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산 모터쇼로 공개된 '그랜저 디젤'에 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오로지 디젤 엔진은 SUV나 수입차 세단의 전유물로 각인돼 왔는데, 국산 준대형 가솔린 세단의 대명사인 그랜저에 디젤 라인업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 소식에 왜 이제야 나왔나 싶은 시큰둥한 반응도 있었고 그래도 디젤이니까 연비 하나는 잘 잡았겠지라는 작은 기대를 품기도 했다.
그랜저 디젤은 이런 대중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케이벤치는 그랜저 디젤을 직접 타 봤다.
시승한 그랜저 디젤, 어떤 차량이었나?



시승 센터에서 찾은 그랜저 디젤은 모던의 상위 트림인 프리미엄이었다. 18 인치형 휠 타이어에 HID 헤드 램프, LED 안개등, 조명 도어스커프에 이르는 외장에 4.6 인치형의 슈퍼비전 클러스터, 전자 파킹브레이크, 운전 자세 기억 시스템, 운전석 및 조수석 통풍 시트의 내장 기능이 추가된 트림이다.
18 인치형 휠 타이어는 폭이 245 mm, 편평비가 45인 두 가지의 타이어가 사용된다.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노블2와 금호타이어의 마제스티 솔루스 KU50이다. 둘 다 컴포트 특성을 띠는 프리미엄 등급의 사계절 타이어인데, 시승 차량에는 솔루스 KU50이 장착됐다.


여기서 휠 타이어를 거론한 것은 연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모던 트림에 기본 장착되는 17 인치형 타이어를 꼈을 경우 그랜저 디젤의 복합 연비가 리터 당 14 Km지만, 프리미엄 트림의 18 인치형 타이어로는 리터 당 13.8 Km다. 리터 당 0.2 Km의 차이를 보인다.
시승 직전의 누적 주행 거리는 818 Km, 평균 연비는 리터 당 12.1 Km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행 가능 거리가 770 Km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대략 64 리터의 디젤이 들어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그랜저 디젤의 연료 탱크 용량은 제원상 70 리터로 표시돼 있다.
시동 걸어보니 말리부 디젤보다 조용해

이 상태서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그랜저 디젤의 시동을 걸었다.
올 뉴 카니발과 같은 e-VGT R2.2 엔진이라 싼타페와 맥스크루즈 만큼의 소음을 실내서 느낄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였다. 중형 디젤 세단 가운데 정숙성이 돋보였던 말리부 디젤보다 상대적으로 더 조용했다. 동급 배기량의 디젤 엔진을 쓰는 인피니티 Q50 2.2d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적다.


왜인가 싶어 보닛을 들어 올리니 그럴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보닛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상당량의 흡음재가 부착돼 있던 것이다. 눈으로 어림 잡은 두께만 해도 2 cm 정도는 돼 보였다.
이 부분에서 문득 지난 부산 모터쇼 때 봤던 현대차의 그랜저 디젤 프리젠테이션 자료가 떠올랐다. 흡차음 성능을 개선해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을 잡았다고 했다. 흡차음 성능을 잡는다 해 봐야 솔직히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 솔직히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직접 들어보니 그 말이 허투루 한 말은 아닌 듯 했다.
시승 코스와 당시 교통 상황은 어떘나?

동승했던 카매니저와 담화를 나누다 직접 그랜저 디젤을 운전하며 위와 같이 7 Km의 시승 코스를 잡았다.
당시 본격적으로 그랜저 디젤 시승에 나선 시각은 오후 5시 15분 경이다. 퇴근 시간에 가까워져 신천역 일대로 접근하는 차량들이 늘어난 상황이긴 했지만, 평균 시속 30 Km 내외로 주행이 가능했고 일부 지하차도 구간에선 시속 60~70 Km로 운행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케이벤치는 앞서 주행한 그랜저 디젤의 평균 연비를 리셋시켜 초기화 상태로 만들고, 주행 모드는 도심 주행에서 자주 사용할 법한 에코 모드로 설정했다. 평균 연비가 기록되는 구간은 시승 센터가 속한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서 출발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주차시키는 것까지에 이른다.
짧은 시간이 주어진 시승 차량의 특성상, 연비는 연료 주입으로 이뤄지는 실 연비 대신 트립상 연비 기록을 확인하기로 했다. 비록 정확성은 상대적으로 낮을지라도 주어진 시간 내 차를 모는 운전자 입장에선 가장 확인하기 쉬운 방법이다.
약 30 분간 주행한 그랜저 디젤의 평균 연비는 얼마나 기록됐을까?
연비, 리터 당 10 Km는 기대 어려운 듯


주행을 하고 왔더니 트립상 평균 연비는 리터 당 9.4 Km를 표시하고 있었다.
18 인치형 휠 타이어를 낀 그랜저 디젤의 도심 주행 연비가 리터 당 11.8 Km인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낮은 수치다. 그나마 주행 중에 잘 나온 평균 연비라 해 봐야 리터 당 10.1 Km다. 코스 주행 중 신호에 걸려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하는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주행 중인 시간과의 비중이 서로 비슷했다.
그랜저 디젤의 주행 모드 중 가장 연비가 좋다고 할 수 있을 에코 모드에서 왜 이런 연비가 나왔을까?
케이벤치도 그게 궁금했다. 비교적 높은 연비로 경제성을 추구할 디젤 엔진으로선 다소 의외의 결과라서다. 이와 비슷한 시각에 꽉 막혀버린 도산대로를 돌았던 인피니티 Q50 2.2d의 연비와 거의 같은 수치다. 공차 중량이 1.7 톤으로 거의 같은데 결과는 왜 다른지...
수치상 Q50 2.2d의 복합 연비(리터 당 15.1 Km)가 그랜저 디젤(리터 당 13.8 ~ 14 Km)보다 더 낫다는 점은 어느 정도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이로 인한 차이라 보기엔 좀 크다. ISG(Idle Stop & Go) 기능이 없는 그랜저 디젤이라 해도 이는 필히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그랜저 디젤을 조금 더 길게 타 봐야 제대로 확인이 가능할 것 같다.
준대형 세단에 디젤 엔진, 첫 술에 배 부를까

연비 관점에서 바라본 현대차의 그랜저 디젤은 '첫 술에 배 부를까'로 줄일 수 있다.
연비가 뛰어난 디젤 엔진의 경제성에 힘입어 현대차가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에 디젤 라인업을 추가했지만, 경제성을 논하기엔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서다. 기존의 가솔린 모델보다 연비는 나아졌을지라도 동급 수입차와 비교한다면 연료 효율성이 낮은 편이다. SUV 및 RV 차량을 위한 디젤 엔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 준대형 세단에 맞는 셋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그랜저 디젤이 각광 받을 수 있는 요소라면 정숙성과 상품성 정도가 되겠다. 디젤 중형 세단으로 정숙성을 논했던 말리부 디젤보다 조용하고 컴포트를 지향한 타이어 덕에 주행 중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적다. 2015년형 디자인으로 세련된 그릴과 안개등 디자인, 인테리어 구성을 견주면 이전보다 그랜저가 한층 젊어진 느낌이다.
다만 시승 차량만의 문제였을진 모르겠으나 시속 60~70 Km 범위로 지하 차도를 주행하고 있을 때 파노라마 썬루프 쪽에서 뭔가를 두드리는 듯한 진동음을 들을 수 있었다. 주행 중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적어서인지 이 부분이 거슬렸다. 제동 시 감도는 LF 쏘나타보다 부드럽게 셋업이 돼 있기에 브레이크가 다소 밀리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선 크게 문제로 흠잡을 부분은 아니다.
3,250만 원부터 시작되는 가격으로 접근한다면 그랜저 디젤은 가솔린 모델을 염두했던 고객 입장에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모델이다. 천만 원 정도 더 투자할 여력이 있다면 인피니티 Q50 2.2d와 같은 연비 좋은 모델을 권할 수도 있겠지만 가솔린 세단 수준의 정숙성을 원한다면 그랜저 디젤이 더 나을 수 있다.
가격 포지션이 이만하면 대체로 나쁘진 않은데, 유로6 엔진을 올린 그랜저 디젤의 연비는 아무래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제외돼 왔던 ISG 기능을 넣었더라면 그나마 좋았을 텐데, 이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듯해서 조금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