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가격의 VR 디바이스로 주목받으며 등장한 오큘러스 리프트가 수년간의 준비 끝에 2016년 1분기 출시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유명한 밸브도 HTC와 협업해 Vive라는 이름의 가상현실 디바이스를 비슷한 시기 출시할 예정이다.
게이머들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지금까지 SF 영화속에서나 보던 가상 현실 체험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에 열광하고, 관련 시장에 대한 장미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현실에 대한 반응과 시장성을 떼어놓고 한 사람의 PC 게이머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과연 현시점에서 이렇게 열광할 가치가 있는지는 조금 다른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 PC 가상 현실의 가장 큰 문제, 비싸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이다.
그나마 싸다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 킷2 가격이 42만원 돈이었다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킷2의 가격은 350달러였고, 이후 공식 출시될 모델의 가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량 생산에 따라 조금 더 싸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 가격이면 단순 환율 개산 시 약 42만원 돈이다. 쓸 만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 가격이다.
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활용을 위한 별도 컨텐츠 전송 시스템이 필요한데, 오큘러스 VR이 밝힌 공식 권장 사양으로는 인텔 코어 i5 4590 CPU와 8GB 이상 메모리, 지포스 GTX 970 또는 라데온 R9 290 이상의 그래픽 카드, 두 개의 USB 3.0 포트 및 HDMI 1.3 이상이 필요하다.
VR 환경을 위한 PC가격, 최소 100만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대충 CPU와 그래픽 카드, 메모리 가격만 따져도 현 시점(2015년 12월 10일 기준)에서 60만원이 필요한데, 이 사양이 오큘러스 리프트 사용을 위한 권장 사양이라지만 실제 VR 게임의 시스템 요구사양은 이보다 높아질 수 있고, 여기에 메인보드와 SSD나 하드디스크, 케이스, 모니터 등 완전한 PC를 갖추자면 못해도 100만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이는 그나마 싼 오큘러스 리프트의 권장 사양 PC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HTC 바이브의 경우 아직 공식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지원 게임을 통해 간접 확인된 시스템 요구사양도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한 단계 윗줄에 있다. 즉, HTC 바이브를 사용하기 위한 PC 구성 비용은 더 비싸다는 뜻이다.
물론 150만원 이상의 비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불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난 2014년 우리나라 월급 소득자의 월 평균 급여는 264만원, 중위 소득은 191만원으로 확인되었다. PC로 가상현실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 최소한 국내 직장 생활 가정에게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일 수밖에 없다.
현 PC용 가상 현실의 또 다른 문제들
비싼 가격을 제외하고도 PC용 가상 현실 디바이스의 또다른 문제는 바로 불편함을 들 수 있다.
현재 선보인 PC용 가상현실 디바이스는 예외없이 PC와 화면과 데이터 전송을 위해 HDMI 및 USB 케이블을 연결하고 있다. 모니터로 보는 단순 3D 게임도 몰입할 경우 화면 움직임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보다 몰입감이 높은 가상현실에서는 어떨까?
이 경우 걸리적 거리는 선은 가상 현실에 대한 게이머의 몰입감을 방해하게 되며, 관련 문제는 오큘러스 VR의 창업자인 Palmer Luckey 역시 지적한 문제로, 해당 문제는 VR 산업의 주요 골칫거리가 될 것이며, 해결 전까지는 모바일 VR이 우세를 점할 것이라 전망했다.
VR을 소재로한 멀미약 광고, VR과 멀미는 떼기 어려운 관계다
한편, 단순한 3D 게임 조차 게이머에 따라서는 멀미를 유발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는데, 가상현실 디바이스의 멀미 문제는 이보다 심각할 수밖에 없으며, 게임 업계에서도 멀미를 VR 게임의 최대 적으로 보는 의견이 나오고, 멀미약 광고에도 VR이 소재로 쓰일만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나마 평판 디스플레이에서 균일한 화면을 보여주는 일반 3D 게임이나 3D Vision 방식과 달리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렌즈를 통해 화면을 인지하게 되므로 화면 중앙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외곡이 발생하며, 이는 기존 방식보다 게이머들에게 멀미 유발의 위험성이 커짐을 뜻한다.
따라서 PC 그래픽 카드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AMD는 리퀴드VR, NVIDIA에서는 게임웍스 VR이라는 이름 아래 지연 시간을 최소화해 멀미없이 사용자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안고가야할 문제이며, NVIDIA의 경우 스탠포드 대학과 함께 자체 VR 디바이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장미빛만은 아닌 PC용 가상현실
오큘러스 리프트 이후 수많은 VR 기기들이 선보이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함께 언급된 HTC Vive(스팀 VR)을 포함해 시선 추적 컨트롤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포브VR, 게이밍 기어 전문 기업 레이저가 만든 OSVR까지, 유명한 것만 꼽아도 벌써 네 가지나 된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위한 기어VR과 구글 카드 보드, 플레이스테이션용 가상현실 디바이스인 소니의 프로젝트 모피어스 같이 PC 외적인 분야까지 따져보면 어느정도 규모가되는 업체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다.
노키아의 6만달러짜리 VR 카메라 OZO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츠는 VR 시장규모가 2015년 2조5500억 원에서 2020년 5배가량 성장한 11조4000억 원, 한국VR산업협회 준비위원회는 국내VR 시장 규모가 2015년 9636억 원 수준에서 2020년 5조7271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는 등,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V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시장 도전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조사기관의 장미빛 전망과 별도로, PC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용과 편의성면에서 대중화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IEEE1894, 파이어와이어라고 불리는 기술이나 인텔의 썬더볼트도 그 자체로는 비교 대상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지만, 비용과 호환성과 같이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못해 쓰는 사람만 쓰는 기술이 되어 버린 것 처럼,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PC용 가상 현실 역시 쓰는 사람만 쓰는 반짝 유행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VR 대중화, 가능한 양질의 컨텐츠 제공과 사용자의 참여 유도도 중요하다
또한, PC용 VR 시장에서 내세우고 있는 컨텐츠는 아직 게임과 동영상 쪽에 치우치고 있는데, 이들 컨텐츠의 잠재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의 수명은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제한되지 않은 폭넓은 컨텐츠 공급을 위한 노력과 함께, 구글 카드보드 카메라 앱과 같이 사용자가 직접 손쉽게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가상 현실 컨텐츠 제작 툴의 개발과 공개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