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AMD 페넘이 여러가지로 고전하고 있는 그 10가지 이유:: 보드나라

1. AMD의 올인 전략 ATI 인수. 페넘의 발목을 잡다.

AMD가 2006년 꺼내든 마지막 카드는 다름아닌 ATI Graphics의 전격 인수였다. (본지 2006년 7월 25일자 'AMD, ATI와의 합병 공식발표 참고)

AMD는 ATI Graphics를 인수하면서 CPU제조사의 이미지를 벗고 플랫폼 및 솔루션 제조사로의 이미지 전환을 시도했다. 인텔이 메인보드, 그래픽코어, 데스크탑 및 모바일 CPU, 무선 이더넷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데에 대한 대항마격인 성격이 짙은 인수 시도였다.

ATI Graphics를 인수하면서 제품기준으로만 볼 때는 플러스 요인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AMD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AMD는 당시 ATI를 인수하면서 25억 달러(당시 한화기준 2조 4천억 원선)를 모건스탠리로부터 차입을 시도했고 보유현금과 투자분 약 30억 달러 (한화기준 약 3조원선) 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잉여투자여력이 곧 차세대 신제품의 승패를 결정 짓는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다른 회사보다 앞선 공정능력에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 4월에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정을 56나노 공정으로 양산을 시작했다. 뒤이어 하이닉스가 54나노 공정 양산을 6월부터 시작한다. 현재 일반적인 메모리반도체 제조공정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이제 60나노급에서 50나노급으로 전환을 시작 했으며, 일본과 대부분 반도체제조사는 60 ~ 70나노급, 대만은 대부분 70 ~ 80나노급 공정으로 제조되고 있다.

60나노급에서 50나노급으로만 바뀌어도 웨이퍼 1개당 생산할 수 있는 칩의 개수는 약 50%가 늘어난다.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메모리반도체업체에서 흑자를 기록한 회사가 하나도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 1월 실적발표에서 반도체 부분만 본사기준 1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고, 하이닉스는 영업이익 적자 4820억(해외포함)을 발표했다. 나머지 메모리반도체기업은 볼 것도 없이 전부 적자다.

웨이퍼 하나에 칩의 생산개수가 늘어나면, 칩의 원가가 내려간다. 예를 들어 웨이퍼 한 장이 10만원이라고 하고, 삼성이 웨이퍼 하나에서 DDR2 512Mb 칩을 100개를 만들어낸다면 칩의 개당 생산단가는 1000원인 셈이다. 하이닉스는 작년 60나노급 공정전환의 실패로 웨이퍼 1장당 삼성전자와 비교해 80개 밖에 만들어내지 못했고, 일본-독일계(엘피다 등), 미국계(마이크론) 역시 웨이퍼 1장당 칩의 생산개수도 삼성전자에 비해 떨어진다. 대만은 50개도 못 만드는 격이다. 문제는 D램의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칩 1개당 1000원에 팔리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Dramexchange.com 기준 5월 14일 DDR2 512Mb 의 가격은 1.05$ 이다) 삼성전자는 가까스로 영업이익은 달성했지만, 똑같은 웨이퍼(10만원)에서 생산한 칩의 판매가능 가격이 삼성전자는 10만원 이상, 기타업체는 10만원조차 건지지 못하기 때문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AMD는 항상 고질적인 생산문제를 겪어 왔고, ATI 역시 Fabless (제조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제조사) 회사다. 반도체 생산라인 하나를 건설하는데도 약 수 조원의 돈이 든다. AMD는 그 동안 애슬론 64 X2로 인해 번 모든 돈을 ATI 인수에 써버려, 당장 생산라인을 늘리거나 제조공정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실패했다. 현재 페넘이 45나노 공정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궁극적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며, TSMC나 UMC등 생산만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제조사들 역시 현재 모든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에 생산을 의뢰하기도 만무하다.

이렇게 ATI를 인수하는데 돈을 끌어다 쓴 관계로, 결국 차세대 신제품의 생산문제와 공정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함으로써 페넘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데 한가지 이유를 제공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