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CPU, PC 메모리,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잖아요...인텔 14nm

올해 역시 CPU 부분은 인텔이 영광을 차지하였다. 몇년간 인텔이 워스트로 지적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14나노(nm)다. CPU 공정은
나노가 낮아질수록 전력 효율이 좋아지고 발열이 낮아진다. 한마디로 낮을수록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인텔은 5세대에서 11세대까지 6세대가 지나도록
14nm 공정에 머물러있다. 마치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인텔은 그렇게 노인이 되었다.
인텔이 14nm로도 이렇게까지 성능을 낸다는 점은 대단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게 다다. 이와중에도 경쟁사는 7nm CPU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인텔 역시 더 낮은 나노 공정에 성공해야 한다. CPU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기타 반도체 업체에서는 3나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인텔은 언제까지 14나노를 짜낼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다가 인텔 14나노 공장에서는 기름이 나올수도 있지 않을까?
리뉴얼을 기대했지만 리패킹되어 출시된 라이젠 XT 시리즈

그렇다고 CPU 부문 경쟁사가 2020년 내내 완벽한 행보를 걸은 건 또 아니다. 바로 XT 시리즈 때문이다. 2020년 7월 출시된 XT
시리즈는 스펙 면에서 기존 라인업에 비해 향상되어 출시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젠3를 앞두고 출시되어 애매한 포지션에 자리잡은 게 문제였다.
기존 모델 구매자는 뜬금 없이 출시된 XT 시리즈에 벙쪘고, 막상 젠3가 출시되자 XT 시리즈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누구를 위한
출시였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출시일정이었다. 거기에 더해 논XT 모델과 비교하였을 때 가격은 비슷하지만 레이스 쿨러가 제공되지 않아, 사실상의
가격 인상도 이루어진 셈이니 여러모로 애매했던 모델이다.
마이크론 공장이 방금 정전되어서 삼성 메모리 값을 올렸어요...082

지난 12월 초,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에 1시간 동안 원인 불명의 정전이 발생하였다. 이에 보드나라 기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국내 메모리
값이 바로 오르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게 무슨 주식도 아니고, 방금 전 일어난 공장의 1시간 정전에 지금 메모리 값이 오르냐며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그 일은 실제가 되었다. 바다 건너 대만의 마이크론 공장이 정전된지 반나절도 되지않아 국내 메모리 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물론
공장 공급량 걱정에 의한 재고 확보에 따른 품귀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나절도 되지않아 가격을 올리는 점, 마이크론 생산량은
0.4% 가량의 손실이 났다는 분석에 반해 30% 이상 가격이 상승한 점은 작년 일본 불매 운동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A320? A520? 뭔 차이인지 모르겠는 A520 칩셋

필자가 보드나라에 입사하고 나서 가장 많이 찾아본 게 바로 칩셋과 그에 따른 모델명이었다. CPU,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메모리 등 PC
부품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각기 다른 제품들이 이렇게 많이 출시되는지 그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는건 구매자에게 다양한
구매선택지를 줄 수 있어 환영하는 일이지만, 리패킹 같은 의미 없는 출시는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어 꺼려하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0 메인보드 워스트는 A520 칩셋에 수여했다. A520 메인보드는 새롭게 출시된 AM4 칩셋 메인보드로 A320
메인보드와 달리 PCI 부분이 업그레이드되었다. 문제는 그게 전부다. 공식적으로 최신 라이젠 CPU를 지원하는 메인보드는 A520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최신 라이젠 CPU를 사용하려면 A520 메인보드가 권장된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점도 없이 가격만 비싸진 현 상황에 소비자가 과연
납득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용산의 민낯, 그리고 MSI 3080 트리오

올해 중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가 공개되자 많은 PC 사용자가 환호성을 질렀다. RTX 20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훨씬 좋은
성능에 가격마저 저렴한 그래픽카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는 국내출시가 걱정에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공식출고가가 아무리 싸게 나와도 국내에서
PC 부품은 싯가(?)로 판매되니, 성능이 좋게 나올수록 가격 걱정은 더욱 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국내유통사 인텍앤컴퍼니 측에서 초도물량을 바로 온라인 소셜커머스를 통해 판매하고, 여기에 더해 ASUS 측은 중간
유통 과정의 폭리를 막겠다고 공지하면서 소비자는 처음(!)으로 정상가격(!!)에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만 보자면 이번
RTX 3080 대란은 워스트가 아닌 베스트였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모두가 이번 대란을 환영한 건 아니였다.

도화선은 MSI였다. MSI는 공식 출고가 699달러(현기준 한화 758,800원)인 RTX 3080 게이밍 X 트리오의 국내 가격을
147만원으로 측정했고, 이에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ASUS의 사례를 들며 한바탕 난리가 났다. 거기다가 MSI 직원이 소셜커머스에 관련된
댓글을 남긴 것이 재조명되며 논란은 꺼지지 않고 계속해 타올랐고, 추가로 물량이 적은 RTX 3080을 구해
완제PC로 파는 일부 업체의 행각, 그리고 일부 업체 유튜브의 ASUS에 대한 반발 등이 이어져 RTX 3080 대란이 완성된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MSI RTX 3080 게이밍 X 트리오는 말썽이었다. 이베이를 통해 한 판매자가 품귀현상을 악용해 1,360달러에
RTX 3080 게이밍 X 트리오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 판매자는 MSI측 판매자였다. 이 판매자는 MSI 산하에 있는 개별 판매
자회사였으며 이에 소비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였다. 제조사가 부족한 공급을, 산하 유통사가 시가로 판매하는 상황, 국내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