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업그레이드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GTA 5
전작 이후 7년, 콘솔 버전 출시 이후 2년만에 출시된 GTA 5 때문에 PC 업그레이드 열풍이 거센데, 그 중심에서 그래픽 카드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다. 물론, 좋은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이번 GTA 5로 인한 그래픽 카드 업그레이드는 단순히 업그레이드 뿐 아니라 기존 그래픽 카드 사용자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GTA 5, VRAM 2GB 이하 구시대 그래픽 카드의 종언
얼핏보면 특별할 것 없는 요구사양이지만, GTA 5 요구사양의 핵심은 VRAM이다.
GTA 5는 권장 사양으로 시스템 메모리를 8GB 요구하는데 비해 비디오 메모리(VRAM)는 2GB를 요구하므로 시스템 사양만 따지면 사실 최신 AAA급 타이틀 치고 시스템 요구사양은 특별히 높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GTA 4도 그랬지만 일반 게임과 다른 PC 버전 GTA 5의 차별점은 바로 VRAM에 따라 옵션이 제한되는 동시에 이것이 실제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는 점으로, 이는 2GB 이하 VRAM을 갖춘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GTA 5의 GTX 580 추천옵션, 해상도 800 x 600에 보통 품질
위 스크린샷은 비디오 메모리가 1.5GB인 지포스 GTX 580으로 실행했을 때 GTA 5 자체에서 추천하는 기본 옵션으로, 800 x 600 해상도에 그래픽 옵션은 대부분 '보통'이나 '끔'이 제시된다. 이 상태서 그래픽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텍스처 설정만 '보통'에서 '최고높음'도 아닌 '높음'으로 한 단계 올리어떻게 될까?
그래픽 카드에 탑재된 것보다 높은 1877MB의 VRAM이 필요한 것으로 표시되는데, 이 말은 곧 하이엔드 모델인 지포스 GTX 580의 성능에 관계없이 VRAM 부족으로 GTA 5의 그래픽 품질을 기본 설정 이상으로 높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GTA 5를 GTX 580 추천 옵션에 Full HD, 텍스처만 한 단계 높여도 2022MB의 VRAM이 요구된다
GTX 580의 추천 옵션에서 해상도를 Full HD 해상도로 높이면 1253MB의 VRAM을 요구하는데, 이 때 다시 텍스처를 '높음'으로 올리면 2202MB의 VRAM을 요구하며, 해상도와 그래픽 옵션을 높일수록 VRAM 요구량은 더욱 늘게 된다.
옵션에 따라 표시된 VRAM 용량이 항상 사용되지는 않기 때문에 추천 옵션을 무시하고 더 높은 품질의 그래픽 옵션을 설정해 게임을 즐길 수 도 있지만 이때는 게임 플레이시 성능 저하나 안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를 볼 수 있게 되는데, 경고를 무시하고 VRAM을 초과하는 그래픽 옵션으로 게임을 실행하면 경고 그대로 성능 저하나 안정성 문제, 화면 뭉개짐등으로 정상적인 게임 실행이 불가능하다.
그래픽 카드, VRAM 낮은 구형 모델은 보내줄 때
GTX 580 1.5GB와 GTX 650 Ti Boost 2GB의 GTA 5 추천 옵션 해상도와 VRAM 차이
GTX 580 1.5GB와 GTX 650 Ti Boost 2GB의 GTA 5 추천 옵션 차이(같은 옵션 제외)
고해상도, 고품질 그래픽 옵션으로 즐길 때 게임의 성능과 그래픽 메모리 용량의 관계에 대해서 가끔 이야기 되어 왔지만, 게임 해상도의 표준으로 통하는 Full HD나 그보다 높은 WQHD 해상도에서는 큰 의미를 둘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하지만 GTA 5는 성능이 아닌 그래픽 품질면에서 VRAM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구세대 하이엔드 제품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는데, 지포스 GTX 580 1.5GB보다 성능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지포스 GTX 650 Ti Boost 2GB가 성능은 둘째치고 더 뛰어난 그래픽 옵션으로 GTA 5를 즐길 수 있다.
즉, 게임 성능과 그래픽 품질은 일반적으로 GPU 성능에 좌우되어 왔으나 GTA 5에서는 그동안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VRAM 용량이 그래픽 품질을 좌우하게 되었으며, 이는 곧 1GB 전후의 VRAM을 장착한 구형 하이엔드 VGA들에 종언을 고할 때가 온 것이다.
고해상도 TV와 대용량 메모리 콘솔의 등장은 PC VGA의 고용량 VRAM 시대를 이끌었다
GTA 5가 VRAM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미 그래픽 카드 VRAM 중요성은 계속 이야기되어 왔는데, Full HD를 넘어 일반화 길을 가고 있는 WQHD 해상도 모니터와 4K 모니터에 이어 8K 디스플레이까지,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은 고해상도 전환 이야기로 뜨겁다.
당연히 해상도가 높을수록 게임의 VRAM 요구량은 높아지고, 기본적으로 PC와 아키텍처가 동일한 AMD APU 기반 플레이스테이션 4와 엑스박스 원에 기본 8GB 메모리가 탑재됨에 따라 PC로도 이식될 때 그래픽 카드의 VRAM과 PC의 시스템 메모리 요구사양이 높아질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배트맨 아캄 나이트는 권장사양으로 3GB 이상의 VRAM을 제시한다
실제로 GTA 5 보다 앞서 출시된 콜오브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나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 또한 시스템 메모리는 8GB, VRAM은 3GB와 4GB를 권장사양으로 표시하고 있으며, 6월 23일 출시를 앞둔 배트맨 아캄 나이트 또한 시스템 메모리 8GB와 VRAM 3GB를 권장 사양으로 제시하고 있어, 갈수록 게임에서 요구하는 메모리가 고용량화할 것임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처럼 대부분의 게임은 VRAM이 부족하다고 그래픽 옵션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겠지만,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그래픽 옵션을 무조건 높게 설정하다 보면 GTA 5에서와 같이 VRAM 부족으로 인한 화면 깨짐이나 뭉개짐 등의 이상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VRAM 용량이 낮은 구형 하이엔드 VGA도 떠나보내야할 때
즉, 1GB 전후의 VRAM을 갖춘 그래픽 카드 사용자라면, 비록 구매 당시에는 하이엔드 모델이었고 지금 당장은 게임 즐기는데 큰 문제가 없을지라도, 앞으로 출시될 최신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2GB 이상의 VRAM을 갖춘 최신 그래픽 카드로의 업그레이드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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