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첫 번째 태블릿 전쟁에서 살아남은 경쟁자들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애플이 구축한 모바일 생태계와 경쟁력은 애플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지 간에 태블릿 시장에서 아이패드 대항마를 외치던 경쟁 업체들에게 큰 타격을 준 함정이 되었다.
반면 무작정 아이패드 따라가기가 아니라 한발 뒤에서 애플의 방향을 예상하고 움직였던 업체들은 1차 태블릿 전쟁에서 살아남아 스티브 잡스가 물러난 애플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들 남은 경쟁자들의 특징은 당장 제품 하나하나에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길게는 몇 년 뒤를 내다보고 애플이 앞으로 갈 방향을 먼저 선점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애플에게 없는 다양성으로 승부하는 구글 진영
비록 모토로라 안드로이드 태블릿 줌(XOOM)이 시장에서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모토로라의 실패가 전체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가장 막강한 무기는 개방형 플랫폼 정책으로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각자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모토로라 줌이나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 LG전자 옵티머스 패드 등 허니컴 태블릿 레퍼런스에 해당하는 10인치급 모델 외에도 안드로이드 진영에는 7인치부터 7.7인치, 8.9인치, 10.1인치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크기를 가진 태블릿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듀얼 디스플레이가 들어가거나 3D 카메라 탑재, 스타일러스 필기 인식에 특화된 제품이 출시되는 등 다양성 측면에서 단일 기기 플랫폼을 추구하는 애플이 모두 커버하기 어려운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휴가갔던 소니 디자이너들이 돌아왔다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안정화 된 것도 1.x 버전을 넘어 2.2 프로요에 이르러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드로이드 태블릿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OS가 다시 통합되는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버전이 나왔을 때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드로이드 진영의 단점은 운영체제 관리가 구글이 아닌 제조사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통일성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것과 IT 시장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모바일 특허 전쟁으로 인한 각종 소송, 로열티 문제 등에서 제조사들이 구글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애플보다 먼저 모바일-PC 운영체제 통합하는 MS
필자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구글과 나란히 한 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한 곳이 MS지만 아직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우폰7의 점유율을 보면 별로 인상적이지 못하다.
MS는 윈도우폰7의 메이저 업데이트인 윈도우폰7 망고를 발표하면서 노키아의 합류와 시장 판매 확대를 통해 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미 iOS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견고해진 가운데 노릴 수 있는 것은 블랙베리나 심비안 같은 전통적인 스마트폰 쪽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MS가 일부러 스마트폰 시장과 태블릿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태블릿에서도 쌩쌩 돌아갈 윈도우8이 준비 중
MS는 현재의 모바일 플랫폼 발전 속도로 미루어 차세대 윈도우가 등장할 때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도 PC용 윈도우 운영체제를 충분히 돌릴 정도로 하드웨어 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시장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MS가 윈도우8을 정식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2013년에는 x86 플랫폼 뿐만 아니라 ARM 계열 기기에서도 윈도우8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 윈도우 XP 태블릿 에디션과 윈도우 모바일 OS를 내놓았을 때부터 PC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제품을 꾸준히 밀어왔던 MS의 입장에서는 쿠리어와 윈도우폰, Xbox 등 PC 시장을 분화시키는 독립적인 플랫폼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윈도우(PC기반)로 합칠 수 있는 더 거대한 시장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과 발전된 전력 관리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OS와 PC OS가 다시 합쳐진다면, 모바일 OS 시장의 지배력을 가진 애플이 승리할지, PC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인 MS가 승리할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PC 사용 환경의 확장과 기업 업무 환경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윈도우8이 좀더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애플이 껄끄러워 하는 전략을 쓰는 삼성전자
모토로라 줌과 같이 1세대 허니컴 갤럭시탭 10.1을 출시하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1차 태블릿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동시에 모바일 플랫폼이 아닌 하드웨어 제조사로써 애플의 강력한 견제를 받는 업체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기업 특성은 그리 닮아 보이지는 않지만 최고 경영층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기업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여기에 애플과는 모바일 프로세서. 메모리, 디스플레이 패널 등 주요 부품 공급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마트폰-태블릿의 애플 벤치마킹 전략으로 애플과 소송을 주고 받는 등 복잡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고 수준의 부품을 집약한 플래그십부터 저가 공략을 위한 보급형까지 다양한 시장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부품 및 완제품 생산이 가능한 하드웨어 제조사다. 비록 갤럭시탭 10.1의 시장 반응은 기대한 것처럼 높지 못하지만, 이미 삼성전자는 갤럭시탭 8.9와 7.7, 그리고 내년 1분기에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운영체제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5.3인치 갤럭시 노트까지 다양한 화면 크기를 가진 태블릿을 준비하고 있다.

원하는 화면 크기로 골라잡는 삼성전자만의 태블릿 라인업
안드로이드 태블릿 뿐만 아니라 윈도우8 태블릿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MS의 빌드 컨퍼런스를 통해 5,000대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 맞는 하드웨어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직까진 애플과 대적할만한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없지만 구글 안드로이드나 MS 윈도우폰7 플랫폼이 이 부분을 보완하고 있으며, 독자 모바일 플랫폼 바다 OS의 약진과 얼마 전 갤럭시 시리즈 전모델 안드로이드 진저브레드 업그레이드를 통해 빠른 속도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지금 팔리는 TV에 스마트 OS만 넣어도 삼성전자가 자동 1위
여기에 스마트 OS를 기반으로 IT 시장과 접목되고 있는 전통적인 가전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위에 있다. 애플과 구글이 계속 진출을 노리면서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TV 분야에서 이미 세계 1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셋톱박스 형태로 제공되는 애플, 구글의 스마트TV와 달리 TV 본체에 내장되어 스마트 TV 판매량이 곧 스마트 TV OS 점유율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미래를 내다보았을 때 삼성전자는 애플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을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분산 투자하는 PC 기반 제조사들도 잠재력 있다
태블릿 시장에서 독자적인 모바일 OS 플랫폼과 하드웨어에 올인을 하지 않은 업체들은 1차 태블릿 전쟁의 위험을 피해가는데 일단 성공한 분위기다. 안드로이드와 윈도우7 태블릿은 아이패드만큼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하나의 플랫폼에 올인했던 업체들의 최후(?)와 비교하면 나름 선전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발전 방향은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쉽고 빠른 컨텐츠 생산과 소비로 이어진다고 봤을 때, 태블릿 플랫폼의 표준화가 이뤄지고 본격적인 스펙 경쟁에 들어가면 다양한 모델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PC 기반 업체들의 저력이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글 안드로이드와 MS 윈도우 운영체제 모두 제대로 된 태블릿 버전이 등장하고 앱과 컨텐츠 시장이 성장하려면 앞으로도 족히 1~2년은 걸릴텐데, 그 동안 줄어드는 PC 기반 노트북/넷북의 시장을 대신할 만한 먹을거리가 없다는게 이들 업체들의 고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