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주요 아이패드 대항마들의 현재 성적은?

애플이 2010년 1월 아이패드를 발표하기 전에도 태블릿 PC 시장은 존재했다. 그러나 특정 분야의 소수 사용자들에게 국한된 태블릿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보급되기 시작한 건 아이패드의 등장부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애플이 지난 해에 이어 올해 3월에 아이패드2를 출시했고 내년에는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더 올라간 아이패드3를 내놓을 예정이다. 대개 1년 주기로 성능이 향상된 신제품을 같은 가격대에 출시하는 것은 애플의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이고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다른 애플 주력 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아이패드 대항마들은 올해는 듀얼코어와 카메라가 들어간 아이패드2와 경쟁하지만 내년에는 iOS 5에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높아지고 프로세서 성능이 더 강화된 아이패드3를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쟁자들의 성적표를 보면 아이패드3가 등장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경쟁자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모토로라 매각으로 이어진 안드로이드 허니컴 태블릿 XOOM
모토로라는 올해 1월 CES 2011에서 구글과 함께 태블릿 전용 안드로이드 3.0 운영체제 허니컴(Honeycomb)을 탑재한 최초의 태블릿 줌(XOOM)을 발표했다.
16:9 와이드 비율의 10.1인치 디스플레이에 1280x800 해상도를 지원하는 모토로라 줌은 엔비디아 듀얼코어 테그라2 프로세서와 1GB DDR2 RAM, 내장 16GB 메모리와 microSD 외장 메모리, 500만 화소 카메라와 LED 플래시, 전면 200만 화소 카메라 등 하드웨어 스펙에서 아이패드1 뿐만 아니라 이후 출시된 아이패드2도 뛰어넘는 스펙을 갖췄다.

구글 레퍼런스가 된 모토로라 XOOM, 결과는 넥서스원급 판매량?
그러나 애플 아이패드와 달리 기존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들을 지원하지 않고 허니컴 전용으로 나온 앱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 발표회장에서 안드로이드 허니컴 태블릿에서 쓸 수 있는 전용 앱의 갯수가 100개 정도 밖에 안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아이패드가 아이폰/아이팟 앱 지원을 통해 출시와 동시에 14만개의 iOS 앱을 지원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웹톱 애플리케이션이 들어간 아트릭스 스마트폰과 최초의 안드로이드 태블릿 줌을 발표한 모토로라의 지나친 자신감도 판매 부진의 원인이 됐다. 모토로라는 줌 3G 32GB 모델을 같은 용량의 아이패드2 3G 모델보다 더 비싼 799.99 달러에 출시했고, 이후 3G가 빠진 Wi-Fi 전용 32GB 모델을 아이패드2와 같은 가격에 내놓았다.
모토로라 입장에서는 더 높은 스펙을 가진 제품이기 때문에 그 만한 가격을 책정할 가치가 있다고 보았지만 소비자들은 이제 막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한 제품이 이미 완벽한 생태계를 구축한 제품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모토로라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같은 운영체제가 들어가는 PC에서는 스펙 높은 제품이 더 뛰어나지만 서로 다른 모바일 OS가 들어가는 태블릿 시장에서는 OS 생태계 자체도 제품 가치에 들어간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 결과 모토로라 줌은 2분기 내내 겨우 44만대만 팔리는(애플 아이패드는 2010년 처음 출시 당시 5일만에 45만대를 팔아치웠다) 수모를 당했고 이후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실적 악화로 구글에 인수합병되는데 일조하게 되었다.
원가 이하 99달러 눈물의 땡처리, HP webOS 터치패드
애플의 성공을 보면서 IT 시장의 판도가 기존의 PC 중심에서 스마트폰-태블릿 중심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파악한 HP는 안드로이드나 윈도우폰 진영에 합류하는 대신 Palm을 인수해 독자적인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결정한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선보였던 2010년 4월, HP는 12억 달러에 Palm을 인수하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점포 정리 초특가로 마지막에 아이패드급 인기를 누린 터치패드
그 결과 올해 2월에 발표한 webOS 기반 HP 터치패드는 9.7인치 1024x768 해상도 디스플레이와 1.6 파운드의 무게로 아이패드1과 거의 같은 무게에 1.2Hz 듀얼코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130만 화소 카메라를 갖췄으며, 풀 스크린 플래시 컨텐츠 재생과 뛰어난 멀티태스킹 능력을 자랑하는 태블릿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7월에 정식 출시된 HP 터치패드 역시 아이패드와 같은 가격으로 출시되었고, 호환성 문제 등이 겹치면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기록한 가운데 결국 499 달러에 처음 출시했던 16GB 모델을 2달도 되지 않아 원가 이하 99 달러라는 폭탄 세일로 재고 물량을 털어내고 사업을 접었다.
더구나 터치패드의 실패는 HP에게 webOS 기반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업 중단 뿐만 아니라 판매 수익이 낮은 PC 비즈니스를 분사하고 IT 서비스 업체로 변신하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기업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모토로라와 HP 모두 기대되는 아이패드 대항마로 떠오르다가 한순간 시장에서 추락해 버린 것이다.
부진한 판매로 가격인하 암시하는 블랙베리 플레이북
아이패드를 잡으려다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모토로라와 HP에 이어 블랙베리 역시 아이패드의 함정에 빠진 상태다.
QNX 뉴트리노 마이크로커널 아키텍처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7인치 태블릿 블랙베리 플레이북은 지난 해 9월 발표 당시 이미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1GB RAM을 통해 보다 강력한 대칭형 멀티 프로세싱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상태였다.
여기에 후면 500만 화소 카메라, 전면 300만 화소 카메라, 1080p HD 동영상 촬영, 802.11n 무선랜, HDMI 비디오 출력 등 당시 시장에 판매되고 있던 아이패드1 뿐만 아니라 같은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 모델인 삼성전자 갤럭시탭 7인치보다도 높은 하드웨어 스펙과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창고에 재고가 쌓여있을 때다
그러나 시장에 출시된 블랙베리 플레이북은 주요 기능을 블랙베리 스마트폰과 연동해야 하는 제약을 걸어 유저들의 비판을 받았고, 기본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외에 앱 스토어가 부족하다는 아이패드 경쟁 플랫폼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RIM은 안드로이드 스마트촌용 앱을 블랙베리 플레이북으로 끌어오기로 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경쟁력있는 태블릿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라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결국 RIM의 2011년 2분기 수익은 지난 해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블랙베리 플레이북 판매량도 분기 초 예상인 49만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만대에 그치면서 HP 터치패드와 똑같은 가격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들 업체도 만들 의지도 사라지고 있는 미고(MeeGo)
서로 독자적인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를 만들던 인텔과 노키아가 손을 잡고 공동 개발한 미고(MeeGo) 플랫폼은 정작 단말기를 만들어야 할 노키아가 심비안을 포기하고 MS 윈도우폰7 진영에 합류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자고로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고 찾는다는 진리
인텔은 미고 운영체제를 돌릴 수 있는 아톰 프로세서 기반의 오크 트레일 플랫폼과 인텔 앱업 센터를 만들어 하드웨어 제조사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미고 플랫폼을 대표할 만한 태블릿 기기도 아직 등장하지 못했고 오크 트레일 아톰 역시 아직까지 ARM보다 발열과 소비 전력 등에서 불리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미고의 경쟁력에 의심을 품은 업체들이 미고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덕분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으리라 여겨지던 모토로라와 HP, RIM이 태블릿 때문에(전부는 아니지만) 박살나고 있는 중에도 타격을 입지 않았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태블릿으론 이슈가 되지 못하는 윈도우7 태블릿
모바일 OS는 아니지만 태블릿 시장에는 PC 운영체제 윈도우7(Windows 7)을 기반으로 하는 태블릿 제품들도 판매되고 있다.
지난 해 MS가 CES 2010에서 HP 슬레이트(Slate)를 소개한 이후 PC 제조사들은 윈도우7 운영체제 기반 태블릿 제품군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HP, Acer, ASUS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일반 노트북 디자인에 분리 또는 회전 가능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모델도 존재한다.

아톰과 윈도우7은 아직 태블릿이 되기엔 부족하다
그러나 윈도우7 태블릿 제품들은 대부분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넷북과 비슷한 수준의 하드웨어 스펙을 갖춰 윈도우 기반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x86 기반 아톰 플랫폼의 성능은 ARM보다 뛰어나지만 윈도우7이 높은 시스템 환경을 요구하고 있으며 부팅 및 배터리 시간에 있어서는 ARM 계열의 모바일 OS 태블릿보다 아직 부족하다.
이 때문에 윈도우7 태블릿 제품은 넷북과 초소형 노트북처럼 큰 인기를 얻거나 많은 제조사들이 출시하지는 않고 있다. 태블릿에 적합한 OS 다이어트는 다음 버전 윈도우8에서 이뤄질 예정이며 x86 플랫폼의 고성능/저전력 구현도 윈도우8이 출시될 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