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단통법의 보조금 상한 제한을 벗어난 출시된지 15개월이 지난 폰들에 대한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지급이 무섭다.

2015년 들어 갤럭시 노트3에 대한 보조금은 통신사에 따라 기존보다 두 배 이상, 요금제에 따라서는 제품 출고가와 보조금이 동일해 '공짜'폰이 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렇게 보조금이 풀린 공짜폰은 품절 사태를 빗을 정도로 순식간에 팔려나가고 있다.
이 같은 보조금 지급에 힘입어 갤럭시 노트 3(LG U+)는 단통법 직전인 2014년 9월 4주차 8위에 오른 이래 석 달만에 전주보다 21단계나 올라 아이폰 6(SKT)을 제치고 2014년 12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일주일간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출처 : 시장조사기관 애틀라스 리서치앤컨설팅)
때 아닌 갤럭시 노트 3 열풍 = 구형폰이라도 최신폰과 동급 성능을 싸게
일단, 이번 갤럭시 노트 3 품절 사태와 엮인 지원금과 요금제, 단통법 등 배경 상황을 다 떼어놓고 현상만 보면 출시된지 15개월(1년 3개월), 하루 하루가 다른 IT 시장에서는 강산이 두 번은 더 바뀔 시간이 지나 '구닥다리' 취급받아야 할 스마트폰이 최신 스마트폰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빠르면 석 달도 안되어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와중에 '구닥다리' 스마트폰 돌풍의 주요 원인은 유식해 보이는 말로 표현하자면 스마트폰의 혁신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며,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이런 '구닥다리' 폰도 충분히 쓸 만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Geekbench 3 벤치마크 결과로 지난 삼성전자 프리미엄급 스마트폰들의 성능을 확인해보면, 갤럭시 노트3와 갤럭시 S5 광대역 LTE-A, 갤럭시 S4 LTE-A의 성능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갤럭시 노트3가 비록 출시된지 1년이 넘기는 했지만, 성능면에서는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거의 동일하면서 단통법의 보조금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같은 성능의 기기를 보다 합리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고집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둘 중 어떤 제품을 고를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갤럭시 노트3 품절 사태, 혁신 정체 따른 소비 패턴과 시장 변화 보여준 단적인 예
단통법으로 인한 위약금 함정이 있긴 하지만,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동급의 구형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외에, 이번 갤럭시 노트3 품절 사태를 보면서 한 가지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면 바로 사용자들의 소비 패턴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급격히 발전하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성능과 혁신이 정체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는데, 앞서 살펴보았던 Geekbench 결과에 2010년 출시되었던 갤럭시 S의 성능을 더해 살펴보면 이런 경향이 확실히 눈에 띈다. 갤럭시 S부터 2013년 갤럭시 S4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성능이 2014년 갤럭시 S5로 넘어가면서 딱 정체된 것이 확인된다.
이는 딱히 삼성전자만 아니라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겪고 있는 문제인데, 이렇게 하드웨어적인 혁신에 정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굳이 비싼 최신 프리미엄폰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안드로이드 OS가 하드웨어 부담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는데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와 SW 개선이 맞물리면서, 최근 보급형 스마트폰 역시 벤치마크 수치는 몰라도 체감 성능은 1 ~ 2년전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게 되었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지금 볼 때 구형 스마트폰이라도 최신 OS 업데이트가 지원될 경우 체감 성능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하드웨어적으로 급격한 발전이 있던 예전과 달리 신형 스마트폰 구매 동기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실제로 본지 재직 기자들의 예를 들어보면, 2013년 국내 출시된 옵티머스 GK를 사용하는 본인을 포함해 아이폰 4등 대부분 출시 1년 이상 지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2014년 출시된 최신폰을 사용하는 기자는 단 한 명 뿐이다. 아이폰 3GS가 출시되었던 2009년 이후 매년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소식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교체하려는 열기를 보이던 때를 돌아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스마트폰 시장 본격화 5년만에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난 패러다임 변화 요구

우리는 이미 이와 같은 일은 PC 시장에서 본 적이 있는데, 1997년 말 국내 IMF 사태 이후 PC가 본격적으로 대중화의 길을 걸은 지 약 20년, PC 시장의 혁신은 2011년 샌디브릿지에서 2012년 아이비브릿지로 넘어가면서부터 하스웰과 하스웰 리프레시까지 정체기가 이어진다고 평가된다.
이는 신규 유저가 아닌 이상 업그레이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면서 IT 시장의 환경 변화와 맞물려 PC 시장 침체에 일조했으며, 혁신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세대가 바뀔 때마다 기본 성능이 상승함에, 신규 구매 시 프리미엄급 모델을 고집할 동기도 예전보다 감소하면서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출시 시기만 보면 '구닥다리' 취급 받아도 할 말 없지만 스펙과 기능, 활용도를 따져보면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뒤지지 않는 이름값의 스마트폰을 '공짜'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면서 발생한 갤럭시 노트 3 품절 사건은 앞서 이야기한 PC 시장의 변화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연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 정체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스마트폰 시장의 현실, 새로운 프리미엄급 제품에 아낌없이 비용을 지출하던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보다 복합적으로 변화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번 갤럭시 노트3 품절 사건은, 하드웨어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인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승부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정표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