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인치에 씌워진 크리스탈 디자인! Dell Crystal Monitor Page 5:: 보드나라

5. 스펙보다 높아진 디자인의 가치는 얼마일까?

현실과 타협한 스펙,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가격

델 크리스탈 모니터는 평범한 22인치 LCD 모니터를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달아 고급스러운 22인치 럭셔리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단순히 액정 보호 차원에서 달리던 강화유리를 적극 활용해 패널보다 크게 만들고 그 위에 4개의 스피커와 OSD 버튼을 회로를 연결해 장착했다. 또한 삼각대 모양의 스탠드와 LED를 받아 빛을 내는 음각 로고까지 합쳐져 일반 컴퓨터용 모니터가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인에 어울리는 제품이 되었다.

하지만 델 크리스탈 모니터는 처음 CES 2006에서 선보였던 컨셉 모델과 달리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LCD와 똑같은 CCFL 백라이트를 써서 화질 개선 효과도 없고 두께도 일반 LCD 모니터와 별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델에서 대량 생산을 위해 LED 백라이트보다 CCFL 백라이트를 쓴 TN 패널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차이가 조금은 납득할 수도 있었던 크리스탈 모니터의 출시 가격 129만원을 비싸다고 판단하게끔 만들었다.

여기에 입력 소스를 다양하게 지원하지 못하는 점이라던지 스탠드 움직임이 제한적이라는 점, 싱글 케이블 구조가 본체에 케이블이 붙어있는 방식이라 불편하다는 점, TN 패널이 가진 시야각 문제가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 스피커 출력이 고음 위주로 되어 있어 별도의 우퍼가 필요하다는 점 등 디자인을 위해 희생하게 된 부분들도 꽤 많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모니터 A/S 기간으로 1년을 정해놓고 있는 것과 달리 델에서는 기본 3년을 지원하며, 여기에 하이엔드 모델은 소비자 과실로 인한 문제도 서비스해주는 컴플리트커버 프로그램이 붙는다. 컴플리트커버 프로그램은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지만 크리스탈 모니터처럼 파손이 염려되는 비싼 제품은 안심보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델코리아에서 판매 중인 다른 22인치 모델과 비교하면 A/S 때문에 비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지 못한데, 크리스탈 모니터와 패널 스펙이 거의 비슷한 SP2208WFP제품도 3년 부품 제공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가격은 크리스탈 모니터의 1/4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델 크리스탈 모니터는 그 디자인의 가치로 델의 일반 22인치 모델보다 4배 비싼 가격이 되었다.

럭셔리 모니터에 매겨진 디자인의 가치, 인정할 수 있는가?

델 크리스탈 모니터는 분명 그 디자인에서 일반 모니터보다 비싼 가격으로 팔려도 납득이 될 수 있는 제품이다. 다만 여기서 그 '디자인'이라는 것에 얼마의 가치를 매길 수 있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옷이나 자동차는 디자인과 브랜드에 따라 수십 배 가격이 더 붙어도 사람들은 쉽게 납득하고, 자판기/캔커피보다 훨씬 더 비싼 커피 판매점도 문화를 소비하는 거라며 좋아한다. 심지어 컴퓨터의 이웃사촌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전제품도 디자인이 이쁘다면 가격이 더 비싸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컴퓨터 시장은 브랜드나 디자인, 기술력에 대한 평가가 가장 인색한 곳이며, 그 어떤 포장지를 덧씌우더라도 기본이 되는 스펙이 나쁘면 결과물에 대해서도 비판하게 되는 분야다. (물론 여기에는 일정 마진 이상을 용납할 수 없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도 포함된다)

국내에서 팔리는 가장 저렴한 22인치 LCD 모니터의 가격은 20만원 초반이다. 스펙에서는 크리스탈 모니터와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같은 크기의 화면과 해상도를 가진 모니터를 사용한다면 크리스탈 모니터는 22인치 저가형 제품 6대를 살 수 있는 가격이란 뜻이다.

단지 이쁘기 때문에 풀HD 화질을 볼 수 있는 대화면 제품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거실에 놓으면 어울릴 것 같아서 온 집안의 모니터를 전부 22인치로 바꾸고도 외식하러 갈 수 있는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인지, 22인치 크리스탈 모니터로 뚝뚝 끊기는 동영상을 보는 대신 22인치 일반 모니터에 게임도 HD 동영상도 쌩쌩 돌아가는 최신 컴퓨터를 구입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것이 컴퓨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