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피씨디렉트의 기가바이트 메인보드 유통 발표 이후로 메인보드 유통사들의 대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PC시장의 지속적인 침체로 한동안 신규 회사의 출현도 없고 폐업하는 업체도 없는 고정된 분위기가 약 2년간 지속되었으나
2013년 여름에서 가을사이, 국내 메인보드 유통업계는 그 어느때보다 심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조용하던 메인보드 유통 시장의 지각변동 원인은?
대표적인 사례가 피씨디렉트의 기가바이트 유통사업 개시라 할 수 있고 뒤이어 제이씨현시스템 계열사인 엘림넷의 디앤디컴 인수와 ECS 메인보드
유통 발표가 이어졌고 곧이어 대원CTS에서 MSI 메인보드의 재유통을 발표했다. 근 7~9월 3개월동안 메인보드 유통사의 대형 변수가 연이어
터진것은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현재까지의 메인보드 유통사 구도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메인보드 유통사업은 PC컴포넌트 유통 아이템중에서도 메인아이템이면서 핵심 제품이라고 표현될 만큼 대표적인 유통
아이템의 하나였으며, 여러업체가 난립하였지만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대만기업들이 브랜드 위주 경쟁체제로 재편되었고, 국내 소규모
유통사는 그래픽카드 유통으로 방향을 틀면서 메인보드 유통업은 ASUS, MSI, GIGABYTE, ASROCK, ECS, BIOSTAR 의 6개
브랜드를 유통하는 단일/복수 유통 지도가 수년간 굳어진 상태였다.
대표적인 유통사로 꼽으면 ASUS를 유통하는 STCOM, 아이보라, 디지탈그린텍, MSI를 유통하는 웨이코스, 기가바이트의 제이씨현시스템,
ASROCK의 디앤디컴, 애즈윈, ECS는 ECS코리아에서 직판을 구축했고 BIOSTAR메인보드는 여러회사에서 유통했지만 이엠텍이 가장 큰
단위를 차지했다.
이들 6개 브랜드의 9개 유통사가 국내 유통되는 메인보드 전체를 가지고 점유율 싸움을 수년간 반복해왔으며 이 구도는 피씨디렉트의 기가바이트
메인보드 유통이 발표되기 전까지 약 수년간 그 구도가 유지되었다.
인텔의 CPU ON BOARD 정책으로 메인보드 유통 메리트 커져
인텔은 메인보드와 따로 팔던 펜티엄 라인업 중 일부를 BGA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러한 구도를 흔드는 가장 큰 변수는 인텔의 CPU공급 정책의 변화 때문이다. 현재까지 인텔의 CPU는 소켓방식을 채택해 CPU를 별도로
판매하였고, 이에따라 소비자(개인소비자든 PC제조사이든) 는 메인보드와 CPU를 따로따로 구매하여 이를 소켓에 장착하였지만, 하스웰 이후
브로드웰부터는 일부 라인업부터 BGA (CPU ON BOARD)방식으로 교체하여 메인보드에 CPU가 내장된 형태로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다.(WCCF TECH 기사)
물론 현재도 일부 인텔 아톰 프로세서 계열이나 일부 셀러론 프로세서를 메인보드에 내장한 제품들이 일부 선보이고 있으며, 인텔은 앞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CPU공급방식을 바꿀 계획으로, 이러한 인텔의 CPU 공급방식의 변화가 앞서 언급한 국내 메인보드 유통사의 지형을 흔드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볼 수 있다.
하스웰 고급형 코어 i5/ i7 라인업 일부도 BGA 방식을 계획 중
이러한 인텔의 CPU 공급정책 변화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따로따로 구매해야하는 제품이 내장되어 판매되기 때문에 선택권에 대한 문제로만
여겨지지만, 유통사입장에서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돈'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되는 최저가형 메인보드의 경우 대략 판매가격이 4~5만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쉽게 정리해서 5만원이라고 하자. 이러한
메인보드를 한달에 약 1만장 가까이 파는 유통사 A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A 회사의 월매출은 5억원이다.
인텔이 저가형 라인업을 현재의 소켓방식에서 전면 BGA방식으로 교체하는 순간 메인보드의 가격에는 CPU의 가격이 반영되어 5만원짜리
메인보드가 순식간에 10만원짜리 아이템으로 교체되고 이에따라 A회사의 매출은 기존의 월 5억원에서 월 10억원으로 껑충 뛰게된다. 이 회사의 월
영업이익이 1%라고 하면 영업이익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두배 상승한다. 따라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서 두배의 돈을 벌
수 있다.
메인보드 칩셋처럼 CPU가 메인보드에 고정된 형태로 나오면 그 영향은?
반대로 CPU를 유통하는 회사 B의 경우는 한달에 펜티엄 라인업의 보급형 CPU를 1만개 팔았다면 CPU가격이 5만원일 때 이회사의 매출은
5억원이다. 이회사는 인텔이 BGA방식으로 공급방식을 바꾸는 순간 보급형 CPU관련 매출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어 매출이 0원이 된다.
즉, 인텔이 CPU공급방식을 현재의 소켓방식에서 BGA방식으로 교체하게 되면 CPU가 단품이 아니라 메인보드의 컴포넌트가 되므로 인해
메인보드의 가격이 상승하고 CPU 유통업은 설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메인보드를 유통업은 파이가 더욱 커진다. 매출상승은 곧 영업이익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변화는 메인보드가 순식간에 'A/S관리비만 잡아먹는 계륵아이템' 에서 '핫 아이템'으로 탈바꿈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각 회사간의 내부적인 문제 추가로 커져가는 나비효과
국내에 인텔 CPU를 공급하는 공식 유통사는 총 3곳이 있으며, 인택앤컴퍼니, 피씨디렉트, 코잇이다. 인택앤컴퍼니는
한때 계륵 취급한 메인보드사업을 작년부터 강화하기 시작해 알바트론 메인보드를 들여와 OEM으로 판매하며 메인보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코잇 역시
ECS메인보드를 새롭게 취급하고 있다.
피씨디렉트가 폭스콘에 이어 기가바이트 메인보드 유통을 통해 노리는 것은?
3사중에서 메인보드 사업에 가장 관심이 많지만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피씨디렉트는 그동안 FOXCONN 메인보드 유통을 통해 메인보드 유통에
어느정도 자리를 잡는듯 보였지만 메인보드는 CPU와 달리 A/S가 복잡하고 소비자 요구사항이 까다로운데다 CPU와 비교해 이익률이 떨어지고,
FOXCONN 브랜드는 국내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해 일부 저가형 라인업 중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부제품군에서만 두각을 보였을 뿐 주류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그러나 회사의 메인보드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인텔의 정책변화까지 겹치면서 메인보드사업이 핫 아이템으로 부각되면서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꼈지만, 피씨디렉트는 FOXCONN 브랜드로서는 메인보드 유통에 한계를 절실히 느꼈으며, 이로서 메이저 브랜드의 메인보드 유통을 꿈꿔왔다.
이러한 바램이 기가바이트 유통으로 결실을 맺으면서 피씨디렉트는 오랜 숙원을 풀어낸 것은 물론이고 메인보드와 CPU 모두를 유통하면서 인텔의
정책변화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피씨디렉트가 기가바이트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기존 대만 FOXCONN본사의 담당자들이 대거 기가바이트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가바이트와
가까워진것이 결정적이라는 뒷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엘림넷의 DNDCOM 인수는 메인보드 시장 진출보다 다른 목적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엘림넷의 디앤디컴 인수는 엘림넷이 제이씨현의 자회사인 관계로 제이씨현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보는 시각이 시장에서는 우세하지만, 현재까지의
액션으로 볼때 제이씨현의 시장점유율 강화와는 상관없이 엘림넷 자체의 사정으로 인수된 것이라고 보아야 타당하다 여겨지며, 이러한 사정이란 엘림넷의
상장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며, 이를 제이씨현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는 편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여진다.
기가바이트 독점 유통이 깨진 제이씨현은 전략적으로 ECS를 선택한다
오히려 피씨디렉트에게 기가바이트 독점권을 뺐긴 제이씨현의 방어 카드는 디앤디컴 인수가 아니라 ECS메인보드 유통을
추가한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물론 기존 ECS메인보드는 코잇에서 유통을 하고 있었으나 리테일유통보다는 OEM과 산업용 위주의 공급방침을 고수해
리테일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다.
이는 ECS와 제이씨현 모두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유통망을 확대하고자 하는 ECS입장에서 제이씨현은
기가바이트의 유통경험을 두루갖춘 국내 최대의 리셀러중의 하나이면서 코잇의 영업망과 겹치지 않고, 제이씨현 입장에서도 기가바이트 라인업과 겹치지 않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브랜드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CS 유통은 PCD와 기가바이트 모두를 견제할 수 있는 제이씨현의 필승카드의 하나로 보여진다. PCD는
여전히 FOXCONN을 유통하고 있으며, 제이씨현은 PCD의 FOXCONN을 ECS카드로 견제할 수 있고, ECS카드는 기가바이트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빅 카드이다. ECS는 국내 리테일시장에서 인지도는 별로 없지만 확고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대만내 브랜드중에서도 시장점유율과
생산력에서 기가바이트에 견줄 수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대원CTS와 MSI는 다시 손을 잡았다
대원CTS - MSI는 이러한 상황에서 양사 이익에 다시 부합한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대원CTS는 피씨디렉트, 제이씨현과 더불어 3대유통사로 불릴정도로 큰 규모의 유통사이지만 정작 PC컴포넌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메인보드/그래픽카드에서는 제대로된 명함을 내밀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대원CTS는 이미 MSI메인보드/그래픽카드를 유통한 경험이 한번 있으나 다른 유통 아이템에 비해 이익률이 높지않고, 소비자 요구가 까다로운
메인보드/그래픽카드 사업은 대원CTS 회사분위기와 맞지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MSI는 웨이코스 단독 유통만으로는 전국적 유통망에 대한 갈증을 항시 갖고 있었고 (MSI는 생각해보면 최근을 제외하면 항상
복수유통사 체제를 유지했다. 슈마-유니텍 시절부터) 대원CTS입장에서는 AFOX 그래픽카드 유통사업이 나름 제자리를 잡은데다 AMD CPU를
이미 유통하고 있어 CPU 유통은 나름 일각연이 있지만 AMD의 부진으로 크게 메리트가 없고, 인텔의 정책으로 인해 메인보드 유통사업이 CPU
유통과 동등한 비중을 갖게 되어 핫아이템으로 등장한 만큼 메이저 브랜드의 유통이 더욱 절실해졌다 볼 수 있다.
MSI-대원CTS는 이러한 양사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 볼 수 있으며, 사실 양사간의 재결합은 2013년 봄부터 알음알음 알려질 정도로
예견된 사실이기도 하다.
다시한번 재편되는 메인보드 시장
메인보드 유통은 그래픽카드와 달리 소규모 보따리 유통사들이 많이 정리된 추세이며 메이저 제조사의 브랜드가 구매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커 어느정도 정리가 된 편이다.
브랜드 기준으로 앞서 언급한 ASUS, GIGABYTE, MSI, ASROCK, ECS, BIOSTAR 이렇게 6개 브랜드의 매출이 거의
90%이상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안정화되었고 이에따라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메리트도 큰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브랜드 싸움인 관계로 마케팅,
A/S, 소비자관리가 까다로워 제대로된 소비자 우대 마인드 없이 자리잡기 쉽지 않다.
메인보드 시장의 개편을 불러온 시장의 변화는 메인보드만으로 끝날 것인가?
여기에 최근 메인보드 유통계에 변화가 많은 이유중의 하나로 시장 축소를 꼽지 않을 수 없다. PC시장이 더이상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라 월간
PC판매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과 취급 품목을 늘리지 않으면 이익이 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2013년만 보아도 아이템을 골고루 취급하는 업체들이나 규모가 큰 업체들이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반면, 특정 아이템만 취급하는 유통사들이나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지 못한것이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최근의 메인보드 유통사들의 짝짓기 바람은 축소형으로 변화하는 PC시장 분위기와 인텔의 CPU공급정책의 변화를 위한 대비를 위한 사전
준비로 보아야 하며, 여기에 각 회사의 분위기나 사정들이 맞아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가지 확실한것은 이러한 변화가 성장 신호에 의한 긍정적인 변화가 아니라 침체신호에 의한 점유율지키기의 목적이
커 보인다는 점이며, PC컴포넌트의 꽃으로 불리우는 메인보드의 변화가 어느정도 정리되면 곧 그
불꽃은 곧 다른컴포넌트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메인보드와 한세트를 이루는 그래픽카드 유통의 변화가 곧 폭풍처럼 몰아닥쳐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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