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은 코어 게이머들을 겨냥하여 플래그십 그래픽카드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엔비디아(NVIDIA)의 지포스 GTX 타이탄(TITAN) 시리즈를 들 수 있다.
2013년 3월에 선보인 타이탄 첫 번째 모델부터 올해 3월 출시 된 타이탄X 모두 같은 세대 그래픽카드 중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성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타이탄 시리즈에는 한 가지 징크스가 있다. 타이탄의 자리를 위협하는 신제품을 엔비디아 스스로 빠르게 출시한다는 징크스 말이다.
소비자 당혹케 만든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가격 정책
플래그십 그래픽카드답게 가격대가 높은 타이탄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PC 컴포넌트 중 가장 빠른 발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보다 개선 된 제품이 빠르게 출시 되는 것이 흔한 일이다.
타이탄 시리즈는 당대 최고의 플래그십 그래픽카드라는 명목으로 싱글 GPU 기반 모델에 999달러라는 높은 가격이 책정 되었는데 성능에 민감하고 지포스 브랜드를 신뢰하는 하이엔드 유저들은 그 부담을 무릅쓰고 제품을 구매하였다.
타이탄 첫 번째 모델보다 게이밍에 강한 지포스 GTX 780 Ti
그런데 타이탄 첫 번째 모델을 구매한 이들은 그 해가 지나기 전에 당혹감을 맛보게 되었다. 타이탄 출시 후 8개월만에 출시 된 지포스 GTX 780 Ti가 가격은 300달러나 낮은데도 게이밍 성능에서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용 배정밀도 연산 성능은 타이탄이 더 높지만 게이밍 그래픽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구매한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답답할 노릇이었고 중고 처분은 헐값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타이탄X 출시 후 3개월만에 선보여진 지포스 GTX 980 Ti
올해 타이탄X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더 큰 당혹감을 맛보았다. 엔비디아가 타이탄X를 출시한지 3개월도 지나지 않은 6월 초에 지포스 GTX 980 Ti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성능은 타이탄X보다 5~10% 가량 부족하지만 가격이 350달러 낮은 649달러에 불과하여 성능이 공개 된 이후 타이탄X 사용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두 제품 간 가격 차이가 50만 원 정도에 달하는데 성능 차이는 고작 그 정도라면 엔비디아의 가격 정책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AMD 견제를 우선시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은 하이엔드 유저라면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항이므로 타이탄 시리즈보다 더 뛰어난 그래픽카드가 금세 나왔다고 해서 엔비디아를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지포스 GTX 780 Ti와 GTX 980 Ti의 출시 배경이 문제이다.
AMD가 타이탄을 따라 잡을만 하면 신제품을 출시했던 엔비디아
AMD는 지난 2013년 10월에 새로운 하이엔드 그래픽카드로 라데온 R9 290X를 출시하였는데 성능이 타이탄 첫 번째 모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으나 몇 주 뒤 지포스 GTX 780 Ti가 출시 되자 그 관심은 엔비디아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올해에는 AMD가 타이탄X와 비슷한 성능의 R9 퓨리(FURY) X를 한결 낮은 가격으로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그보다 앞선 6월 초에 지포스 GTX 980 Ti가 시장에 나왔고 엔비디아는 AMD의 반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즉 엔비디아는 AMD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타이탄 시리즈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을 감수하며 후속 제품들을 출시해왔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현재와 같은 정책으로는 플래그십 타이탄 지위 유지 쉽지 않다
최고라는 타이틀과 가격에 걸맞는 고객 대우가 필요하다
신규제품이 출시되면서 구제품보다 더욱 경쟁력있는 가격에 경쟁력있는 제품이 출시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은 언제나 진보하며, 진보된 기술은 더욱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도 한다. 어찌되었건 타이탄 시리즈를 구매하지 않은
사용자들은 타이탄보다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조금의 시간을 인내한 후에 더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정도의 일정한 수명주기는 필요하다. 현재처럼 제품의 수명이 물리적인 수명보다 정치적인 수명이 더욱
작용하는 요즈음, 제품의 적당한 (아주 상대적인 단어이긴 하지만) 정치적 수명을 일정 기간동안 보장해주는 것 역시 판매자의 몫이다.
현재 국내에서 타이탄X의 가격은 130~140만 원대이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수준이지만 최고의 성능을 추구하는 하이엔드 유저들은 기꺼이 투자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번 타이탄 시리즈와 같이 후속제품이 더 좋은 조건에 출시되면서 정치적 수명이 급속히 짧아지게 되면 제품의 플래그십으로서의 가치 역시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새로운 타이탄이 출시 되어도 소비자들은 학습효과에 따라 금세 더 대단한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 여기고 구매를 하지 않을 것이며, 타이탄 시리즈의 플래그십으로서의 가치는 상실된다. 이는 엔비디아에게도 결코 긍정적인 점은 아닐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구매자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최고의 그래픽카드 기업이라면 마땅히 그 제품 구매자들도 최고로서 대우해줘야 하며, 이를 통해 신뢰를 쌓아 나가야
타이탄 뿐 아니라 모든 지포스 시리즈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 엔비디아에 대응하는 인텔 가우디3/AMD MI300/범클라우드 진영의 NPU/,그리고 AI 하드웨어 개발 흐름과 추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