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의 침체와는 별개로, 아니, 어쩌면 그 때문인지 PC는 갈수록 매니악한 분야로 취급받고 있는데, PC의 발전은 그동안 매니아들이 한 번쯤 꿈꿔봤던 하이엔드 모델 그래픽 카드의 미니ITX급 구성이 가능하게되었다.
그 포문을 연 것은 제조사 커스텀을 거쳐 미니ITX 시스템을 위한 소형 모델이 등장한 NVIDIA 지포스 GTX 970 모델로, AMD에서는 하이엔드 모델인 라데온 R9 Fury X를 그대로 줄인 라데온 R9 나노(Nano)로 하이엔드 미니ITX 게이밍 시장에 등판했다.
미니ITX 크기에 풀 스펙 Fiji GPU 담은 AMD 라데온 R9 나노
AMD 라데온 R9 나노와 퓨리 X에 탑재된 Fiji XT GPU의 핵심 기술인 HBM(High Bandwidth Memory)는 쉽게 말해 GPU와 3D 메모리를 하나의 다이에 올려 인터포저로 연결해 공간과 소비전력, 성능을 개선한 기술로, 현 세대 그래픽 카드의 주력 메모리인 GDDR5보다 94% 더 작은 크기를 갖추고 있으며, 전력대 성능을 세 배 이상 개선했다.
라데온 R9 퓨리 시리즈와 나노의 핵심인 Fiji GPU의 핵심인 HBM에 대한 세부 내용은 기존에 보드나라 기사를 통해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라며, 이번 기사에서는 Fiji GPU의 특성을 극대화한 라데온 R9 나노의 제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볼까한다.(참고 : AMD가 말하는 그래픽 메모리 HBM, 차세대 GPU/APU 성능 향상의 열쇠)
라데온 R9 나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라면 떠오르는 ATX 메인보드를 가로지르는 크기의 편견을 깨고 PCIe x16 슬롯과 거의 동일한 크기로 제작되어 미니ITX 시스템 구축에 적합한데, 실제 PCB 회로의 길이는 15.2cm로 미니ITX 메인보드의 크기인 17cm는 물론이고, 현재 출시 중인 미니ITX급 지포스 GTX 970 모델들과 비교해서도 작은 크기이다.
출력 포트는 세 개의 디스플레이포트와 한 개의 HDMI포트, 1개의 8핀 보조전원 커넥터를 갖추고 있으며, 전원부는 4+1페이즈와 3+2페이즈 듀얼 출력 구성이 가능한 디지털 멀티 페이즈 컨트롤러인 IR3564 기반으로 전원부가 구성되어있다.
라데온 R9 나노 전원부의 특징 중 하나는 원통형으로 솟아있는 솔리드 캐퍼시터가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그대신 보다 높은 수명과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으로 알려진 Hi-c 캐퍼시터가 사용되었다.
쿨링 솔루션은 히트파이프와 베이퍼챔버의 듀얼 구성으로 GPU 및 HBM 메모리를 냉각해주며, 전원부 쿨링을 위한 히트파이프와 방열판 겸, 작은 크기 때문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나노의 무게(약 600g)를 지탱해주고 PCB의 휨을 방지하기 위한 일체형 브라켓을 확인할 수 있다.
라데온 R9 나노 vs 라데온 R9 퓨리 X
라데온 R9 나노는 작은 크기와 함께, 스펙상 동일 GPU가 사용된 라데온 R9 퓨리 X보다 최대 클럭이 50MHz 낮은 뿐인데도 스펙상 TDP가 100W나 낮은 것으로 알려진 점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3DMark Fire Strike Ultra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실제 소비전력은 이러한 스펙 차이가 제대로 반영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GPU를 쓰면서도 100W나 차이나는 소비전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동일 시스템에서 3DMark Fire Strike Ultra 테스트의 그래픽 테스트 1번 항목을 진행하는동안 GPU-Z로 라데온 R9 퓨리 X와 라데온 R9 나노의 GPU 동작 클럭과 GPU 전압을 0.5초 단위로 측정해 확인해 보았는데, 라데온 R9 퓨리 X는 테스트 구간에서 스펙상 GPU 클럭인 1050MHz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라데온 R9 나노는 대략 850MHz대에서 동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라데온 R9 퓨리 X보다 라데온 R9 나노의 동작 전압이 전반적으로 낮게 측정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문의에 대한 AMD의 답변에 따르면, 라데온 R9 나노는 전력 효율 향상을 위해 작업 부하에 따라 GPU 속도가 평균 800MHz ~ 1000MHz로 동작하도록 조정되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라데온 R9 나노는 미니ITX 시스템에 적합하도록 GPU 클럭과 동작 전압을 라데온 R9 퓨리 X보다 유연하게 조정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파악된다.
라데온 R9 퓨리 X보다 낮은 클럭이 반영된 떄문인지 라데온 R9 나노의 게임 성능은 라데온 R9 퓨리에 비해 약 10% 가량 낮은 것이 확인되는데, 소비전력 개선을 감안하면 라데온 R9 나노의 효율이 대폭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라데온 R9 나노는 미니ITX 게이밍 시스템 구축이나 전력 효율이 우선인 게이머 층에, 라데온 R9 퓨리 X는 성능 극대화를 노린 게 게이머층에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니ITX 대전, 라데온 R9 나노 vs 지포스 GTX 970
라데온 R9 나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 AMD의 플래그십 그래픽 카드이면서도 플래그십 VGA는 길다는 편견에 정면 도전한 제품인데, 그렇다면 경쟁사인 NVIDIA의 미니ITX급 모델인 지포스 GTX 970과 비교한 성능은 어떨까?
앞서 출시된 라데온 R9 퓨리 X가 지포스 GTX 980 Ti급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라데온 R9 퓨리 X보다 소폭 성능 감소가 있긴 해도 지포스 GTX 970과 비교해서는 성능이 높을 것은 명확한데,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점검해 보았다.
점검결과는 예상했던 것 처럼 라데온 R9 나노가 지포스 GTX 970을 상당한 차이로 앞서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2K 게임 성능 차이는 최대 20프레임 가까이 발생하였으며, 4K 게임에서는 그 차이가 10프레임 내외로 줄어들긴 했어도 확실한 우위를 보여준다.
이러한 성능 차이를 감안했을 때, 미니ITX급 게이밍 시스템을 꾸미려는 사용자라면 라데온 R9 나노가 확실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단지, 라데온 R9 퓨리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라데온 R9 나노 역시 수급문제 때문인지 가격이 지포스 GTX 970 대비 두 배이상 높고, 지포스 GTX 970의 성능도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기에, 당초 타겟으로 잡은 미니ITX 게임 시스템 사용자에게 경쟁 모델 대비 얼마나 매력이 있을지는 미묘한 상황이다.
한편, 라데온 R9 나노가 타겟으로한 미니 게이미 PC는 타워형 보다 좁은 공간으로 인해 발열과 소음에 취약할 수 있는데, 실제 구동환경에서 어떤지 써멀테이크 코어 V1 케이스에 스카이레이크 코어 i7 6700K 기반 시스템을 구축, 부팅 후 10분간의 아이들 상태와 GTA 5를 4K 최대 옵션으로 30분간 플레이 한 후 미니 ITX급 지포스 GTX 970 기반 시스템과 온도 및 소음을 측정해 보았다.
라데온 R9 나노의 GPU 온도는 지포스 GX 970과 비교해도 낮게, 소비전력과 소음이 조금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두 제품의 라인업과 성능 차이를 감안하면 라데온 R9 나노의 특성이 보다 명확해지는 부분이다.
AMD 라데온 R9 나노 : 컨셉은 성공적, 성공은 회의적
제품 자체만 본다면 AMD 라데온 R9 나노는 미니ITX 게이밍 머신이라는 컨셉에 충실하고,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 제품이다.
경쟁사가 발열이나 구조적인 문제로 차상위 모델인 지포스 GTX 970조차 제조사에서 커스텀 디자인해야 미니ITX급 제품 구성이 가능한 것과 달리 처음부터 미니ITX급으로 설계되었으며, 성능은 미니ITX 모델을 찾을 수 없는 경쟁사의 하이엔드 모델 지포스 GTX 980도 위협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미니ITX 시스템을 노리고 디자인된 점을 감안하면 현 세대 최고 제품인 것은 확실하나, 동일 GPU가 사용되었다지만 소비자들에게 상위 모델로 인식되는 라데온 R9 퓨리 X 및 같은 가격의 경쟁 모델인 지포스 GTX 980 Ti보다 눈에 띄게 뒤지는 성능은 라데온 R9 나노의 구매를 망설이게 만든다.
또한, 아무리 발열 억제에 신경을 썼다하더라도 미니ITX 메인보드에 딱 맞춰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발열 이슈를 피할 수 없기에 시스템의 쿨링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므로, 시스템 빌더가 아닌 일반 사용자에게 미니ITX 메인보드보다 작은 라데온 R9 나노의 크기는 상징적일 수 있어도,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이번 테스트에서 미니ITX 시스템 구축에 사용된 써멀테이크 코어 V1 케이스만해도 라데온 R9 퓨리 X는 물론이고 길이 267mm인 레퍼런스 디자인의 지포스 GTX 980 Ti 장착이 가능하다. 이렇게 고성능 그래픽 카드 장착이 가능한 미니ITX 케이스를 찾기가 어렵지 않은 상황인만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한 시장에서 라데온 R9 나노의 당초 하이엔드 미니TIX용 컨셉으로 다른 하이엔드 모델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참고 : 지포스 GTX 970으로 미니 게이밍 PC 만들기 / 지포스 GTX 960으로 만들기)
비록 비교 모델들보다 소비전력이 낮은점은 유리하지만 80만원 후반대 이상의 가격대 제품을 노리는 사용자가 얼마나 전기요금에 민감할지도 의문인데다, 이미 외신들이 지적하고 있는 고주파음과 도무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공급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AMD 라데온 R9 나노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까?
기자 개인적으로 그 가능성은 이름 그대로 나노급(십억분의 1)에 수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상] 엔비디아에 대응하는 인텔 가우디3/AMD MI300/범클라우드 진영의 NPU/,그리고 AI 하드웨어 개발 흐름과 추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