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가지 이슈가 게이머들을 뜨겁게 달궜다.
새로운 타임머신 게임 문명 비욘드 어스, 간글화(간판만 한글화)라는 아쉬움을 듣고 있는 콜오브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프랑스 혁명 시절의 파리를 1:1로 구현해 냈다는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라도 공개된 걸까? 아니면 전설의 먹튀 개발자가 잊혀졌던 전설의 프렌차이즈 후속작 개발이라도 발표한 걸까?
안타깝게도 화재의 주인공은 넥슨이 서비스 중인 '대한민국 No.1 FPS'를 표방하는 서든어택의 한 이벤트가 주인공이다.
넥슨 서든어택 복불복 사다리 게임, 확률의 사행성 문제

사행성 논란을 부른 넥슨 서든어택의 복불복, 공짜 사다리 게임(붉은 실선은 임의 처리)
어떤 이벤트기에 게이머들을 뜨겁게 달궜는지, 넥슨이 10월 30일 실시를 예고했던 '복불복, 공짜 사다리 게임'의 룰을 살펴보자.
1. 여섯명이 참여
2. 사다리를 타서 꽝과 당첨을 결정
3. '꽝'이 된 사람이 다른 참가자를 포함해 여섯 개의 캐시 아이템 구매
4. 다섯 명은 83%의 확률로 공짜 캐시 아이템 획득
여기서 문제는 사다리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해당 아이템의 여섯 명분에 해당하는 캐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벤트 예고 당시 100원부터 7,800원까지의 캐시 아이템을 대상으로 예고했으므로, 복불곡 공짜 사다리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개인당 최대 46,800원, 한 게임에 여섯 명이 참가하므로 넥슨은 이 경우 한 순간에 28만 800원의 캐시 수입이 발생한다.

넥슨의 복불복 공짜 사다리 이벤트는 법이 정한 사행행위 정의에 완벽히 부합한다
넥슨은 참가자 모두가 캐시를 구매하게 되므로 전혀 손해날 것이 없지만, '독박'에 당첨된 게이머는 생판 남에게 캐시 아이템을 '선물'하는, 바로 법이 정한 사행행위의 정의 '다수인으로부터 재물등을 모아 추첨등의 방법에 의하여 당첨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 다른 참가자에게 손실울 주는 행위'에 완벽히 부합하는 이벤트가 바로 이번 '복불복, 공짜 사다리 게임'이다.
이런 식의 이벤트는 참가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이벤트 공지에 대문짝만하게 표시된 83%의 '공짜 확률'에 기대를 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되면 '독박'에 당첨된 게이머는 '만회'를 위해, '승리'한 게이머는 '다음에 또'를 기대하며 다시 참여하게 되는 것이 이런 이벤트의 특징이다.
게다가, '승리'한 게이머 입장에서는 다시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왕 충전해놓은 캐시를 수수료가 공제된 금액을 환불 받는 것 보다 다른 아이템을 사는데 활용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경우도 넥슨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이벤트다.
결국, 해당 이벤트의 사행성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가, 넥슨은 결국 이벤트 진행을 예고한지 사흘만에 공지를 내리고 취소하게 된다. (복불복, 공짜 사다리 게임 취소 공지)
계속되는 온라인 게임 사행성 논쟁, 게임 규제 명분 제공
과포화된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업체들은 유저 유입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부분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부분 유료화 환경에서는 게이머들이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캐시 아이템'을 통해 개발비와 운영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식 서비스 초기,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무기의 캐시 판매가 시도되었던 플래닛사이드2
부분 유료화 환경에서 개발사와 서비스사는 개발비와 운영비, 실적 개선을 위해 캐시템을 판매하게 되지만, 캐시템이 게임 시스템의 기본적인 벨런스를 움직이는 Pay to Win 환경이 된다면 사행성 논란과 함께 무과금 유저들이 떠날테고, 이는 동시 접속자를 게임 흥행의 지표로 삼는 온라인 환경에서 회사와 게임 이미지에 타격이 된다.
반면 캐시템 없이 게임이 가능한 수준이라면 사람은 많은데 유지비용만 지출하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서비스를 종료할 위험이 있기에, 초기 부분 유료화 환경에서는 다수의 게이머가 한 공간에서 모여 경쟁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게임 벨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게이머들의 경쟁 심리를 활용한 캐시템을 판매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었다.

없는 국내 온라인 게임 찾기가 어려운, '우연적 방법'에 득실이 결정되는 일명 '확률 상자'
문제는, 아이템을 그냥 판매하면 기대치 만큼의 매출만 발생하므로 추가적인 매출을 얻기 위해 사행성 논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우연적 방법(확률)'으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상자' 방식의 캐시템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확률 상자'에서 원하는 캐시템을 얻기 위해 다른 월정액제 게임 비용 이상을 지출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게임 규제의 명분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으며, 부분 유료화 모델이 정착한 이후로 몇몇 게임에서는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Pay to Win 캐시템도 출시되고 있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일조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끝없는 사행성 논란, 게임사들 정신차려야...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의 사행성은 매우 민감한 주제가 되었다.
정치권에서는 '폭력성'과 함께 게임 규제의 대표적인 명분으로 '사행성'을 내세우고 있으며, 지나친 캐시 아이템 유도에 염증을 느낀 게이머들은 정부가 시도하는 게임 규제에 대해서는 반발하면서도, 현 사태를 부른 것은 게임 업계의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정액제가 모험이 되어 버린 우리나라 게임 환경에서 캐시템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넥슨이 기획했던 '복불복, 공짜 사다리 게임' 같이 대놓고 사행성을 조장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간신히 공세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는 정치권에서 다시 게임 산업 규제를 강화할 명분을 제공할 뿐이다.

또 '근조' 타이틀 내걸고 게이머들의 인정에 호소할텐가?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넥슨의 경우 캐시가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착한 무료화'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넥슨이 달라졌어요' 착한 유료화 도입 '박차'), 일년도 되지 않아 대놓고 사행성을 조장하는 이벤트를 예고해 역시 '돈슨' 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다시 K-IDEA 홈페이지에 다시 '근조' 타이틀이 내걸리지 않도록, 단순히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