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가 지난 4일 국내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알파고 다큐멘터리 영화 특별 프레스 시사회를 개최했다.

이 영화는 지난 해 3월 9일 구글 인공지능(AI) 회사인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와 국내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벌인 대국(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전세계가 주목한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딥마인드가 어떻게 알파고를 준비하고 대국에 임했는지 뒷얘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가 우주의 원자보다 더 많은 경우가 수가 있다고 하는 고대 게임 '바둑'에서 인공지능으로 인간과 대결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딥마인드 개발진은 먼저 유럽 챔피언이었던 판 후이(Fan Hui) 2단을 초청해 알파고와 대국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촬영한다.
그는 아직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5번의 대국 가운데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자 크게 낙담한다. 유럽 챔피언이지만
바둑 2단인 판 후이의 대국 결과를 두고 사람들은 그가 실력이 나빴기 때문에 알파고에게 졌다고 비판하고 진짜 프로 9단 바둑 기사와 붙으면
이기지 못할 거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알파고의 다음 상대는 30개 이상의 국내대회 타이틀과 18개의 국제대회 타이틀을 따내며 10여년 이상 세계 바둑계를 지배했던 한국의
프로기사 이세돌 9단으로 정해진다. 대국 전까지 그 역시 판 후이처럼 인공지능에게 질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파고에 고전하는
모습이 영화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그리고 이를 중계하거나 지켜본 사람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표정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인공지능을 앞에 두고 장시간 싸워야 했던 이세돌 9단의 고뇌는 물론 그와 알파고가 내린 결단의 한
수 한 수마다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중계진과 전문가들, 그리고 알파고 제어실 내에 있던 개발진들의 모습이 교차한다. 바둑이라는 게임의 규칙과
승패를 모르는 일반 관객들에게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는 감독의 영리한 배려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알파고와의 대국에 내리 3판을 지고 코너에 몰린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회심의 한 수를 두어 알파고를 혼란스럽게 만든
부분이다. 당시 이세돌 9단이 둔 4국의 백78수가 알파고로써는 파악할 수 없었던 0.007% 확률의 신의 한수이며 개발진들이 놀라는 모습과 그
수를 찾아냈던 이세돌 9단의 소감을 들려준다.
여기에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앞두고 알파고를 점검하기 위해 초청했던 판후이 2단이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한 부분과, 개발진이 알파고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임을 인정하면서 대국을 준비하는 내용을 미리 보여줬기 때문에 당시 4국 후 제기됐던 알파고가 일부러 한 판을 져줬다는
의혹도 해소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영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님을 알고 있다.
이세돌 9단은 결국 5국에서도 지면서 최종 결과는 알파고가 4승 1패로 승리했다.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이세돌 9단에게 1판을 내줬던
알파고는 업그레이드를 거친 다음 중국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이세돌 이후 세계 바둑계를 이끌던 중국의 커제 9단에게 3:0 완승을
거둔 후 은퇴를 선언했다. 더 이상 알파고와 대적할 인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는 올해 10월에는 인간의 바둑 기보를 연구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한 '알파고 제로'가 기존 버전을 압도했다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바둑에서 인간이 쌓아올린 역사와 지식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영악하게 대중에게 쓰디 쓴 현실을 전하지 않는다.
영화는 알파고와 대전했던 이세돌 9단이 이후 벌어진 대전에서 연속으로 승리했다는 내용과 처음 알파고와 대전했던 판 후이 2단이 2016년
다시 유럽 챔피언에 올랐음을 후일담으로 전하면서 인공지능이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여 인간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당연하다. 이것은 알파고가 만든 영화가 아니니까. 알파고를 만들었지만 그것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모르는 개발진이 준비한 재료를 가지고, 감동적인 스포츠 현장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감독이 솜씨를 부려, 결국은 인간이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고 싶은 관객에게 대접하는 요리다.
아마도 국내 언론이나 관객들은 4번째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둔 '신의 한 수'가 나올 확률 '0.007%'에 주목하고 여기서 희열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앞으로 펼쳐질 인공지능 시대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주어진 기회의 최대치일 수도 있지만, 이세돌 9단이 둔 신의 한수보다
훨씬 낮은 확률에도 1등 당첨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며 매주 복권을 사는게 인간이 아니던가.
이미지 출처: 영화 알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