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5를 위해 VGA 업그레이드 하려고 봤더니 가격이?
GTA 5가 최근 PC 게임계를 핫하게 달구고 있지만 기자는 개인적으로 한 번도 GTA 5를 실행해본 적이 없다. GTA 5 자체가 기자 개인 취향에 직격하지 못한 것도 한 가지 이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포스 9800 GT를 쓰고 있는 것일 것이다.
덕분에 기자는 4년전 출시된 테라를 2년 전부터 계속 즐기고 있다. 출시 당시 권장사양을 넘기 때문에 그냥 저냥 즐기기엔 문제 없지만, 계속된 업데이트로 최근 권장 사양이 GTX 660 이상으로 업데이트되어, 기자는 말 그대로 진흙인형 놀이 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물론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를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래픽 카드 가격.
한마디로 결론 내리면, 비싸졌다.
GTA 5, 잠들어 있던 VGA 가격 인상 문제를 깨우다
VGA 자체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성능 정체 문제를 함께 고려하면 그 결과는...
PC 게이머를 자처한다면 업그레이드 1순위는 그래픽 카드로, NVIDIA 계열 그래픽 카드에서는 최소한 메인스트림급 모델인 지포스 x50 시리즈나 퍼포먼스급 x60 시리즈 정도는 되어야 100% 만족은 못해도 큰 문제없이 게임할 수 있는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보통 10만원 대에서 20만원 초중반으로, 신규 제품이 출시되면서 일정부분 오르거나 내리기는 했지만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물론, 기자는 어떤 제품군에서나 있을 수 있는 한 때의 가격 인상을 들어 가격이 비싸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보기에 따라서는 신제품이 전 모델과 비슷한 가격에 출시되었으니 오히려 가격이 낮아졌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의 가장 큰 동인인 최신 게임을 위한 성능을 대입해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메인스트림급 뿐 아니라 퍼포먼스급에서도 성능 정체가 발생했다(크라이시스 3 성능 비교)
먼저 메인스트림급 x50의 성능을 이야기해 보면 GTS 250에서 GTS 450로 세대 교체할 때부터 GTX 650까지 메인스트림 라인업은 거의 성능이 변하지 않았으며, GTX 750에 와서야 눈에 띄는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 하지만 다음 모델인 GTX 950은 아직까지 선보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다시 성능이 정체되고 있다.(참고 : GTS 450 성능 / GTX 550 Ti 성능 / GTX 650 성능 / GTX 750 성능)
그나마 퍼포먼스급에서는 세대가 변하면서 전세대에 비해 적절한 성능 향상을 보여왔지만, 위 크라이시스 3 벤치마크 결과로 확인할 수 있듯 지포스 GTX 760에서 지포스 GTX 960으로 세대 교체하면서 성능 정체가 일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초기 출시가는 비슷하거나 더 쌀지 몰라도, 실제 구매시에는 더 비싼 가격에 성능은 그대로인 최신 제품을 사야하니 이것만으로도 가격이 올랐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며, 최신 게임일수록 요구 사양이 조금씩, 혹은 확연히 높아진다는 점과 그래픽 카드의 성능 정체가 더해지면 이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GTA 5는 수면 아래 잠들어있던 VGA 성능 정체에 따른 가격 인상 문제를 끄집어냈다
게이머에 따라서는 어쨌든 출시 가격 자체는 거의 동일하게 조금이나마 개선된 제품을 살 수 있으며, 비용이 부담된다면 출시 이후 시간이 지나 가격이 낮아진 전 세대 모델을 사도 되니 평상시라면 그다지 문제될 부분은 아니라고도 볼 수 있지만, GTA 5가 출시되며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성능 정체 현상에 의한 문제가 대두되었다.
최신 게임일수록 경쟁작과의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그래픽 기술 도입으로 인해 조금씩 높아져가던 시스템 요구사양은 GTA 5에 와서 최소 2GB 이상의 VRAM을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는 구형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 사용자들까지 업그레이드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참고 : 이제는 업그레이드할 때, 구시대 하이엔드 VGA의 사형선고 GTA5)
계속된 VGA 성능 정체는 게이머에게 상위 등급 그래픽 카드를 강요한다
결국, GTA 5를 위해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보니 성능 향상이 정체된 퍼포먼스급으로는 만족스럽게 즐기기 어려운 상황임을 파악하게 되었으며, 이는 퍼포먼스급으로도 최신 게임을 최고옵션에서 즐기는데 큰 문제가 없었던 예전과 비교되는 부분이다.(참고 : 배틀필드 4 벤치마크)
즉, 그래픽 카드의 성능 정체와 최신 게임의 고사양화가 맞물리면서, 그래픽 카드 자체의 가격은 큰 변화가 없지만 게이머가 최신 게임을 예전과 같은 수준의 성능으로 즐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체감 비용이 대폭 상승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기자가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비싸졌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NVIDIA의 체감 그래픽 카드 가격이 대폭 상승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NVIDIA 그래픽 카드의 성능과 가격 문제 원인, 독점적 시장 점유율
기자는 이에 대한 가장 큰 요인으로 외장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 NVIDIA의 독점적 지위를 꼽는다.
2014년 4분기 기준 외장 그래픽 카드 시장 점유율 76%를 차지한 NVIDIA가 다양한 게이머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제품을 급하게 출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여, 지금과 같이 성능 정체와 라인업 완성을 미적거리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11년간 AMD와 NVIDIA의 VGA 점유율 변화(클릭시 원본)
실제로 지난 11년간의 AMD와 NVIDIA의 점유율 변화를 살펴보면, 라데온 HD 5000 시리즈보다 출시도 늦고, 점유율 역전 위기설까지 나오던 2010년 경에는 퍼포먼스급 GTX 460 모델만 네 가지에 현재까지 끝자리 5번의 마지막 모델인 GTX 465를 출시한데 이어, 지포스 500시리즈에서는 세 가지 GTX 560 모델, 600시리즈에서는 GTX 650 시리즈에 세 가지 모델을 공격적으로 출시했다.
시간을 조금 뒤로 감아 지난 2006년 상황을 보면, AMD에 역전당했던 상황을 반전 시키기 위해 지포스 8000 시리즈와 9000시리즈에서도 다양한 모델을 공격적으로 출시한 모습이 확인되는데, 이후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라인업이 점차 단순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대로 경쟁이 이뤄졌다면 GTX 960과 GTX 970 사이와 GTX 950등 수많은 제품이 나왔을 것이다
이러한 NVIDIA의 라인업 정책이 극대화 된 것이 바로 지포스 900시리즈로, 현재 퍼포먼스급 모델명으로 출시 중인 지포스 GTX 960은 전세대 메인스트림급 라인업에 적용되었던 메모리 버스 128bit가 적용되었다. 따라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GTX 960이 원래 10만원 대의 GTX 950이나 GTX 950 Ti로 나왔어야 하는 제품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AMD에 점유율을 위협받던 시절이었다면 이미 GTX 960과 GTX 970 사이에 수없이 출시되었을 법한 모델에 대한 정보조차 GTX 960 이후 거의 반 년 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반해, 라데온 R9 390X에 대응하기 위한 모델인 GTX 980 Ti의 정보만 야금 야금 퍼지고 있는 것도 근거로 들 수 있다.
모바일 플랫폼에 눈돌린 NVIDIA, 그래서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IDC는 2014년 대비 2019년 PC시장은 소폭 감소, 모바일 시장은 45% 성장을 예상했다
기자는 또 다른 이유로 급격히 성장 중인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캐시카우(Cash Cow)인 GPU 분야의 중요도가 NVIDIA 내부에서 낮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IDC는 2019년까지 PC 시장이 소폭 감소하겠지만 모바일 시장은 약 45%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정체중인 PC 시장과 달리 이러한 모바일 시장은 NVIDIA에게 매력적인 기회의 땅으로 보일 것이다.
NVIDIA는 눈에 띄게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모바일 시장 대응을 위해 NVIDIA는 지포스 그래픽 기술에 기반한 쉴드 테블릿과 쉴드 포터블, 안드로이드 TV NVIDIA 쉴드를 출시하고, 자동차 분야의 인포테인먼트 시장의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모바일은 이미 퀄컴과 삼성, 애플, ARM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뛰어든 레드 오션이기에 후발 주자인 NVIDIA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므로, 의미있는 영향력을 확보하기 까지 모바일 사업에 투자할 자금 확보를 위해 GPU 시장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도 판단한다.
그래서 모바일 시장에서 성과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래서, 이렇게 GPU 배짱장사를 하게 만든 NVIDIA 모바일 사업의 핵심인 테그라는 얼마나 성과를 내고 있을까?
최근 4년간의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서 테그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3.6%에 불과한데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좋은말로도 안정적이라 평가하기 어려우며, 그에 비해 GPU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국, 최근에는 모바일 AP 개발을 위해 인수했던 아이세라(Icera) 모뎀 사업을 중단하고 기술 및 사업부 매각에 나설 것을 발표하면서 모바일 시장에서 한 발 빼려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며, 대신 자신들의 GPU 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모바일 게이밍 디바이스와 인포테인먼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능 정체와 라인업 완성 연기, NVIDIA 자신도 위협하는 부메랑
2014년 4분기, 세 배까지 벌어진 AMD와 NVIDIA의 점유율 차이
일반 사용자의 가장 큰 PC 업그레이드 동인(動因)은 누가 뭐라해도 게임 성능을 위한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로, 현재 판매중인 NVIDIA의 게임을 위한 그래픽 카드는 크게 10만원대의 메인스트림급과 20만원대의 퍼포먼스급, 40만원전후의 하이엔드와 그 이상 제품으로 구분된다.
GTA 5로 인해 그래픽 카드에 대한 업그레이드 관심이 높아졌지만, 자신이 사용 중인 제품의 상위 등급 제품 업그레이드는 두 배라는 가격 차이로 인해 게이머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동급의 신세대 모델과 구세대 모델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면 사용자는 아예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게된다.
VGA의 성능 정체로 인한 가격 상승 효과가 계속 되면 차라리 콘솔을 사고 말지...
물론 새로운 세대의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의미있는 성능 향상이 어려울 수도 있고, NVIDIA의 GPU를 생산하는 TSMC 때문에 신규 모델 출시가 늦을 수도 있으며, 기타 내/외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PC 그래픽 시장의 높은 점유율에 안주한 채 테그라 기반 모바일 시장 공략에 정신이 팔려 최신 그래픽 카드의 성능 정체와 현재 같은 라인업 구성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직까지 지포스 9800 GT를 쓰는 기자가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 게이머들은 그래픽 카드를 포함한 PC 업그레이드에 대한 관심을 접고 속 편히 즐길 수 있는 콘솔로 전향하는 부메랑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가 되면 PC에 필수적인 CPU와 플랫폼 사업이 가능한 인텔이나 AMD와 달리 독자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NVIDIA에게 상대적으로 더욱 큰 타격이 될 것임은 자명하며, 일부를 제외한 PC 게이머는 PC게임의 최고 품질 그래픽을 그저 그림의 떡으로만 보게 될 것이다.
NVIDIA 역시 이러한 점을 알기에 AMD의 신제품에 대한 대응 모델을 빠르게 내놓으며 페이즈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경쟁사만을 의식하지 말고 NVIDIA와 게이머 모두를 위해 가능한 빠르게 현재의 성능 정체 현상과 라인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영상] 시작된 AI칩 시장의 헤게모니 싸움!,성능의 엔비디아에 맞서는 효율의 반엔당연합(AMD, INTEL, 범클라우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