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지난 기사로 ‘가짜 그래픽카드’ 사태가 벌어진 한 달 후를 살폈다. 크게 달라질 것을 기대했지만 그다지 바뀐 건 없었다. 이렇다 할 대책을 서둘러 실행에 옮긴 유통사가 있던 반면, 그렇지 않은 유통사들도 있었고 심지어 오픈 마켓에선 문제된 제품들이 거리낌없이 팔리고 있었다.
엔비디아코리아는 즉각 가짜 그래픽카드에 관한 대책을 공식 파트너 유통사와 연관 지어 언급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다. 엔비디아 본사의 답을 기다린다는 명분으로 실질적인 대책은 눈꼽 만큼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입장을 듣고자 글쓴이는 인터뷰도 진행했건만, 엔비디아코리아 차원에서 변한 건 없었다.
이들을 지켜 본 입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따지고 알아야 하는 것일까? 글쓴이는 ‘가짜 그래픽카드’가 남긴 숙제를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조금 더 깊이 풀어봤다.
문제는 나왔지만 소비자는 원치 않은 자기 방어에 혼란스럽다
글쓴이가 지난 달에 걸쳐 작성한 여러 ‘가짜 그래픽카드’ 기사로 문제는 명명백백 밝혀졌다.
그러나 이를 지켜 본 소비자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가짜 그래픽카드를 피해 안전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코리아는 그저 공식 파트너 유통사 제품만 구매하란 형식적인 말만 앞섰고 문제의 일부 유통사들은 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로선 최소한의 자기 방어로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 일반 소비자들 중 일부는 지식인에 가짜 그래픽카드를 가려달란 내용을 올렸다
글쓴이는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 방어법으로 엔비디아의 공식 제원과 대조하는 것을 예로 든바 있다. 지포스 그래픽카드의 기준은 엔비디아가 직접 정하고 있으니 이를 헤아린다면 가짜 그래픽카드를 선택할 위험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그렇지만 묘하게도 아무것도 모르던 소비자가 이러한 내용을 파악해서 제품을 가려야 한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필시 유통사는 어느 제품이건 QC(Quality Control)이라 불리는 일련의 품질 관리 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그래픽카드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성능으로서 해당 그래픽카드가 일정한 등급의 기준을 만족하고 있는지 테스트가 이뤄진다.
유통사가 진정 소비자를 위해 양심적으로 QC를 마쳐 제품을 출시했다면 글쓴이가 지겹도록 다룬 이 문제는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유통사는 자신들이 파는 제품을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하란 것인지, 부정확하고 허술하게 출시된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돈을 받고 베타테스트를 받는 마냥 시장에서 제멋대로 방치됐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유통사가 더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 소위 말하는 유통사가 이러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데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일반 소비자들은 특정 그래픽카드의 CUDA 코어가 몇 개며, 코어와 메모리의 동작 클럭이 몇 이며, GPU칩에 마킹된 일련번호가 원래 무엇인지 잘 모른다.
설령, 엔비디아의 공식 제원을 참조해 판매 중인 유통사 그래픽카드를 가릴 수 있다해도 일일이 제품 하나씩 판별한다는 것은 무척 번거로운 일이다. 소비자는 눈앞에 보이는 제품의 정보를 믿고 그 대가로 정당하게 가격을 지불하는데 유통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왜 소비자가 하게 만드는지 이렇게 벌어진 상황이 글쓴이로선 우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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