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유명 유통사도 믿기 어려워진 현실  그럼 소비자는 제품을 고를 때 대체 무엇을 보고 판단하며 골라야 하는 것일까? 앞서 밝혔듯, 현실적으로 GPU 칩 제조사의 공식 제원을 따져가며 고른다는 것은 무척 번거로운 일이다. 더군다나 제품에 표기된 제원은 구매 결정 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도 아니다. 보편적으로 입소문난 유통사를 보고서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일반 소비자에겐 적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래픽카드는 유명 유통사가 판매하는 제품을 고르면 되는 것일까?
마냥 그렇지는 않다. 유명하다는 기준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고 자신이 생각해 왔던 유통사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유통사로 인식돼 있거나 다른 유통사를 유명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유명한 유통사라는 것은 소비자로서 이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 업계서 유명하고 규모가 큰 유통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는 유통업계의 공룡 대원CTS가 당시 가짜 그래픽카드를 판매한 유통사 대열에 속해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엠탑코리아와 그레이트월코리아, 엑슬비전코리아 등 상대적으로 소규모 유통사들도 가짜 그래픽카드 판매에 연루돼 곤혹을 치뤘는데 규모가 더 큰 유통사라해서 다를 건 없다는 뜻이다.
다른 유통사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제품들도 절대 예외가 될 순 없다. 가짜 그래픽카드 기사를 진행할 당시, 글쓴이는 이런 기준을 세운 적이 있다. 모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등록된 그래픽카드를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해 표시하고 그들 제품 중 공식 제원보다 낮은 제품을 솎아냈다. 이윽고 솎아낸 제품들은 하나같이 가짜 그래픽카드란 사실을 드러냈다.
▲ 가짜 그래픽카드로 확인된 제품은 가격이 낮으면서 정식 제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같은 제품이면 더 저렴한 가격에 사려는 소비자의 구매욕이 얄팍한 유통사의 상술에 이용 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적인 제품보다 몇 천 원 저렴하게 팔리는 제품이라해서 결코 속까지 같을 순 없다. 리터당 가격이 가장 낮은 주유소를 찾았단 생각에 만족하고 기름을 넣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짜 휘발유'를 파는 곳으로 나왔더라하는 내용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본래 유명한 유통사라 함은 한번 들어보거나 직접 보는 것으로 누구나 단번에 알 수 있는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유통사의 이름을 보고 제품의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하고 있으니 제품을 사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처럼 마음놓고 제품을 사갈 수 있는 유통사가 뚜렷하지 않으니 소비자로선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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