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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 2019-07-10 17:00
[리뷰]

오락실 칼싸움 게임이 부활했다
사무라이 쇼다운

 

오락실에서 상대방과 1대1로 싸우는 대전 격투 게임은 캡콤(Capcom)이 만든 스트리트파이터2 (Street Fighter II)가 대성공을 거두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양한 무술을 사용하는 캐릭터와 커맨드를 입력하는 대전격투게임 장르의 기초를 확립한 것은 분명 스트리트 파이터2가 맞지만, 이후 SNK에서 내놓은 아랑전설(Fatal Fury), 용호의 권(Art of Fighting), 킹 오브 파이터즈(The King of Fighters) 같은 게임들이 게이지 충전, 초 필살기, 팀 대결 등 지금의 게임 시스템에 상당 부분 공헌한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 SNK가 만든 사무라이 쇼다운(Samurai Shodown, 해외명 Samurai Spirits) 시리즈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검극 대전 격투 게임을 표방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는데, 익숙한 손발 공격 기술과 장풍으로 조금씩 상대방의 체력을 줄여가며 K.O. 시키던 맨몸 격투 게임과 달리 특별한 필살기 없이 크게 휘두르는 칼질 한 방에 상대방의 체력을 왕창 깎아버리거나 단순한 패배가 아닌 신체 절단을 당하는 연출 등 게임을 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비록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신선함은 익숙함으로 바뀌고 4편에 해당하는 아마쿠사 강림(패왕전설) 이후로 오락실 인기가 시들해지고 버추어 파이터, 철권 같은 3D 대전 격투 게임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2008년작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겼는데, 올해 6월 11년 만에 사무라이 쇼다운이 돌아오면서 올드 게이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사무라이 쇼다운 신작은 2019년 6월 PS4와 Xbox One 버전으로 먼저 출시되었으며, 닌텐도 스위치와 PC판은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이번 기사는 PS4판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기사에 등장한 모든 스크린샷은 PS4 Pro 스크린샷이며,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유의 세계관을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

새롭게 돌아온 사무라이 쇼다운은 시리즈의 완전한 리부트가 아닌 1편과 5편(제로) 사이에 비어있는 시간대 1787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1년 단위로 나온 게임 연표에서 비어있는 시간대를 찾는 동시에 시리즈 최고 인기 캐릭터 나코루루 등장을 위해 그녀가 살아있는 시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기존 시리즈도 외전을 통해 3D 대전 격투 게임으로의 변화를 꾀했던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낮은 3D 그래픽 기술력과 대세 게임을 따라가려는 듯한 게임 시스템으로 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행착오는 SNK 뿐만 아니라 지금은 3D 그래픽 기반의 2D 스타일 대전 격투 게임 본좌 자리에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도 겪었던 것으로, 캡콤도 수묵화를 보는 듯한 특유의 3D 그래픽에 2D 게임성을 결합시킨 스트리트 파이터4를 내놓기 전에 스트리트 파이터 EX 시리즈로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그래서일까?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4 (Unreal Engine 4, UE4)을 통해 만들어진 사무라이 쇼다운의 그래픽은 3D 캐릭터를 묘사하면서도 2D 스크롤 형태의 게임 플레이와 수묵화 느낌의 묵직한 그래픽 효과가 더해져 2D 대전 격투게임을 성공으로 3D로 표현해낸 스트리트 파이터5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개발진에서는 일본화를 의식해 셀 셰이딩과 외곽선 표현을 리얼한 3D 표현에 섞었다고 말하고 있다. PS4 일반판 예약 구매로 초기 특전을 받은 게이머는 예전 3D 캐릭터 느낌을 살린 하오마루 레트로 3D 코스튬을 선택할 수 있다.

 

기본 16명에 총 20명의 캐릭터 선택 가능

시리즈 1편과 5편(제로) 사이를 배경으로 하면서 등장 캐릭터도 1편과 2편에서 인기를 모았던 캐릭터를 중심으로 신 캐릭터 3인이 추가됐다. 나코루루를 포함해 1편의 캐릭터 대부분을 플레이 할 수 있고 캐릭터가 구사하는 기술도 시리즈 초기에 쓰던 것들이어서 반갑다.

 

물론 11년만에 새롭게 부활하면서 과거 캐릭터 뿐만 아니라 쿠라마 야사마루, 달리 대거, 우 루이샹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캐릭터도 추가했다. 여기에 DLC를 통해 4명의 캐릭터가 더 추가될 계획으로 최대 20명의 캐릭터로 대전을 할 수 있다.

DLC 캐릭터는 8월부터 2개월 간격으로 리무루루, 쿠비키리 바사라, 카자마 카즈키, 왕푸가 등장할 예정이다.

 

복잡하지 않은 조작, 호쾌한 검술로 승부

사무라이 쇼다운 개발진이 밝힌 것처럼 이번 게임은 콤보 기술 위주로 플레이어 실력 차이가 큰 최신 대전 격투게임 트렌드와 달리 시리즈 초창기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콤보의 역할을 줄이고 '한 방' 싸움 중심으로 구성했다.

주먹과 발 대신 검과 같은 무기로 싸운다는 점을 고려해 강 베기의 위력이 상당히 높아 일반 필살기를 쓰는 것보다 타이밍에 맞춰 강 베기를 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다. 물론 상대방이 공격을 피하거나 막았을 때 반격당할 위험도 높아 대전 모드에서는 치고 빠지는 눈치 싸움도 중요하다.

 

또한 상대가 체력이 많이 남아 유리한 상황에서도 일발역전이 가능한 분노 게이지 시스템이 들어갔다. 적에게 피해를 입으면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고 최대치가 되면 공격력이 증가한다.

분노 게이지가 최대로 찼을 때 이를 폭발시키면 상대방에게 빠르게 공격하는 '일섬'을 쓰거나 '무기 날리기 필살기' 공격이 가능하다. 각 캐릭터가 펼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을 하는 '비오의'도 있다. 다만 이런 초필살기 남용을 막기 위해 한 시합에서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었다.

 

다만 빠른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서인지 스테이지 줌인 줌아웃 효과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시리즈 1-2편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화면 줌 크기가 많이 줄어 멀리 떨어진 상태로 견제 공격을 구사하기 어렵다. 특히 무기 날리기 기술을 당했을 경우 무기를 찾아야 제대로 싸울 수 있는데 무기가 화면 밖으로 날아가면 찾으러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무라이 쇼다운은 무기로 싸우는 검극 대전 격투 게임 특성상 시리즈 초기부터 피를 흘리거나 사지가 절단되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잔혹 표현을 줄이기 위한 설정이 있다.

잔혹 표현을 설정하더라도 신체 절단 효과는 한 가지로 통일됐고 절단 기술을 사용해 승리해도 분노 게이지에 가려진 상태에서 신체가 사라지도록 처리해 잔혹한 부분은 최대한 적게 노출되도록 만들었다.

사무라이 쇼다운을 모탈 컴뱃처럼 즐기고 싶던 게이머들에게는 불만스러운 부분이지만 개발진이 잔혹 요소를 피하고 싶었고 그런 표현이 동영상 사이트에서 공유되는게 싫다고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업데이트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반가운 캐릭터와 생뚱맞은 보스가 만나는 스토리 모드

스토리 모드에서는 등장 캐릭터에 맞춰 짧은 인트로가 보여지고 승리 또는 패배에 따라 주어진 대사를 표현한다. 물론 하오마루와 겐쥬로 같이 서로 연관이 있는 라이벌 캐릭터는 대전에 들어가기 전에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토리 모드에서 다른 캐릭터들과 대결을 펼쳐 나가는 사이에 최종 보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1편 이전의 시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리즈 최고 인기 보스 '아마쿠사 시로 도키사다'는 등장하지 않고 대신 지상에 저주를 퍼붓고 있는 '시즈카 고젠'의 원혼과 싸우게 된다.

 

춤추는 기녀라는 역사속 인물에 맞게 화려한 의상과 여러 개의 부채를 무기로 원거리 공격을 펼친다. 부채를 잘 피해서 공격을 계속하면 방어가 풀리면서 무방비 상태가 되는데 이 때 체력을 깎아야 승리할 수 있다. 

 

둘다 비운의 삶을 살았던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시리즈 여러 작품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아마쿠사와 달리 시즈카는 일본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다른 나라 게이머들에게는 '왜 최종 보스인가'하는 의문만 갖게 한다. 캐릭터의 배경 설명 없이 원한만 강조해 표현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에게 패배하면 미련을 버리고 성불하는 엔딩을 보여주는데 애초에 캐릭터에 대해 모르니 왜 원한을 갖고 왜 허무하게 사라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각 캐릭터별 엔딩은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곁들인 나레이션으로 처리된다. 이번 작품의 배경이 시리즈 초반부에 해당하는 만큼 최종 보스가 사라진 이후에도 완전한 끝맺음 대신 다른 여정을 계속 이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뜬금없는 최종 보스 시즈카 고젠의 생소함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마지막 엔딩 영상으로 아마쿠사의 무기 '가다마의 보주'를 짧게나마 보여주면서 아마쿠사가 등장하는 차기작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다만 이번 작품이 흥행하더라도 후속작보다 KOF, 아랑전설, 용호의권 등 전세계적으로 사무라이 쇼다운보다 더 인기가 높은 작품들의 부활을 먼저 추진할 가능성이 많다.

 

고인물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대전 시스템

대전 격투 게임은 장르 특성에 맞춰 CPU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대전을 벌이는 것이 게임 내 가장 중요한 콘텐츠다. 사무라이 쇼다운에서도 온라인 대전 모드를 지원하며 세계 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PS4에서는 PSN(PlayStation Networks)에 유료 가입하면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과 대결을 펼칠 수 있다. 대전 상대방의 레벨과 지역, 회선 속도 등을 설정하면 조건에 맞는 상대와 랭크 매치를 할 수 있다. 매치 상대를 결정하면 오락실처럼 도전자 난입 화면이 표시된다.

 

스테이지에 따라 정해진 패턴이 있는 스토리 모드와 달리 온라인 대전은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상대방과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기회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과 여러 번 싸우는 것이 제일 좋지만 온라인 매치 특성상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면 매치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온라인 대전에서 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매치가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을 경우 새로 도입한 도장(DOJO) 모드와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고스트'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플레이어가 스토리 모드나 오프라인 대전을 하는 동안 게임 시스템이 플레이어의 기술과 행동 패턴을 학습해 똑같은 방식으로 대전하는 분신 '고스트'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온라인 대전을 하기 전에 자신의 고스트를 상대하면서 약점을 보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업로드한 고스트를 다운로드 받아 오프라인으로 온라인 대전 같은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펼치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SNK의 설명이다.

 

다만 SNK가 강조한 것처럼 고스트가 실제 사람과 비슷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직 플레이 데이터가 덜 모여서인지 모르지만 100인 이기기에 등장하는 SNK 기본 고스트를 비롯해 플레이어 고스트, 온라인으로 픽업해온 다른 사람의 고스트 모두 몇 가지 동작만 계속 반복하고 플레이어의 공격에 지능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의 학습 데이터가 모여야 고스트가 처음 목표했던 온라인 대전을 대신할 만한 능력을 보여줄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예전의 손맛을 잘 살린 검극 대전 액션 게임

11년 만에 돌아온 사무라이 쇼다운은 역대 시리즈의 본질을 계승했다는 개발진의 호언처럼 과거 오락실에서 만난 그 손맛(칼맛?)을 느낄 수 있는 검극 대전 액션 게임이다.

시리즈 초반부터 워낙 강렬했던 그래픽을 예전에는 3D로 옮기기에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 특징과 호쾌한 검술을 UE4를 이용해 잘 표현하고 있다. 사무라이 쇼다운 모든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은 물론 아마쿠라 강림까지 초반 작품을 플레이했던 사람도 쉽게 플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트리트 파이터와 철권 시리즈로 정립된 대전 격투 게임 e스포츠 트렌드에 진검으로 베고 자르는 사무라이 쇼다운 게임 방식이 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사무라이 쇼다운을 기반으로 KOF 같은 다른 작품을 만드는게 e스포츠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매 스테이지 들어갈 때마다 가장 짜증나게 하는 최종 보스

 

  태그(Tag)  : SNK, 콘솔게임, PS4/PS5, X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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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원 수석기자 / 필명 폭풍전야 / 폭풍전야님에게 문의하기 swlee@bodnara.co.kr
남들 좋다는 것은 다 따라 하지만 정작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는 성격이다. 정말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랬는데, 어쩌다 직업이 되는 바람에 일과 지름이 일심동체인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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