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 '박찬호와 체인지업 61' 시리즈로 기사회생한
삼보컴퓨터가 18일 전격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현주컴퓨터 청산 후 두번째로 PC업계는 큰 형님을 또 잃게 됐다. 사태를 근본적으로
보면 삼보컴퓨터의 무분별한 사업확장, 두루넷으로 인한 5000억원 손실이 사태의 근본 문제이지만, 이 배경에는 PC업계의 근본적인 불황이 바닥에
깔려 있다.
삼보컴퓨터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일부 용산
업체에서도 안좋은 소식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어느 업체가 삼보에 얼마가 물렸다더라부터 시작해서, 삼보컴퓨터와 특수관계나 계열사로
있던 몇몇 업체의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P모사의 경우 지난 18일 삼보컴퓨터와 계열분리를 공식 발표하여 주가가 뛰었다고 하지만 속내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죽음의 4월이라고 불리우는 PC업계의 비수기에 던져진 또 하나의 큰 충격 뉴스이다.
경제관련 뉴스 등을 보면 삼보컴퓨터 관련 여파가
별로 없다고 하지만, 이는 PC시장의 폐쇄성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이미 용산에 던져진 충격파는 상당하다. 삼보컴퓨터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현주컴퓨터가 잘나가던 2 ~ 3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국내 PC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여 온 국내 최초의 벤처기업이다.
불과 몇일전까지만 해도 Averatec Series의 날개돋친 판매로 줄곧 매스컴의 다크호스로 불리어왔던 것을 되짚어 볼 때, PC시장의
근본적인 불황이 이젠 한계까지 오지 않았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 알려진 사실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몇몇만 알고있는
사실들을 종합하여 볼 때, 삼보컴퓨터 충격은 PC시장의 부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PC시장의 개척자라 불리는 IBM도 PC사업을 레노보로
팔고 정리한지가 꽤 됐다. 내부적으로 Dell사도 완제품 PC관련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있으며, 대만의 몇몇 글로벌 회사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수익률이 0.58%에 그쳤다는 회사도 있고, 일부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공장을 매각한 회사도 있고, 올초
A모사도 회계문제로 한동안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모두들 쉬쉬하고 있지만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PC업계의 전체적인 부진은, 이번
삼보컴퓨터 충격으로 드디어 수면위로 부상한 듯 보인다.
삼보컴퓨터 문제도 뒷면을 보면
가격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근본 바닥에 깔려 있다. 자체브랜드 없는 OEM수출의 한계라는 등의 여러가지 지적이 있지만 근본 문제는 중국산
저가PC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국내업체의 현실이다. 이미 국내 PC부품 제조업체 대부분이 철수하거나 대표이사가 교체되거나 공장을 매각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계속 맞고 있다. 물론, 대만의 업체들도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 국내업체들이 살아남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미 용산은 2차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삼보컴퓨터에 부품을 납품한 회사들부터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자회사들은 이미 나타날 파장에 대해 대책마련에 부심하다. P모사의 경우 삼보컴퓨터의 자회사로부터 자사주식을 매입하며
계열분리를 선언하여 주가가 뛴 상황이지만 부품대금 등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파장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또다른 계열사인 모회사의 경우 P모사보다 조금 더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이미 총판부터 모든 업체들이 대책마련에 들어갔고 이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던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삼보컴퓨터의 법정관리가 삼보컴퓨터뿐 아니라 용산의 크고작은 거의 모든 업체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삼보컴퓨터의 Averatec 몇몇
불품이 원가 이하에 물건이 던져지기 시작했다. 5500의 경우 이미 80만원대에 진입했으며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업체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4월과 5월은 3월까지의 성수기가 끝나고 비수기의
파장을 가장 심각하게 겪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삼보컴퓨터 충격이 업계에 던지는 파장은 충격 이상이다. 이미 현주컴퓨터도 인수 후
중국업체 재매각 실패로 부도 처리되었으며 현대멀티캡도 올해 부도처리됐다.
PC업계의 전체적인 현황으로 볼때 삼보컴퓨터의
재기가 그리 만만치 않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PC시장은 이미 엄청난 구조조정기를 맞고 있다. 중국과 유수
브랜드의 충격적인 가격공세에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런가? 이제 SI업체는 삼성, LG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너진 상황이다. 그 많던 부품
제조업체도 시그마컴을 제외하고 모두 국내제조를 포기했다.
필자도 몇일전 동생을 위해 Averatec
3260을 사준 경력이 있는 삼보컴퓨터 유저다. 아무리 좋게 바라보려고 해도 안좋은 소식만 접하게 되는 2005년은 PC업계의 구조조정에 하나의
큰 획을 그을 해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제 정말 PC산업은 사양 산업인가? 재기의 방법은 없는가? 한국의 PC산업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하긴, 메인보드 시장만 봐도 대만산 유명 브랜드조차
ASUS, GIGABYTE, ABIT, MSI 등 5개 미만의 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산 OEM 제품에 백기를 든 상황이고, 그래픽카드도
Leadtek을 제외하고 그 옛날의 브랜드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 심각하다. 이제 브랜드와 가격만 남고 모두 사라진
PC시장에서 어떤 선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모두의 숙제로 남았다. 삼보컴퓨터가 용산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그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