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등 요즘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가정과 직장, 사회 등 집단의 구성원으로써 책임을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나 자신의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며
'욜로(YOLO, You Own
Life Only)'족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 중에는 굳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지 않고도 왠만한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환경이 발달한 것도 있다.
그러나 은행업무는 모바일 시대에도 가장 늦게 변하는 영역 중 하나였다. 일찍부터 모바일 뱅킹을 외치며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 개발에
나섰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액티브엑스(ActiveX)와 공인인증서, 추가 보안수단, 심지어 은행 지점 방문까지 요구하면서 개인의
편의성보다는 은행의 무사안일주의를 우선시하는 기존 관행에서 한 발도 더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일부러 은행 업무 시간에 맞춰 찾아가거나 번호표를 뽑고 상담을 기다리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본격적인 모바일 뱅킹 시대가 열렸다.
공인인증서/보안카드/은행방문 없이 혼자서 뚝딱
인터넷 뱅킹에서 스마트폰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뱅킹도 공인인증서, 보안카드(OTP), 지점 방문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공인인증서는 발급받는 절차도 까다롭지만 1년 주기로
갱신해야 하고 범용으로 사용하는 인증서는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PC와 함께 사용하기 위해서는 PC에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다시 이를
스마트폰으로 복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휴대폰 인증과 추가 프로그램 설치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PC도 느려진다.
카카오뱅크는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서비스하는 인터넷 전문 은행이다보니 일반 은행의 고착된 서비스 방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애플
아이폰(iOS) 또는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앱 마켓에서 카카오뱅크 앱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된다. 가입 절차도 스마트폰을
쓰는 거의 전국민이 가지고 있는 카카오계정을 이용하거나 휴대폰번호로 가입할 수 있다. 시중 은행에서 서류에 사인을 했던 각종 가입 약관과 상품
안내에 대한 확인 절차도 온라인 약관 동의 방식으로 진행한다.
입출금 계좌 개설을 위한 실명정보확인과 휴대폰 확인 절차도 손쉽게 할 수 있으며 유일하게 서류 확인(?)이 필요한 신분증 사본 제출은
앱에서 바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신분증을 촬영하고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OCR 인식으로 확인한다. 보안 인증 수단도 패턴과 인증 비밀번호,
그리고 최근 출시되는 왠만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 지문인식 등 3가지로 저장된다.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체크카드도 인기
카카오뱅크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면 체크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데 카카오톡의 인기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와 색상을 살린 디자인과 캐릭터 없는
블랙 컬러 카드꺼지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카카오에 따르면 7일 기준으로 카카오 프렌즈 체크카드 신청 수만 130만건이며
이 가운데 30만장이 배송되고 100만장은 아직 제작 중이며 최대 4주(한 달)까지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한다.
카카오 프렌즈 체크카드는 연회비 무료에 전월실적이나 지급한도 제한 없이 국내외 가맹점 이용금액의 0.2% 적립, 주말과 공휴일에는 추가
0.2% 적립 혜택을 제공하며, 내년 1월까지는 일부 업종 및 가맹점에서 이용시 최대 4만원의 캐시백이 가능한 얼리버드 혜택도 제공한다.
또한 체크카드 신청시 후불 교통 카드 기능 및 해외 결제(마스터 카드) 이용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체크카드 결제한도도 1일
한도 2,000만원에서 월 1억원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으며, 카드를 분실했거나 해외여행 후 카드복제 등 사고가 염려될 때는
앱에서 언제든지 국내/해외 카드 사용을 마음대로 ON/OFF 시킬 수 있다.
그 밖에 체크카드 사용 내역의 이메일 수신을 지원하고, 카드 결제 문자 알림(SMS)을 신청할 경우 5만원 이상 결제건(무료) 또는 모든
결제 내역 수신(월 300원)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상품 종류 적지만 이자율 좋고 실시간 확인
입출금 통장과 체크카드 외에 카카오뱅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예금/적금 상품, 대출상품, 그리고 해외송금을 들 수 있다. 카카오뱅크
예금 및 적금은 시중 은행처럼 다양한 상품을 갖추는 대신 복잡한 우대조건을 걸지 않고 금액이나 기간에 따라 누구에게나 동일한 혜택 기준을
적용한다.
정기예금은 1개월부터 36개월까지 원하는 기간과 만기날짜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고 12개월 기준으로 연 2.0%의 이자(세전)를 지급한다.
자유적금은 자동이체로 원하는 기간을 설정하거나 추가 납입도 가능하고 자동연장으로 복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12개월 기준 최대 연 2.2%
이자율이다. 예적금 상품은 만기일이나 남은 기간, 지금까지 쌓인 이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편리하다.
대출상품은 소액 마이너스로 충전하는 비상금대출, 마이너스 통장대출, 신용대출 상품을 갖췄다. 비상금대출은 만 19세 이상 국민 90%가
휴대폰 본인 인증으로 신용등급 조회 후 60초 이내 최대 300만원까지 서류 제출 없이 원하는 시간에 바로 소액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부업체들의 TV 광고와도 비슷하지만 카카오뱅크의 대출금리와 연체금리는 훨씬 낮고 제1금융권으로 신용등급 하락에 큰 영향이 없다.
직장인이라면 최대 1억5천까지 가능한 마이너스 통장대출은 추가 가산 금리가 붙지 않고 필요할 때만 쓰고 이자는 사용한 만큼만 낸다.
신용대출 상품은 중간에 상환해도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며 두 가지 방식 모두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스마트폰으로 신청 가능하다. 대신
재직/소득 정보 확인을 위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가려운 곳 긁어주는 추가 서비스 제공
카카오뱅크는 예적금 및 대출 상품 뿐만 아니라 입출금 통장과 이체 서비스, 그리고 해외 송금에도 편의성과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입출금 통장의 이자율은 연 0.1%지만 당장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자금을 계좌 안에 별도의 세이프박스를 넣어 보관하면 하루만
맡겨도 연 1.2%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 일반 고객이 추가 혜택을 받는 것보다 나은 금리를 제공한다. 대출상품 가운데 비상금대출은
고객의 입출금 통장을 이용해 마이너스 통장 대출 방식으로 한도를 제공하며 카카오 프렌즈 체크카드로 간편하게 출금할 수 있다.
이체는 계좌번호만 가지고 상대방에게 소액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 외에 계좌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 주소록을 기반으로 카톡 친구 실명을
확인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보낼 수 있는 간편 이체 기능도 지원한다. 다만 카카오에서 이미 서비스 중인 카카오페이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향후
서비스 통합이나 제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 밖에 해외송금 수수료가 낮은 것도 카카오뱅크의 장점이다. 미화 5,000달러 이하 송금시 수수료는 5천원으로 일반 은행에서 붙는
전신료, 중계수수료, 수취수수료가면제되어 미국 유럽을 포함해 총 27개국에 국내 최저 수준 수수료로 송금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예시
자료에서는 모 은행에서 같은 금액을 송금했을 때 총 송금비용은 55,000원 수준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생태계 확장 가능한 카카오뱅크, 따라갈 수 있을까
카카오뱅크는 단순히 카카오의 이름과 가입자를 노리고 만든 모바일 뱅킹 서비스가 아니라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다양한 은행 및 금융 관련
앱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카카오뱅크 이전에 케이뱅크가 먼저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카카오라는 브랜드와 수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확장성이나 인지도 면에서 카카오뱅크가 유리하다.
8일 오전 기준으로 카카오뱅크는 이미 200만개의 계좌 개설과 130만건 이상의 체크카드 신청, 그리고 대출 서비스와 고객센터 전화상담이
원활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그 중에는 예금이나 대출 이자율을 보고 갈아타는 사람, 카카오 프렌즈 체크카드가 이뻐서 계좌 개설을
한 사람, 그리고 기존 은행 서비스가 불편해서 옮기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은행 거래가 단순히 통장 하나 만드는게 아니라 주거래 및 납부 통장 설정, 예적금 만기, 대출 상환, 거래 실적에 따른 혜택, 기타
상품 가입 등 얽혀있는 것들이 많아 단번에 주거래 은행을 카카오뱅크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예금자 보호나 대출금 규모를 생각하면 카카오뱅크
하나만 쓰기도 어렵다. 그만큼 시중 은행들이 카카오뱅크를 벤치마킹해서 자사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개선할 기회도 있다.
하지만 공인인증서와 오프라인 방식에 익숙한 그들이 얼마나 빨리 대응책을 내놓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카카오뱅크는 향후 카카오톡을
비롯해 각종 카카오 서비스와의 연계가 가능한 반면 은행들은 카카오 생태계까지 따라할 수 없기 때문에 확장성에서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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