야
PC 케이스와 파워도 게이밍 PC의 성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발열량이 많은 게이밍 PC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선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2~3만 원 안팎의 저가형 PC 케이스의 경우, PC의 진동에 의한 공진음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 더 많은 양의 소음을 유발하거나 통풍이 취약해 먼지가 금방 쌓이는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 내부 청소 시 부품을 분해했다 다시 장착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이런 자잘한 구성을 만족시킬 제품을 찾아야 한다.
▲ 이 정도 수준의 PC 케이스는 되어야 두고두고 쓴다.
최소 0.6 T 이상으로 강판이 두꺼우면서 내부 섀시 설계가 괜찮은 게이밍 PC 케이스를 찾는다면 최소 5~6만 원 정도는 예산을 잡는 것이 낫고, 매니아적인 감성과 튜닝 효과를 노려보겠다면 옵션으로 10만 원 이상의 빅타워 PC 케이스 혹은 리안리와 실버스톤 등의 명품 PC 케이스를 고르는 것도 괜찮다.
▲ 모듈러 케이블에 효율이 좋은 파워는 유지 관리에 용이하다.
파워 서플라이 역시 안정적인 출력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부품의 고장률과 연관성이 비교적 높은 분야기도 해서다. 요즘엔 높은 효율을 상징하는 대기 전력 1 W, 80 플러스 인증, 최소 3년 이상의 무상 사후 지원 등을 조건으로 내세운 경우가 있는데, 고사양 그래픽카드 장착을 고려한다면 600 W 출력 이상의 제품을 권한다.
케이블 타입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네이티브 방식 보다는 선 정리가 쉽고 케이스 내부 통풍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모듈러 타입의 제품이 쓰기 좋다. 가격대로는 600 W 제품을 기준으로 최소 7~8만 원 이상하는 제품이 알맞다.
크면 클수록 좋은 모니터, 32 인치형 이상으로
▲ 요즘 게이밍 모니터론 32 인치형 이상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낫다.
게이밍 PC에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메모리와 SSD요,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은 단연 '모니터'다.
화면이 큰 모니터를 선택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론 시각적인 만족도가 커서다. 해상도는 둘 다 풀HD로 같은데 인치 수가 23 인치와 32 인치로 다르다면 상대적인 화면의 몰입도는 32 인치 모델이 우세하다.
예전 같으면 가격적으로 비싸고 모니터 앞에 있으면 더워서 사지 않았을 모델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근 40만 원 정도면 32 인치형 모니터를 살 수 있고 발열과 전력 소모량도 적어 무더운 여름철에 사용해도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PC 방에서도 32 인치형 모니터를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고 심지어는 39 인치형 모니터 등 화면이 더 큰 제품을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화면이 크면 더 잘 보이고 시야가 탁 트이니 이런 모니터를 선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조금 더 커진 화면에 높은 해상도를 원한다면 4K UHD 모니터를 게이밍 PC에 맞출 모니터로 선택할 수도 있다. 이같은 모니터로는 원가 절감을 위해 TN 패널을 쓴 경우가 많은데, 40~50만 원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돼 있기도 하다.
수준에 맞는 나만의 게이밍 PC 짜 보길...
위와 같이 준비한 가이드라인을 따라 나만의 게이밍 PC를 짠다면, 향후 2~3년 정도는 업그레이드를 고려치 않아도 된다.
최근 부쩍 오르고 있는 몇몇 게임의 하드웨어 권장 사양을 따라 반영한 것이기에, 이들 게임이 주류가 되는 시기가 오더라도 결코 밀리지는 않을 수준이라서다. 경우에 따라선 그 시기가 조금 더 일찍 다가와 업그레이드를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 이 걱정을 앞서서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주로 즐기는 게임이 무엇인지, 얼마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인지를 잘 따져서 게이밍 PC에 접근한다면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다. 수준에 딱 맞을 게이밍 PC를 장만하자는 것이니 여의치 않다면 우선적으로 가능한 부분만이라도 업그레이드를 먼저 진행하는 것도 괜찮은 방향이다.
그 중에서도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는 게이밍 PC의 성능을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 부분 만은 게이밍 PC 가이드라인을 잘 따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신 세대의 인텔 코어 i5 시리즈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조합하는 것 말이다.
그럼 이 정도 수준으로 맞춘 게이밍 PC를 일반 소비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사면 좋을까? 이에 관한 내용은 2주 후에 실릴 3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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