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속된 유로화 약세로 일부 수입차 가격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르노삼성의 QM3 80만 원 캐시백 프로모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불모터스도 지난 3월 인기 모델인 푸조 2008의 최상위 트림 가격을 60만 원 낮추고 40만 원 상당의 액세서리를 기본 사양으로 채택해 상품성을 한층 보강했다. 비슷한 시기에 인피니티는 브랜드 성장을 목표로 QX60을 7백만 원 인하하는 강수를 뒀다.
국산차 업계도 이런 수입차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응하곤 있지만, 아직은 구색 맞추기에 머물러 있다. 기아차의 스포티지R은 선호도가 높은 트림 사양을 일부 조정하는 것으로 40만 원 내렸고, 현대차에서 월 1천 대 팔기 어려운 아슬란은 최하위 트림 가격을 95만 원 낮췄다.
향후에도 이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일반 소비자들은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글쓴이는 현 시점에서 차급에 따라 국산차 대신 고를 만한 가격대의 수입차를 간략히 정리했다.
■ 소형 SUV - 쉐보레 트랙스 vs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는 현재 1.4 가솔린 터보 모델을 기준으로 1,955~2,320만 원에, 르노삼성의 QM3는 2,280~2,57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겉으론 둘 다 국산차에 속하지만, QM3는 엄밀히 수입차로 분류되고 있는 차다.
이 중에 QM3는 두 달 앞서 차량 구매 금액 중 80만 원을 돌려주는 캐시백을, 트랙스는 5월 한시적으로 최대 70만 원의 가족 여행비를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해 보면 트랙스보다 르노삼성의 QM3 가격 인하가 더 낫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1.4 터보 가솔린 엔진을 올린 트랙스보다 동력 성능이 달리지만, QM3는 실 연비를 비롯한 연간 차량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향후 1.6 CDTI 디젤 엔진이 적용된 트랙스 디젤이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나, 기존 트랙스에서 바뀔 옵션 구성이 거의 없다. 트랙스 디젤의 국내 복합 연비도 QM3(18.5 km/l)보다 낮은 14.7 km/l로 나왔기 때문에 가격이 얼만큼 책정될지가 관건이다. 가솔린 대비 150~200만 원 더 높은 가격에 나올 것을 가정해 보면 QM3의 가격대와 겹친다 할 수 있다.
9월 이전엔 르노삼성이 110 마력형 유로6 dCi 엔진을 올린 QM3를 출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만약 지금의 QM3의 동력 성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이 때를 기다려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지난 4월 한 달 간 판매된 쉐보레 트랙스는 1,033 대, 르노삼성 QM3는 2,628 대다.
■ 중형 SUV - 현대차 올 뉴 투싼 vs 닛산 캐시카이


현대차는 올 뉴 투싼의 경쟁 대상으로 닛산의 캐시카이를 지목한바 있다. 실제로 책정된 두 차량의 판매 가격도 비슷하다.
올 뉴 투싼 1.7은 2,340~3,075만 원, 2.0 모델은 2,250~3,745만 원에 분포해 있다. 닛산 캐시카이는 3,050~3,79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 출시된 캐시카이는 위의 사례처럼 가격 인하가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9월 중 사전 예약 시기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던 모델이다. 계속되는 엔화 약세 덕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될 수 있었다.
파워트레인에 따른 동력 성능은 올 뉴 투싼 2.0 모델이 우월하며, 표시된 국내 복합 연비는 15 km/l 대 수준이다. 상품성은 투싼 2.0과 캐시카이, 투싼 1.7 순이다. 다른 모델에 다 있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자동 주차 기능을 투싼 1.7에선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싼 2.0이 캐시카이보다 낫다고 할 만한 요소는 4륜 구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음 처리 및 주행 소음, 차량 안전성은 연비 만큼이나 비슷해서 선택에 큰 의미는 없다. 이 두 차종은 가격과 판매량의 절대적 차이를 따지기보다 소비자의 취향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
■ 대형 SUV - 기아차 모하비 vs 포드 익스플로러


기아차 모하비와 포드의 익스플로러는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차종이다. 둘 다 5년 이상 지나 풀체인지 모델이 나와야 할 상황이지만, 무엇보다 경쟁 차종이 딱히 없다는 게 가장 크다.
특히, 포드 익스플로러는 지난 2012년 한-미 FTA 협정 발효를 계기로 180만 원 이상 인하되고 부품 가격도 평균 20 % 떨어졌다. 2015년형 모델로 수입 판매 중인 포드 익스플로러는 4,780~5,4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서 연간 2천 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모델로 부각돼 왔다. 지난 4월에도 407 대가 팔려 항상 수입차 TOP 10 안에 든다.
지금은 풀체인지된 2016년형 포드 익스플로러가 올해 중 출시가 예정된 상황이라 구매층이 더 두터운 시기이기도 하다. 과거로 돌아온 듯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 때문에 오히려 지금의 포드 익스플로러를 할인 받아 구매하는 패턴이 늘고 있다. 글쓴이의 아버지도 신형 익스플로러의 디자인을 달가워하지 않아 2015년형 포드 익스플로러 3.5를 구매헀다.
2014년형 모델로 판매 중인 기아차 모하비도 판매량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3,889~4,611만 원의 가격 분포를 보이고 있는 이 차는 올해도 월 평균 1천 대 이상 판매됐다. 올 9월 중 유로6 디젤 엔진 도입을 포함한 부분 변경이 예정돼, 모하비를 지켜 보던 소비자들이 이른 시기에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해치백 - 현대차 더 뉴 i30 vs 폭스바겐 골프


해치백의 대명사는 누가 뭐래도 폭스바겐의 골프다. 그렇다해도 소비자로서 가격과 구성을 따지면 결국 국산차를 택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현대차의 더 뉴 i30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솔직히 판매량은 비교가 되지 못한다. 현대차에서 PYL로 판매 중인 더 뉴 i30와 더 뉴 i40, 더 뉴 벨로스터를 전부 끌어 모아도 골프에 미치지 않는다. 실제로 4월 집계된 판매량 추이를 따지면 골프는 813 대, PYL 삼형제는 전부 다해서 603 대다.
그나마 현대차 더 뉴 i30는 잘 팔린다. 부분 변경으로 개선된 유로6 1.6 VGT 엔진과 7단 DCT의 조화로 파워트레인과 상품성이 기존 모델보다 좋아져 조금씩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1.7 U2 엔진과 7단 DCT로 변화를 꾀한 i40 보다도 구매력이 높은 차종이다. 두 모델 잠깐 동안 시승했지만서도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폭스바겐은 약 1년 전부터 국내서 판매 중인 7세대 골프에 1.4 TSI 가솔린 모델을 추가했다. 공교롭게도 가격은 골프 1.6 TDI(3,110만 원)보다 160만 원 더, 2.0 TDI(3,430만 원)보다는 160만 원 덜하다.
프리미엄이 아닌 해치백에 3천만 원 이상 내야 한다는 점이 일부 소비자 입장에선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지난 7월 한국과 EU(유럽 연합)의 FTA 협정으로 관세 인하분을 반영한 결과라 어쩔 수 없다. 이 가격이라면 현실적으로 더 뉴 i30 PYL에 옵션 두 세 가지를 고르던지, 뿌리 깊은 전통의 골프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젠 수입차라서 대우를 받고, 대우하길 원하지 않는다.
■ 세단 - 현대차 쏘나타 vs 폭스바겐 파사트


현대차 쏘나타와 폭스바겐 파사트는 방금 전 단락의 현대차 올 뉴 투싼과 닛산 캐시카이처럼 절대적 판매량만으론 논하기 아까운 비교 대상이다.
패밀리 중형 세단으로서 갖춰야 할 실용성, 두 차량이 위치한 가격대가 겹쳐 경쟁 대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보면 쏘나타 2.0 모델이 2,255~3,320만 원, 2.4 GDi 모델이 2,366~3,406만 원, 쏘나타 터보가 2,695~3,545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파사트도 1.8 TSI가 3,530~3,730만 원, 2.0 TDI가 3,970만 원이다.
폭스바겐 입장에선 국산차의 특정 차종과 비교하는 것이 못 마땅해 보일 수 있고, 반대로 현대차 입장에선 수입차와 비교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글쓴이는 이런 의도가 아님을 밝힌다. 단지 이 가격 내에서 비교가 되는 승차감, 실내 및 적재 공간, 편의성 부문에서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 비교될 수 밖에 없다.
파사트가 가진 단점이라면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과 자동 주차 등의 몇몇 첨단 기능이 이식돼 있지 않다는 점인데, 이건 국내로 곧 수입 판매될 8세대 파사트로 보완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판매량 자체가 월 평균 200 대 이내로 작게 잡히고 있어서 운이 좋으면 프로모션 할인을 동원해 쏘나타보다 저렴한 가격에 차를 가져갈 수도 있다.
■ 대형 세단 - 현대차 제네시스 vs 인피니티 Q70


국내서 가장 인기 있는 대형 세단은 단연 현대차 제네시스(1위, 4월 기준 3,365 대 판매)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차종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더 뉴 S클래스(2위, 4월 기준 1,125 대 판매)다. 가격으론 두 배 이상, 급으로도 제네시스와 비교할 차는 결코 아니다.
대형 세단은 가격이 곧 가치라는 프리미엄을 대변하기 때문에 가격 대비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올해 2월 출시된 인피니티의 더 뉴 Q70을 본다면 이런 통념이 깨지지 않을까 한다. Q70 3.7 가솔린 모델의 경우 5,750~6,940만 원, 제네시스는 G380이 5,463~6,92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같은 포지션의 프리미엄 대형 세단이면서 파워트레인 구성을 비롯한 여러 분야서 비슷하고 가격대도 겹친다.
이로 짐작할 수 있는 건 엔화 약세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실제 더 뉴 Q70은 기존 모델의 서스펜션을 재구성하고 흡차음재의 전면 보강, 디자인 변경이 이뤄졌는데도 출시 가격은 기존 모델 대비 35~50만 원 내렸다. 엔화 약세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무척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인피니티의 Q50이 합리적 가격으로 디젤 중형 세단을 주름 잡았던 것도 장기적인 엔화 약세가 밑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구매를 망설인다면 "현 시기에 일본 차를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며 주위 반응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탈 차를 사겠다는데 정치 이념과 남의 시선을 섞을 필요는 없다. 관계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하고 나의 조건에 맞는 차가 무엇인지를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따지길 바란다.
선택은 운전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