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 PC 사용자들도 스마트해졌나?
얼마 전 광고회사 HD애드(HD Ad)는 1,000명의 국내 소비자들의 TV-PC-모바일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하루 평균 이용시간이 3시간 34분, TV는 3시간, PC는
48분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령대로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모바일을, 나이가 많을수록 PC 이용시간이 길었으며,
20-30대 PC 이용자들은 주로 동영상 시청에 많은 비중을 둔 것으로 나왔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현재 스마트 기기 시장이 급속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PC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것과 일치한다. TV 역시 방송 채널이 늘어나고 새로운 기술이 보급되면서 차세대 제품을 구매할
요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게 된 배경에는 그 동안 PC나 TV를 보기 어려웠던
출퇴근 시간이나 휴식 시간, 야외 및 공공장소, 화장실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의 특징도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또한 조사 대상에는 포함시키지 않은 사무실에서 PC를 사용하는 업무시간, 일반 소비자보다 PC 사용시간이 더 많은
코어 유저(게이머)들을 고려한다면 원래 PC를 많이 쓰던 사람들의 PC 사용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 힘들다.
PC로 업무를 하는 골수 PC 유저인 필자의 기기별 사용 시간 비율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출퇴근용이라 PC보다 사용 시간이 적다
스마트 기기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PC
필자처럼 PC를 주로 이용해서 업무를 하거나 대화면 모니터로 웹서핑 및 영화 감상,
고사양 PC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 스마트폰은 PC가 없을 때 사용하는 보완재는 될 수 있어도 완전한 PC의 대체재가 되진 못한다.
PC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업무나 작업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는 같은 효율을 내지 못한다. 모바일 태블릿으로 외부에서 작업
내용을 보거나 급하게 수정할 순 있어도 PC보다 부족하다.
웹서핑만 예를 들어도 PC와 스마트 기기 모두 인터넷 화면에서 원하는 글을 보거나
댓글을 달고 링크를 클릭해 이동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인터넷에 직접 긴 글을 작성하거나 사진을 편집하고 블로그를
꾸미고 쇼핑이라도 할려면 당장 시간과 편의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휴대성이 강조된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터치스크린, 제스처, 음성인식, 스타일러스 펜,
지문 등 많은 입력방식을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PC의 키보드+마우스 조합을 깰 만한 속도와 정확성를 가진 입력방식은 보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진정한 매력 중 하나가 SNS를 이용한 실시간 소통이지만 휴대폰
문자 날리고 미니홈피 꾸미고 네이트온 채팅하던 사람이 스마트폰에서도 왕성하게 SNS 활동을 하는거지, 필자처럼 웹서핑
하면서 게임이나 즐기던 사람에게 SNS는 남이 쓴 글로 가득찬 리스트를 넘기느라 바쁜 곳이다.
게임은 어떨까? 스마트 기기용 모바일 GPU 성능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지만 대다수 모바일
게임들은 짧은 시간 간단히 플레이 할 수 있는 위주로 규모와 그래픽, 스토리 등 게임성에서 부족하게 느껴진다. 또한 PC나 콘솔게임기가 멀티플레이를 기반으로 다른 사람과 직접 소통을 나누는
방식이라면, 모바일 게임은 혼자서 게임을 즐기면서 친구에게 간단한 선물을 전달하는 정도다.
가장 오래 쓰는 PC, 조금만 투자하면 성능이 달라진다
사실 PC 판매량이 줄었다는 것은 PC 없이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보다 기존 구매 제품의
교체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당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PC로 하는 일들(인터넷, 동영상 감상, 게임)은
최신 PC와 운영체제를 쓰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느리거나 시끄럽거나 하는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저가형 PC나 구입한지 오래된 제품도 사용 가능하다.
이미 보유한 PC는 조금 느리더라도 쓸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없었던 제품을
새로 구입하는 것이라서 한정된 재화를 가진 소비 행위에 PC보다 우선 순위에 둘 수 밖에 없다. 또한 집 안에서 가족 또는
혼자 사용하는 PC보다 밖에 들고 다니며 여러 사람에게 보여지는 스마트 기기가 아무래도 신경이 더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마트폰보다 PC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면 스마트 제품을 위해 소비되는 비용의
일부만이라도 PC에 투자하면 느리고 불편한 상황을 참지 않아도 되는 체감 성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굳이 PC 전체를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느리다고 생각되는 부품만 바꿔도 성능이 올라간다.
필자 역시 얼마 전 인텔 코어 i7 920 프로세서와 x58 메인보드를 하스웰 기반 인텔
제온 E3-1230v3와 H87 메인보드로 교체했다. 제온을 선택한 이유는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있어서 하스웰 내장
그래픽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CPU 성능만 놓고 보면 코어 i7 920을 오버클럭해서 쓰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버클럭으로 소음과 발열, 전기세의 압박을 참아가며 올린 클럭속도를 제온 E3-1230v3는 기본 클럭으로
제공했다.
하스웰 코어 i7, 제온 같은 고성능 CPU가 아니라 i5와 i3를 선택해도 기존보다
CPU가 빨라지면 PC의 전체적인 성능이 올라가 게임이나 각종 프로그램을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하스웰 펜티엄과
셀러론 프로세서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웹서핑과 문서 작업, 동영상 감상에 문제없는 실속형 제품이다.
메인보드 역시 6만원짜리 B85 보드면 최신 하스웰 CPU와 SSD 성능을 온전히 낼 수
있는 SATA 6Gbps, 다양한 내장 그래픽 출력 포트, 고성능 외장 그래픽 카드 지원, USB 3.0 주변기기를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필자는 SATA 포트가 더 필요했기 때문에 H87 보드를 구입했지만 B85부터 Z87까지
하스웰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아무 문제 없다.
하다 못해 10만원이라도 PC 저장장치를 하드 디스크(HDD)에서 SSD로 교체하는데
투자하면 윈도우 부팅 속도와 각종 게임 및 프로그램 로딩 속도가 크게 빨라지며, 내장 그래픽을 쓰던 사람이 10만원대 외장
그래픽 카드만 구입해도 PC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종류가 달라진다.
느려서 참지 못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PC를 통째로 바꾸는 것보다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부품을 교체해주는 것이 큰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항상 쾌적한 PC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오래된 PC와 주변기기 교체도 바람직
그 동안 사용하던 PC가 너무 오래되서 아예 교체를 생각하는 사람은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거나 주요 부품을 선택할
수 있는 PC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나 HP나 델, 애플 같은 브랜드 PC 제품이 무난한다.
전형적인 데스크탑 PC 대신 크기와 디자인, 관리의 용이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일반
조립PC보다 좀더 비싸지만 베어본이나 미니 PC를 구입해 추가 부품만 장착하는 것도 좋다. 예전에는 크기가 작으면 성능도
떨어졌지만 이제는 미니 PC라고 해서 데스크탑보다 성능이 뒤쳐지지 않는다.
일반 베어본이나 미니 ITX보다 작은 손바닥 크기의 NUC 같은 제품은 노트북에 들어간
기술로 만들어져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메모리와 저장장치를 장착해 혼자서도 금방 PC를 완성할 수 있다. 이런 미니 PC를 모니터 뒤에 장착하면 별도의 설치 공간이 필요없고, PC를 내 방
책상이 아닌 거실 TV 옆에 두거나 외장 하드를 연결해 스마트 기기를 위한 미디어 서버로도 쓸 수 있다. 공간활용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소음과 전기세의 부담도 훨씬 줄어든다.
물론 핵심 부품 교체에 따른 성능 향상만이 조립PC의 전부는 아니다. 더 큰 모니터,
좋은 키보드와 마우스, 멋진 케이스, 안정적인 파워, 조용한 쿨러 같은 부품에 투자하는 것도 PC 환경을 더 윤택하게
바꿔준다.
윈도우 XP 종료와 4K 시대, PC 교체 계기 마련해야
MS가 윈도우 XP 지원을 종료하는 다음 달부터 PC 교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 XP를 사용하는 기업들 가운데 최신 OS를 돌리기에 버거운 PC를 가진 곳은 주요 부품
교체나 신규 구매를 고려할 것이고, 거의 10년 동안 윈도우 XP를 써온 일반 가정이라면 하스웰 기반 데스크탑 PC와 최신
OS로 바꾸면 앞으로도 그만큼 쓸 수 있을테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 경제적인 투자가 아닐 수 없다.
풀HD 다음으로 도입되는 차세대 4K 울트라HD 환경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4K UHD
TV나 모니터 가격이 비싸고 HEVC 코덱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지만, 4K 시대가 본격화되면 모니터 해상도, 프로세서
성능, 저장장치 용량, 그리고 4K 해상도 게임을 돌리기 위한 그래픽 카드 등 코어 유저를 자극하는 주요 부품의
업그레이드가 필연적이다.
다만 이런 PC 시장 대형 호재를 관련 업체가 두 손 놓고 방치하는 것이 안타깝다.
TV광고와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PC 시장을 버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선회했고, 전통적인 PC
관련 기업들은 부정적인 시장 전망 때문에 비용 지출을 꺼리고 있다. 그나마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한 유통사와 쇼핑몰은 항상
똑같은 구매 경품 이벤트, 홍보
효과가 눈에 잘 띄는 게임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왜 PC를 바꿔야 하는지, 무엇을 바꾸면 얼마나 좋아지는지, 적은 비용으로 어느 정도의
효율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오래 쓸 수 있는지와 같은 실질적인 구매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대다수 가정에 있는 오래된 PC는 윈도우 XP와 함께 조용히 잠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영상] 전세계 PC산업의 본진, 대만 전자상가와 쇼핑몰은 어떻게 다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