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건)로 세계 각국서 뭇매를 맞고 있다.

최대 21조 원에 달하는 미국 환경청(EPA)의 징벌적 벌금, 리콜 압박, 집단 소송 등 여러 문제에 걸쳐 악재를 맞았다. 폭스바겐 그룹을 이끌던 마틴 빈터콘 회장이 물러난 것도 모자라, 얼마 전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위치한 주요 폭스바겐 지사가 현지 수사 기관에 압수 수색 당했다. 올해 들어 접한 자동차 관련 이슈 중엔 단연 역대급이다.
그런데 일부 차량 제작사는 폭스바겐의 현 사태를 분위기 반전의 기회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폭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 소식에 자사 차량의 브랜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경쟁사 입장이라면 폭스바겐의 위기를 이렇게 생각할수는 있지만, 그것이 외부적으로 옳다 그르다하는 입장 표현은 삼가야 한다.
안그래도 요즘 신차 발표회선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신차 발표회 Q & A 세션에서 단골 소재다. 순수하게 주요 차량 제작사들이 폭스바겐의 사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변을 듣고픈 것일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폭스바겐을 디스(diss)하는 발언이 나온다면 기자는 이걸 가지고 기사 거리를 만든다. 이 상황에서 제작사의 답변은 매우 중요하다할 수 있다.
질문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폭스바겐의 사태로 경쟁사의 디젤 차량 판매가 증가하지 않을지, 혹은 가솔린 차량의 판매가 늘거나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국내 도입 시기가 단축되지 않을지에 관한 내용이다.
이와 같은 질문은 차량 제작사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다. 확실한 답을 하고 싶지만, 지켜보는 이목이 많아 자칫하면 괜한 말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위 질문에 일부 제작사는 폭스바겐 사태에 관해선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었고, 다른 제작사는 폭스바겐의 위기가 우리에겐 곧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내용을 발언하기도 했다. 일부 매체는 제작사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도 전에 폭스바겐 사태로 현대 기아차의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섣부른 전망을 싣기도 했다.
과연 폭스바겐 사태로 현대 기아차의 판매량이 늘까? 글쓴이는 아니라고 본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생각했다면 이와 비슷한 가치의 수입차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가격과 유지비를 생각하며 현대 기아차를 선택하는 운전자도 있겠지만, 위 명제는 앞으로 3~6개월 간의 판매량이 집계되기 전까지는 쉽게 매듭지을 수 없는 내용이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디젤 차를 선택한 운전자들이 다른 브랜드의 디젤 차로 옮겨갈까? 이것도 반드시 성립할 수 없는 명제다. 이번 사태를 접한 소비자 중에는 "디젤 차를 대기 오염의 주 원인으로 생각한다.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고 "사태에 관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차량 구매 자체를 유보할 것"이란 입장도 적지 않았다. 이는 섣불리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친환경 차량으로 분류된 가솔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도입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추론도 위와 같은 이유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일반 가솔린 차량보다 세금 혜택은 더 볼 수 있을지언정, 초기 비용에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운전 습관에 좌우되기 때문에 우리 나라 입장에선 구매력이 높은 차도 아니다. 충전 인프라는 전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폭스바겐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제작사의 차량은 환경 기준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확실하다. 문제 없다"고 답할 브랜드는 얼마나 될까?
며칠 전 외신에 공개된 유로6 차량의 실제 질소산화물 배출량 분포도를 봤던 독자 분들이라면 아실 것이다. 이 문제가 폭스바겐에 한정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검증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다. 미국 EPA는 이미 자국서 판매되는 모든 디젤 차량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성분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차량 제작사들은 이 점을 염두하고 폭스바겐 사태에 관한 언급 혹은 답변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자칫 디젤 차량의 존폐를 결정지을수도 있고, 언젠가 지난 번 했던 발언을 꼬투리삼아 의문을 제기할수도 있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