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8월, USB 3.0보다 두 배 빨라진 USB 3.1 규격이 제정된 이후 올해 초부터 관련 장비들이 출시되기 시작했지만, 역시 제품 출시가 본격화된 시기는 인텔 스카이레이크의 등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물론 스카이레이크 출시 이전에도 USB 3.1 주변기기와 메인보드가 출시되기는 했지만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는데, 어차피 하위 호환 되는데다, 스카이레이크 출시가 뻔히 보이는 시점에 굳이 USB 3.1 때문에 서둘러 보드를 바꿀 필요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우 10과 새로운 하드웨어인 스카이레이크가 출시되면서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본격적으로 USB 3.1 지원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데, 주로 ASMedia의 asm1142 컨트롤러가 사용되고 있지만 일부 모델에는 인텔 알파인 릿지 컨트롤러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구현된 USB 3.1 포트는 랜 포트나 사운드 포트와 같이 백패널에 구현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고급형 모델에는 5.25인치 외장 베이 방식으로 지원되기도 하는데, 이처럼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USB 3.1을 실제로 써보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USB 3.1, 이론 속도는 얼마나 빨라졌나?
USB 3.1의 실제 사용에 앞서 우선 기존 USB 3.0 규격과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지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우선, USB 3.1과 USB 3.0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대역폭(속도)가 5Gbps(초당 5기가비트)에서 10Gbps(초당 10기가비트)로 두 배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익숙한 메가바이트(MB) 단위로 단순히 변경하면 USB 3.0은 625MB/s, USB 3.1은 1250MB/s의 성능이된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인 계산일 뿐, 실제 전송되는 자료는 순수 데이터외에 에러 정정 코드등의 오버헤드 자료가 추가되는데, USB 3.0은 8bit 데이터당 2bit, USB 3.1은 128bit 데이터당 4bit의 오버헤드가 더해진다.
이를 감안하면 USB 3.0의 유효 속도는 500MB/s, USB 3.1의 유효 속도는 약 1212MB/s가 되므로, USB 3.1의 실제 속도는 USB 3.0 대비 두 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USB 3.1 인클로저로 확인한 USB 3.1의 실제 속도는?
USB 3.1 테스트를 위해 외장 스토리즈는 ASMedia의 ASM1352R 컨트롤러가 사용된 USB 3.1 인클로저에 샌디스크 X300 256GB SSD 두 개를 탑재해 RAID 0 구성으로 성능을 극대화한 후, 인텔 알파인 릿지 컨트롤러 기반 기가바이트 Z170X-UD5 제이씨현 메인보드와 ASMedia ASM1142 컨트롤러 기반 ASRock Fatality Z170 Gaming K6 디앤디컴 메인보드의 USB 3.1 포트와 USB 3.0 포트에 연결해 성능을 측정해 보았다.
성능을 테스트해보니 USB 3.1 연결은 연속 읽기에서 인텔 알파인 릿지는 최대 730.2MB/s, ASMedia asm1142는 712MB/s로 측정되어, USB 3.0 연결의 같은 항목 테스트 결과보다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발휘, USB 3.1은 확실히 고성능을 원하는 사용자층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USB 3.0과 비교해 USB 3.1의 성능이 향상된 것은 확실하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조금 아쉬운 점이 보이는데, 샌디스크 X300 SSD는 최대 읽기와 쓰기 성능이 각각 530MB/s와 470MB/s이므로 RAID 0 구성시 800MB/s 이상의 성능을 예상했지만, 테스트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메인보드에 사용된 인텔 알파인 릿지 컨트롤러는 PCIe 3.0 x2Lane과 연결되어 단방향 16Gbps(양방향 32Gbps)의 대역폭을, ASMedia는 PCIe 3.0 x1Lane과 연결되어 단방향 8Gbps(양방향 16Gbps)의 대역폭을 지원하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쪽이든 규격상 성능에 한참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유는 무엇일까?
테스트에 쓰인 USB 3.1 인클로저에서 해답을 찾아보았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USB 3.1 인클로저는 ASMedia의 asm1352R USB 3.1 to 듀얼 SATA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기반의 제품으로, 내부 SATA 포트에 할당된 총 대역폭을 USB 3.1의 10Gbps로 가정할 경우 SSD의 SATA 인터페이스의 오버헤드 20%를 감안하면 SSD에서 컨트롤러로 넘어가는 실제 데이터 전송량은 1000MB/s이다.
여기서 다시 USB 3.1로 데이터를 넘길 때 약 3.1%의 오버헤드가 추가될 경우 실 대역폭이 소폭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도 이론상 USB 3.1의 대역폭을 지원하기에는 충분하나, 테스트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단지, 내부 듀얼 SATA 포트에 할당된 총 대역폭이 PCIe 3.0 x1Lane(PCIe 2.0 x2Lane)에 대응하는 800Mbps이라고 가정할 경우 테스트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데, asm1352R 컨트롤러에 대한 세부 스펙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이같은 계산의 정확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본격적인 USB 3.1 시대의 시작, 아직은 보드와 장비 궁합 따져야...
USB 3.0에 이어 등장한 USB 3.1은 확실히 높은 성능을 보여주지만, 아직 메인보드 칩셋에서 네이티브 지원하는 상황이 아니기에 메인보드는 물론이고 이와 연결할 USB 3.1 디바이스도 어떤 컨트롤러를 써서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를 따져봐야한다.
제아무리 F1 레이싱 차량이라도 도로 환경이 산악 오프로드라면 경운기보다 빠르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잘 닦인 레이싱 트랙이라도 티코가 전문 경주용 차량들과 경쟁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현재 USB 3.1 시장에 비유하자면, 국도(USB 3.0)를 대체할 레이싱 트랙(인텔 알파인 릿지 컨트롤러 USB 3.1 메인보드)과 고속도로(ASMedia asm1142 컨트롤러 USB 3.1 메인보드)가 깔리고 있고, 도로를 이용할 자동차에 해당하는 USB 3.1 디바이스가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 고속도로용(ASMedia asm1352R 컨트롤러 기반)만 출시되고 있어 레이싱 트랙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비유할 수 있다.
미리 레이싱 트랙을 깔아놓고 그에 어울리는 경주용 차량이 나올길 기다리거나 고속도로용 차량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몰 것인가, 고속도로와 고속도로용 차량 도입으로 만족할 것인가?
전적으로 사용자 결정에 달린 문제지만, 최소한 현재 상황이 어떤지 명확히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야 혹시 모를 후회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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