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규격이 공존하던 PC의 외부 인터페이스는 지난 1996년 USB 1.0이 등장하면서 과장 조금 보태 USB 천하통일 시대가 이뤄졌다.
일단 기존의 직렬/ 병렬 포트에 비해 대폭 크기가 작아져 같은 면적에 보다 많은 장비를 연결할 수 있으며, 플러그앤플레이와 PC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도 연결과 분리가 가능하고, 자체 전력 공급이 가능한 점, 특허료가 없기에 보다 많은 업체에서 제품이 출시될 수 있었다.
이후 20여년간 PC의 외부 인터페이스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USB는 버전 3.1까지 하위호환을 유지하며 초기 1.5Mbps(Low Speed)성능은 10Gbps까지, 커넥터도 초기의 직사각형 Type-A에서 위/아래가 똑같은 Type-C, 스마트폰에 USB 메모리를 꽂으면 외장 메모리로 인식하는 OTG(On-The-Go) 같은 편의 기능을 더해가며 발전해왔다.
부족한 전력 공급을 위해 등장한 USB PD(Power Delivery)
이번 기사에서 살펴볼 내용은 이러한 USB의 기능 중 최대 100W 전력 공급이 가능한 USB PD(Power Delivery) 규격으로, USB PD 규격 자체는 지난 2012년 7월 제정되었지만 실제 제품은 실제 관련 제품이 선보인 것은 다음해 초 개최된 CES서 프로토 타입을 통해서였다.
USB PD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USB 포트 자체의 전력 공급능력 부족이 가장 큰데, 가장 널리 보급된 USB 2.0 포트는 500mA(2.5W), 이제 본격적으로 보급을 이야기할 수 있는 USB 3.0이 900mA(4.5W)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갈수록 확대되는 USB 기기 종류와 전력 요구량에 맞춰 USB PD가 등장한다
이는 인텔 썬더볼트가 최대 10W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으로, USB는 소비전력 10W도 안되는 3.5인치 외장 HDD나 USB 모니터를 연결하는데도 거추장스러운 전원 어댑터를 쓰거나 Y형 케이블을 써야헀다.
주변 기기의 인터페이스 통합으로 시작된 USB 지만 갈수록 지원 디바이스의 범위가 확대되고, 태블릿과 스마트폰, 보조배터리같이 USB 방식으로 충전하는 기기의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면서 USB의 전력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등장한 규격이 바로 USB PD이다.
인텔 스카이레이크와 함께 본격 등장한 USB PD
USB PD는 USB 2.0 이상의 규격 및 Type-A/ B/ C 포트 - 커넥터와 함께 조합되어 사용할 수 있는데, 당초 1.0 규격에서는 각 장치를 연결해 데이터와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케이블내 마커를 참조해 최대 전력을 제한했으나, 2014년 9월 발표된 2.0 규격에서는 USB Type-C 포트에 대한 지원과 양방향성, 즉 USB PD 장비에서 다른 USB PD 장비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되었으며, USB 장치 자체에서 최대 전력 공급을 조절하도록 바뀌었다.
USB PD는 총 다섯 가지의 프로파일 규격에 따라 최대 전력 공급량을 10W/ 18W/ 36W/ 60W/ 100W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지난 9월 본격적으로 등장한 인텔 6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스카이레이크 지원 100시리즈 메인보드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가바이트 Z170 게이밍 G1 제이씨현 메인보드에 제공되는 USB PD 5.25인치 모듈
USB PD는 최대 100W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를 제어하기 위한 회로 구성 공간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어 규격 발표 초기부터 기존 메인보드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는 실제 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5.25인치 모듈 형태로 지원되고 있다.
100W 전력 공급이 가능한 USB PD 모듈의 하우징을 열어 일반 USB 3.1 포트용 5.25인치 베이와 비교해보면 USB PD 지원 모델의 PCB가 두 배 이상 큰 것을 알 수 있는다. 기가바이트의 고급형 메인보드에 함께 동봉된 USB PD 지원 베이는 100W 전력 공급을 위해 2개의 SATA 전원 커넥터를, 데이터 전송을 위해 SATA Express 포트와 연결하도록 설계된 반면, 일반 USB 3.1 전면 베이는 미니 4핀 전원 커넥터만 갖추고 있다.
USB의 새로운 미래 USB PD, 대중화는 미지수
USB PD는 규격상 USB 2.0과 조합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최신 기술인만큼 최신 규격인 USB 3.1에 맞춰 적용되고 있는데, 최대 100W 전력 공급을 위한 디자인 때문에 아직은 메인보드 제조사들도 메인보드 자체에 구현하기보다 별도 5.25인치 모듈을 통해 지원 중이며, 일반 USB 포트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혁신적인 기술 발전이 뒷받침되지 않는한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USB PD 시스템이도 장치마다 지원 프로파일이 다르면 최대 지원 전력량이 다르므로 꼭 100W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상위 프로파일 장치를 하위 프로파일 시스템에 연결한다면 전력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으므로 별도의 전원 어댑터가 필요하다. 이 경우 일반적인 USB + 전원 어댑터 구성과 차이가 없는데다, USB PD 디바이스와 시스템이 어떤 프로파일을 지원하는지 일일이 따져보는 불편함이 발생한다.
여기에 3A(15W)까지 전력 공급이 가능한데다 직사각형 형태의 USB Type-A 보다 작고 위아래 구분이 필요없는 USB Type-C는 스카이레이크 출시 이전부터 등장해, 900mA(4.5W)에 불과한 USB 포트의 전력 공급 능력도 상당 부분 개선되는 중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USB PD는 높은 전력이 필요한 복합기나 USB 모니터, 무전원 USB Dock 같이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여타 USB 장비는 Type-C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치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IT 업계의 흐름이지만, PC 외부 인터페이스를 천하통일하다시피한 USB 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지 예측해보는 것은 소소한 재밋거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