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지난 2월 10일, 리터 당 111 Km를 달릴 수 있다는 꿈의 자동차 'XL1'을 국내에 공개하였다.
처음 본 XL1은 한 눈에 봐도 양산형 차량이라기보다 콘셉트카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특이하게도 뒷 바퀴가 가려져 있고 버터플라이 도어식으로 운전석과 조수석 문을 위로 열어 젖히는 등 양산형 차량으로선 매우 보기 드문 디자인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단 250대만 한정 판매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면을 보면 차량의 높이가 상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일종의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자인이라 볼 수 있는데 공기 저항 계수(Cd)는 단 0.189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가야르도나 엔초 페라리를 통틀어 슈퍼카라 부르는 차량보다도 낮다. XL1이 이토록 공기 저항을 낮출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이라 볼 수 있을까? 그 비밀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해 볼 수 있다.
먼저 일반 승용차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드 미러가 없다는 점이다. 평소 알고 있던 그 형태만 달라졌을 뿐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XL1의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일반형 사이드 미러 대신 'E-미러(E-Mirror)'라 불리는 카메라 장치를 양쪽에 달았다. 이 작은 카메라에서 인식된 내용이 양쪽 도어 안의 네모난 모니터로 전달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 바퀴와 뒷 바퀴의 디자인이다. 앞 바퀴는 알루미늄 휠보다 가벼운 마그네슘으로 휠을 만들어 무게를 줄이면서 주행 시 주변의 공기가 바퀴 안이 아닌, 바퀴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형태의 기류를 만들어 저항을 덜 받게 한다. 당시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XL1 말고도 최근에 출시된 폭스바겐의 소형 차량들이 이와 같은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며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 뒷 바퀴를 커버로 덮은 이유는 뭘까? 이는 차량의 옆을 스치는 공기가 뒷 바퀴에 걸리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휠 하우징 형태로 커버를 씌워 놓으면 뒤쪽의 난기류가 매우 줄어 슈퍼카보다 나은 수준의 공기 저항 계수를 달성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폭스바겐이 재현한 후면의 디자인은 색다르다. 정면에선 위아래가 낮고 좌우로 긴 넓은 형태였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좌우가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위아래가 길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폭스바겐은 이를 트레일링 엣지(Trailing Edges)라 하여, XL1에서 부드러운 기류를 형성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XL1의 버터플라이 도어 및 트렁크가 열리는 장면
후면의 트렁크를 열어 젖히면 엔진을 비롯한 각종 기관들이 구성된 모습과 적재 공간으로 나뉘어진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최고 출력 48 마력 사양의 2기통의 TDI 엔진과 27 마력 수준의 전기 모터가 결합된 형태에 리튬 이온(Li-ion) 방식의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맨눈으로 봐도 엔진룸의 규모가 작음을 알 수 있다. 배터리 때문에 무겁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XL1의 공차 중량은 1톤을 넘어서지 않는다. 탄소 섬유 등으로 경량화를 보탠 덕에 차량의 총 중량은 795 Kg에 불과하다.
좌측에 디젤 연료 주입구, 우측에 전기 모터 충전하는 플러그 배치
이 정도 사양으로 XL1이 낼 수 있는 최고 출력은 69 마력, 최대 토크는 14.3 Kg.m을 발생시키며 연비는 유럽 사양 기준으로 리터 당 111.1 Km를 나타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 Km 당 21g 수준으로 우리가 대중교통으로 타고 다니는 지하철보다도 적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순수 전기 모터로도 50 Km를 능히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사양 기준으로 잰 연비가 아니라서 이 부분은 실제 주행으로서 확인이 필요하지만, 어쩄든 적은 연료로 멀리갈 수 있는 차임은 분명해 보인다. 디젤 연료를 담는 탱크 용량은 10 리터 수준으로, 폭스바겐코리아 측에선 디젤 연료를 가득 채우고 최소 500 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1 리터 단위로 환산하면 대략 50 Km 내외 정도라 볼 수 있다.
실내로 들어서 보니, 경량화를 위해 신경 쓴 모습이 군데군데 보인다. 대쉬 보드와 센터페시아, 언더 커버를 비롯해 탄소 섬유를 사용한 부분이 많이 보였고 시트도 무게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탄소 섬유가 일부 사용된 버킷 시트를 셋팅했다. 글쓴이가 사진 찍는 시간을 틈타 잠시 승차해 보기도 했는데 쿠션이 적어 승차감은 다소 불편했다.
그래도 2인승 차량인 만큼 앞 좌석 공간은 그럭저럭 무난했다. 시트 포지션이 왠만한 스포츠카보다 낮아 어색할 수 있는데 기본적인 기능 조작에는 문제가 없을 수준이다. 스티리어링 휠 사이즈는 골프 시리즈와 비슷해 보이고, 중앙엔 7단의 DSG 자동 변속기,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등의 장치가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센터페시아의 공조 장치 컨트롤러는 다이얼 식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볼륨 조정 기능과 주행 모드 변경, 문 잠금 버튼 등의 간단한 기능적인 부분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엔진 스타트 버튼은 스티리어링 휠 안쪽에 작게 배치돼 있다. 계기판상으로 최대 속도는 시속 200 Km까지 표시돼 있지만, 실제 XL1의 최대 속도는 시속 160 Km에서 제한이 걸린다.
폭스바겐 XL1은 대량 생산 되지 않는 관계로 가격이 1억 6천만 원이란 고가로 책정 되었으며, 5월 29일부터 6월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2014 부산모터쇼> 폭스바겐 부스에서 다시 공개 된다.
웬만한 수입차 고급 세단 혹은 스포츠카와 비슷한 가격에 맞먹지만 꿈으로만 여겨졌던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를 폭스바겐이 양산형 모델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