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는 지난 주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우 10 (Windows 10) 전략을
발표했다.
윈도우 7 이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윈도우 10 출시 후 1년 동안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부터 PC와 태블릿 사용자 모두를
위한 시작화면, 음성비서 코타나, 오피스 유니버설 앱, 스마트폰과 Xbox까지 포함시키는 윈도우 플랫폼의 확장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는 익숙해진 윈도우 OS가 아니라 이후 MS가 발표한 새로운 장치(Device)에 쏠렸다.
구글(Google)과 오큘러스(Oculus)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지원하는 안경-헤드마운트 형태의 장치를 내놓았을 때 침묵했던
MS가 윈도우 환경에서 이를 지원하는 홀로렌즈(HoloLens)라는 이름의 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PC 연결 필요없는 무선 홀로그래픽 컴퓨터
홀로렌즈는 머리에 착용하고 실제 우리가 보는 사물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구글 글래스와 비슷한 증강현실(AR) 장치로
여겨진다.

스마트폰이나 PC에 연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동작하며 사용자의 동작 및 주변 공간까지 인식할 수 있는 향상된 센서와 차세대 칩셋 솔루션,
홀로그래픽 프로세싱 유닛(HPU)을 탑재했다.
구체적인 하드웨어 스펙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무선으로 동작하며 센서로부터 전송되는 테라바이트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일반 웨어러블 장치보다 고성능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인텔이 올해 발표할 14nm 저전력 모바일 플랫폼 체리트레일 아톰 SoC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윈도우 10 환경 지원으로 플랫폼 구축
구글 글래스와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은 AR/VR 계열 선배들도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갖추는데
한창이다. 양쪽 모두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개발자들이 전용 앱을 많이 만들어야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늘어난다.

MS는 이에 대해 윈도우 10 개발자들이 실제 현실에서 홀로그래픽을 만들 수 있는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윈도우 10에서 홀로그램은 윈도우 유니버설 앱으로 출시되며 모든 윈도우 유니버설 앱 또한 홀로그램처럼 동작할 수 있다. 그 동안 모바일
OS 진영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되어 온 윈도우 스토어의 유니버설 앱 개발을 확대하는 동시에 AR 플랫폼에서 경쟁자들보다 빠른 앱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

시작 단계에서 윈도우용 유니버설 앱을 홀로그램으로 띄운 것 만으로도 확실히 윈도우 사용자의 흥미를 끌겠지만 홀로렌즈 데모를 통해 보여준
3D 그래픽 작업이나 NASA의 화성탐사 모습은 전문적인 분야에서 윈도우 10 홀로그래픽의 활용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웨어러블 장치와 IoT 기기도 연결?
홀로렌즈는 단순히 주변 사물에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 외에도 디스플레이가 없거나 빈약한 기기의 정보를 대신 표시하는 (지금은 스마트폰이 맡고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태블릿에 이어 차세대 혁신 모델로 꼽고 있는 스마트워치는 작은 스크린 사이즈와 낮은 하드웨어 성능 때문에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디스플레이 소비 전력 때문에 일반 시계보다 턱없이 부족한 배터리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홀로렌즈를 사용한다면 스마트워치 대신 작고 오래가는 피트니스 밴드를 착용하고 큰 화면이 필요한 기능들은 홀로렌즈를 통해 제공할 수
있다. 아예 홀로렌즈에 스마트워치 기능을 통합하면 일반 시계를 차고 있거나 시계가 없어도 손목을 올리는 제스처 만으로 손목 위에 가상의
스마트워치 화면을 표시해줄 것이다.

IP 카메라, 센서, 디지털 가전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을 찾아서 보여주고 제어하는 역할도 홀로렌즈가 맡을 수
있다. 필자 생각에 유비(Ubi) 소프트에서 만든 와치독스(Watch Dogs)라는 게임 내 인터페이스가 홀로렌즈와 주변 기기의 연결 상태를
보여주는 예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와치독스처럼 다른 사람의 정보를 함부로 볼 수 없도록 보안 기능도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AR 게임 외에 기존 게임 플레이 확장 가능

MS는 홀로렌즈 소개 영상에서 거실을 가득 채운 마인크래프트(MineCraft) 게임 화면을 공개했다. 주변 사물에 맞춰서 손가락으로
간단하게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AR 기능이 들어간 게임은 이전에도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와 스마트폰을 통해 많이 출시됐지만 주변에
보이는 사물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 외에도 게임성이나 몰입감에서 일반 게임이나 가상현실(VR) 게임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홀로렌즈는 AR 게임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 플레이를 확장할 수 있다.

MS는 지난 2013년 거실의 TV 화면 주변으로 키넥트가 연결된 프로젝터 영상을 쏴서 증강현실처럼 Xbox 게임 몰입도를 높여주는
Xbox 일루미룸(IllumiRoom)이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한 바 있는데, 홀로렌즈를 사용하면 키넥트와 프로젝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일루미룸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FPS 게임에서 게이머가 자신의 분대/소대원을 지휘하는 지휘관이라면 게임 화면 바깥으로 지휘관에게 필요한 정보를 추가로
보여주거나, 하나의 화면 안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플레이하는 게임에서는 각자 자신의 정보만 홀로렌즈로 표시하고 상대방의 정보를 볼 수 없게
함으로써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공포게임에서는 화면 안에 머물렀던 유령이나 좀비가 주변 사물에 숨어있다가 몰래 다가와 게이머를 깜짝
놀라게 만들지도 모른다.
꿈같은 미래를 위해 넘어야 할 제약
물론 홀로렌즈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많이 있다. 홀로렌즈 이전에 발표된 구글 글래스와 오큘러스 리프트도 크기와
성능, 배터리, 디스플레이, 딜레이 등 여러가지 면에서 아직 만족할 만한 완성도에 이르지 못했다.

머리에 착용하고 눈으로 보는 장치 특성상 크기와 무게는 제한되어 있는데, 주변의 사물을 파악하고 분석해 거기에 알맞는 홀로그래픽을
실시간으로 처리해 사용자의 눈에 보여주려면 상당한 하드웨어 기술과 처리 성능이 요구된다. 홀로그래픽 내에서 선명한 정보를 얻으려면 출력 해상도도
올라가야 하고 사용자의 제스처를 정확히 파악해서 즉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장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도 필수다.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 익스플로러 프로그램을 통해 1,500달러에 판매했던 구글 글래스가 부품 원가는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보다 하드웨어 스펙이 몇 배나 높은 홀로렌즈의 가격을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구글 글래스에서 불거진 영상물이나 타인을 몰래 촬영하는 행위, 운전 중 착용 등에 대한 제재도 홀로렌즈에 동일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당장은 구글 글래스보다 몇 배나 크고 무거운 홀로렌즈를 머리에 쓴 상태로 밖으로 나갈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윈도우 플랫폼의 새로운 시대로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인터넷은 사라질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하면서 IP 주소를 사용하는 많은 기기들과 센서들이 우리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 인터넷이 지금과는 다른 일상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윈도우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MS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스마트 기기들을 연결하는 서버와 클라우드
데이터, 각종 서비스들은 여전히 MS의 손 안에서 움직인다. 책상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기던 '모니터 안의 윈도우'은 이제 끝날지도 모르지만
우리 눈으로 직접 경험하게 될 사물인터넷 시대의 윈도우는 이제 첫 발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