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3도어 해치백인 시로코가 2015년형 모델로 국내에 출시됐다.

이번에 나온 시로코는 여전히 2.0 TDI 디젤 엔진을 탑재한 R-라인이지만, 엔진 출력이 일부 오르고 헤드 램프 및 차체의 외장 디자인이 변경되는 등 주요 구성에서 상품성이 향상됐다. 글쓴이는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이 기존 모델인 2014년형 시로코 R-라인에서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살펴 봤다.
■ 개선된 2.0 TDI 디젤 엔진, 제로백은 0.6초 단축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으로 가장 큰 변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엔진이다. 2014년형 모델로는 최고 출력이 170 마력, 최대 토크가 35.7 kg.m였는데, 올해 나온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의 2.0 TDI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이 184 마력, 최대 토크가 38.7 kg.m이다.
지난 모델 대비 출력은 14 마력, 토크는 3 kg.m 정도 개선된 것이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가 나오는 시점도 다르다. 2014년형 모델은 최고 출력이 4,200 rpm, 최대 토크가 1,750~2,500 rpm 구간에서 발생되도록 했는데,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은 최고 출력이 3,500~4,000 rpm, 최대 토크가 1,750~3,250 rpm에서 나타난다.
이런 영향으로 정지 상태서 100 km/h 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같은 6단 듀얼 클러치 자동 벼속기(DSG)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제로백은 8.1초에서 7.5초로 단축됐다. 최고 속도 한계도 220 km/h에서 228 km/h로 상향 조정됐다. 셋팅 하나 차이로 차량 전반의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물론 2014년형 골프 GTD와 엔진의 특성과 수치가 겹쳐 있기는 하나, 페이스리프트된 신형 시로코 R-라인 입장에선 기존 모델 대비 괄목할 만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 줄어든 제로백, 런치 컨트롤로 직접 확인해 보니...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의 제로백이 정말 7.5초 수준으로 줄었을까? 글쓴이는 차량을 잠시 세우고 시로코 R-라인의 런치 컨트롤 기능을 이용해 제로백을 잠시 시험해 보기로 했다.
런치 컨트롤은 이미 7세대 골프 GTI 시승기로 다룬바 있다. 트랙에서 드래그 레이스를 준비하는 운전자가 사용할 만한 기능으로, 최적의 엔진 rpm을 미리 띄워 휠 스핀을 일으키며 차량이 제 시간에 빠른 속도로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서 변속기 위치를 S로 바꾸고 앞에 위치한 ASR OFF 버튼을 3초 이상 길게 눌러 트랙션 컨트롤 기능인 ASR 기능과 ESC 기능을 모두 해제한다. 왼발은 오른발로 지지하던 브레이크 페달로, 오른발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 회전 수가 2,000 rpm으로 고정되며 저음의 배기음이 시전된다. 이 때 브레이크를 밟던 왼발을 떼면 차량이 휠 스핀을 일으키며 급출발된다.
이렇게 해서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의 제로백은 영상에서 본 것처럼, 7.5초에 준한 수준이었다는 점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다. 당시 주행 환경이 영하 10도 아래를 가리키던 상황이라서 엔진 오일의 온도를 미리 95~100도 사이로 컨디션을 조절한 상태서 진행해 제로백이 제원상으로 표시한 값과 거의 비슷했다. 섭씨 70~80도 선의 일반적인 주행 환경이라면 제로백에 도달하는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
만약 시로코 R-라인의 제로백을 직접 확인하고픈 운전자라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준비해 보길 바란다.
■ 휠타이어 크기도 줄고 5-트윈 스포크 휠로 변경돼

휠타이어도 기존과는 다른 모델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원상으론 기존과 신형 모두 19 인치형 휠타이어인 235/35 ZR19 91Y 규격의 피렐리 P 제로 시리즈가 적용된 것으로 나와있는데, 2015년형 시로코 R-라인 시승용 차량에는 18 인치형 휠타이어로 235/40 R18 95W 규격의 피렐리 신투라토(Cinturato) P7 시리즈가 적용됐다.
두 휠타이어의 차이점이 있다면 P 제로 시리즈가 스포츠 타입이라면 신투라토 P7 시리즈는 친환경 고성능 타이어로서 개발됐다는 점이 다르다하겠다. 패턴을 자세히 살펴보면 P 제로는 세로 방향의 그루브가 세 개, 신투라토 P7은 네 개다. 물빠짐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 젖은 노면 주행 시 제동 성능이 조금 더 앞선다고 할 수 있는 휠타이어다.
이런 특성의 차이가 있다 보니 그루브 사이의 패턴 구성이 다르다. P 제로는 고속 주행에서의 제동력 확보를 위해 정지 마찰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데, 신투라토 P7은 휠타이어의 주행 소음감소와 내구성 확보를 고려한 나머지 사이 간격이 조밀하다. 일반적인 고속 주행에선 신투라토 P7보다 P 제로 시리즈가 좀 더 나은 제동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휠 디자인 구성도 다르다. 2014년형 모델의 19 인치형 휠타이어에선 루가노(Lugano) 알로이 휠을 적용했는데,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의 18 인치형 휠타이어엔 5-트윈 스포크 휠 타입의 살바도르(Salvador) 알로이 휠이 사용됐다. 둘 다 시로코 R-라인을 받칠 휠 디자인으론 손색이 없지만, 조금 더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휠을 택하라 한다면 살바도르 알로이 휠을 선택할 듯하다.
■ 없던 게 생겼다, 엔진 오일/터보 게이지와 스톱워치

기존 시로코 R-라인의 내부는 외부서 바라봤던 역동적인 디자인의 영감을 주지 못했다. 분명 외부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미려한 디자인을 봤는데, 인테리어에선 특별히 흥미를 끌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누가 봐도 폭스바겐의 차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무난한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은 이것부터 보게 된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엔진 오일과 터보 압력 게이지, 스톱 워치가 구성된 모습을 말이다. 일반적으로 스포티한 운전자가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했던 구성을 미리 채워 놓은 것이다.

시로코 R-라인 같은 스포티한 차량이라면 안정된 고속 주행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적의 엔진 오일 온도를 맞춘다던지, 트랙 주행 시 완주 시간을 재는 등의 특정 상황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운전자는 이를 통해 원하는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뗏다 붙였다 할 적에는 터보 압력 게이지 바늘이 오르내려 재미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선 현재 시각을 24시간 단위 내지 AM 및 PM 단위로 나타내며, 스톱 워치를 이용하기 위해선 좌측의 메뉴 버튼과 우측의 set 버튼을 누르면 기록 측정이 시작된다. 초기화는 set 버튼을 길게 눌러주는 것으로 이뤄진다.
■ 각도 조절 가능한 암레스트, 틸트형 썬루프도 추가돼
이것 말고도 시로코 R-라인에서 편해진 게 있다면 암레스트와 틸트형 썬루프를 들 수 있다.


기존 모델의 암레스트는 단순히 이름 그대로 수납용 콘솔 박스를 덮는 팔걸이 역할만 했는데, 이번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은 원하는 각도로 암레스트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추가됐다.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암레스트를 살짝 들어올렸다 놓으면 이같은 위치로 고정된다.
암레스트 길이만 33 cm에 이르기 때문에 운전자가 보다 편안한 자세로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려면 손잡이를 들어올려 끝까지 당겼다가 내리면 된다. 고속버스에서 보는 암레스트의 조작 방식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전에 없던 틸트형 썬루프가 추가됐다는 점도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으로선 의미가 있다. 기존 모델은 루프가 막혀 천정으로 하늘을 본다던지 하는 부분이 없었는데 이번 모델은 이런 구성이 추가됐다. 가끔은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도록 아예 개방형 썬루프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틸트만 가능한 썬루프라니 운전자로선 조금 아쉬운 변화다.

이왕이면 컵홀더에 두 개의 캔커피를 세워 넣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변화가 없다. 단순히 위치 조정만 가능한 구조로 이뤄져 있고, 길이가 긴 경우 간섭이 생겨 제대로 넣을 수가 없었다.
■ 뒷 좌석은 탈 만한데, 후방 시야는 좋지 않아

뒷 트렁크까지 포함해 도어가 세 개뿐인 시로코 R-라인에겐 다소 무리하다 싶은 구성일 수 있지만, 글쓴이는 시로코 R-라인의 뒷 좌석에 몸을 우겨 넣어 보기로 했다. 지난 번 탔던 3도어 해치백인 미니쿠퍼S에선 혼자서도 뒷 좌석 승하차를 할 수 있기도 했고 앞 좌석과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어 단순히 형식적으로 마련된 좌석이 아니란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앞 좌석의 도어를 열고서 앞좌석 우측 뒤편의 레버를 끌어당겨 앞으로 슬라이드 시켰다. 위는 47 cm, 아래엔 24 cm 내외의 여유 공간이 생겨 뒷 좌석에 몸을 비집고 들어갈 만한 공간이 생겼다. 바로 들어가 슬라이드했던 앞 좌석을 당겨 원위치 시킨 후 무릎을 일자로 바로 오므려 앉으니 손가락 하나도 넣기 어려운 상태가 돼 버렸다. 그나마 여유가 있었던 3도어 미니쿠퍼S와는 다른 모습이다.
다행히 편히 앉아도 헤드룸에 닿는 머리는 2~3 cm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키 180 cm 내외인 성인 남자가 앉을 자리로 아주 불편하다 싶은 공간은 아니지만, 이런 상태로 100 km 이상의 장거리 운행을 버티고 싶지는 않다. 참고로 원위치로 슬라이드한 앞 좌석과 뒷 좌석 간의 간격은 21 cm 정도다. 하체가 긴 성인이라면 그냥 앞 좌석에 타길 권한다.


어린 아이를 뒷 좌석에 태운다면 카시트를 장착할 수 있는 ISOFIX가 위치해 있어 별도의 구조 변경은 할 필요가 없다. 뒷 좌석도 앞 좌석과 같은 형태의 암레스트가 개별로 준비돼 수십 km 내외의 주행이라면 견딜만하다.
다만 이 차의 후방 시야는 그리 좋지는 않다. 뒷 좌석의 일체형 헤드레스트에 가려질 것을 고려한 모양인지 헤드레스트 가운데에 홀을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운전자 입장에선 여전히 후방 시야가 좁아 불편하다. 이를 대신한 후방 카메라 기능도 없기 때문에 주차 시 들리는 센서의 신호음과 운전자의 감각에 의존해야 한다.
■ 겉모습만 화려했던 해치백, 세련미를 찾다

이렇듯 폭스바겐의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은 2.0 TDI 디젤 엔진의 개선된 성능과 센터페시아 상단의 액세서리, 암레스트와 썬루프를 비롯한 인테리어 구성을 변경해 전보다 향상된 상품성을 내세웠다. 일부분에서 개선이 조금 더 필요한 내용도 찾을 수 있었지만, 페이스리프트 모델로서 이 정도의 변화는 운전자 입장에서 수긍할 만하다 하겠다.
기사에선 미처 언급되지 않았지만 기존의 시로코 R-라인 운전자라면 D컷 다기능 스티어링 휠, 블랙 펄로 깔맞춤한 센터페시아 패널, 역동성을 더한 헤드 램프와 라디에이터, LED 안개등, 리어 램프 등 다른 부분에서도 변화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전보다 세련된 모습을 강조하기도 했다.
개선된 엔진으로 출력과 토크를 비롯한 성능이 좋아졌음에도 연비는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14.8 km/l을 나타내 연료 효율성도 크게 해치지 않았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연출되는 시로코 R-라인 특유의 배기음도 글쓴이 입장에선 그다지 이질감이 없었다.
다소 불만이 있었다면 제동력이 기존 모델보다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 되겠다. 이는 앞서 언급한 휠타이어의 특성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고, 시승 차량만의 문제, 혹은 지난 봄철에 주행했던 2014년형 시로코 R-라인과 다른 주행 환경으로 나타난 내용일 수도 있지만 글쓴이 대신 해당 차량을 몰던 운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한 가지 더 고민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이 차량의 가격이다. 지난 10월부로 판매를 시작한 2015년형 시로코 R-라인은 4,3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러면 시로코보다 공간이 넓고 뒷 좌석 승차가 더욱 편하고 연비도 더 나은 5도어 해치백인 골프 GTD(16.1 km/l, 4,240만 원)를 선택할 수도 있어서 실용성을 고려하는 운전자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시로코 R-라인이 가진 3도어 스포티 해치백의 감성, 보다 잘 달리는 주행 성능으로 따지려 들면 골프 GTD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차로 판단할 수 있다. 시로코 R-라인만이 소화하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색상에 홀린 운전자라면 미니쿠퍼SD보다 욕심 내 볼 수 있는 차라 말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