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가 지난 2009년 1월 설립 후 3년 6개월만에 한국 사무소를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 한국 시장 철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HTC의 판매와 시장 점유율이 급감하면서 HTC의 여러 사무소들과 연구소들의 패쇄 소식들이 전해졌기 때문에 어쩌면 한국 사무소의 폐쇄는 당연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으로의 수성을 위해 노력했던 HTC였기에 이번 결정에 대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HTC는 지난해까지 10%에 달했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올들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2분기 이익도 전년 대비 50% 가량 줄었다.
여기에 일찌감치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부진의 연속이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8년도에 HTC는 '터치 듀얼'을 앞세워 야심차게 국내 시장에 발을 내딛고, 그 동안 10여종의 차별화된 기능을 앞세운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국내 시장을 고려해 해외 제조사중에서는 유일하게 LTE 지원 스마트폰 및 와이브로 지원 스마트폰등을 선보이면서 국내 이통사와도 적극적입 협력을 해왔다.

HTC는 외산 스마트폰 제조사중 국내 시장 정착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해왔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위 대박을 터뜨린 제품은 없었고 결국 HTC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에 출시한 센세이션XL을 마지막으로 8개월이 지나도록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가 지속되었다.
물론 HTC의 한국 사무소 폐쇄의 징조는 오래전부터 감지되어 왔다.
HTC 한국법인 대표는 취임 6개월만인 지난 5월, 사장직에서 물러났으며 그 이후로 해당 자리는 줄곧 공석으로 남겨놓았다. 대표의 사임이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조치가 국내 사업 철수로 이어지는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였다.
여기에 HTC는 경영악화에 대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지난 6월 브라질 사업소를 폐쇄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연구소도 정리를 하는 등 전체 HTC 조직 축소화를 진행해왔고 이에 국내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HTC 한국 사무소가 다음 차례가 될것이라는 예상이 나돌기도 하였다.
실제로 대만 중앙통신사(CNA)등은 지난 6월부터 한국 HTC 조직 철수가 시작되었다고 보도를 한바 있으며 그 이유는 한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99%는 한국산 브랜드가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하였다. 결국 HTC로써는 더이상 한국 시장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타 다른 외산 제조사의 상황도 비슷
이러한 외산 제조사의 국내 실적부진은 비단 HTC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가 1년이상의 공백을 깨고 내놓은 루미아 710은 국내 첫 망고폰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710대 예약 판매를 채우지도 못했으며 국내 첫 외산 LTE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는 HTC 레이더 4G의 경우 국내 판매량은 3만대를 넘기지 못해 LTE 스마트폰 시장의 2% 남짓한 점유율에 만족해야 했고 모토로라가 구글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내놓은 모토로라 레이저는 SK텔레콤과 KT를 통해 각각 1만대 남짓 판매에 그치는 등 국내 시장에 야심차게 출시한 제품들이 연이어 참패를 당하고 있다.

가트너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올 1분기 국내 제조 3사(삼성전자, LG, 팬택)의 시장 점유율은 96.4%에 이르며 외산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애플 아이폰을 합하더라도 채 4%가 되지 않는 3.6%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외산폰의 점유율이 15.4%였던 것을 고려한다면 1/3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특히 3.6%중에서 애플이 2%를 차지했으니 나머지 해외 제조사들이 1.6%를 서로 나눠갖은 셈이다.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이 440만대였으니 이중 1.6%인 7만여대를 HTC를 포함한 외산 제조사들이 판매한 셈이니 얼마나 암담한 상황인지는 안봐도 훤할 것이다.
한국=외산 단말기 무덤, 해결 방법이 없다는게 더 큰 문제
이렇듯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RIM, 노키아등 다른 외산 스마트폰 업체들도 심각한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으며 HTC의 사업 철수가 이들 외산 업체들의 국내 사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말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HTC는 지난 10월에 선보인 센세이션XL을, 모토로라와 소니 역시 지난해 10월에 출시한 모토로라 레이저, 엑스페리아 레이를 마지막으로 8월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해외 제조사 제품이 단 한대도 출시되지 않고 있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는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외산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내 시장에 대한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한편 일부에서는 철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결국 HTC의 한국 시장 철수로 시작된 외산폰의 몰락은 마치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더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현재로써는 없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 출시를 목표로 하였던 외산폰들은 이통사와의 조율 문제, 신제품 출시마다 실패를 맛보면서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등으로 줄줄히 출시 계획이 무산되어 버렸다. 이에 비해 국내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팬택은 고사양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 확보에 성공해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국내 이통사들은 연내 출시가 확정된 외산폰은 현재까지 없다고 밝혀 결국 하반기에도 경쟁 할만한 마땅한 신제품의 출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려움은 더욱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결국 무산된 HTC One X와 소니 Xperia S
실제로 NVIDIA의 테그라3 칩셋을 사용한 HTC의 신제품인 HTC One X의 경우 지난달 블로그 행사등을 통해 국내 출시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 지사 철수 소식과 더불어 제품 출시가 무산되었고, 소니가 전세계 이용자의 의견을 모아 만든 야심작인 엑스페리아S의 경우 올해초 전파인증을 마치고 SK텔레콤을 통해 출시 시기를 점치고 있다가 이또한 완전 백지화되어 버렸다.
이렇듯 국내 시장에서 외산 제품이 처절할 정도로 기근 현상이 이어지는 것은 한국이 삼성전자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의 안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국산폰의 대결 양상으로 흘러왔으며 이에 애플과 삼성전자가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며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그 뒤를 LG전자와 팬택이 경쟁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능력이나 A/S수준등에서 국내 업체를 따라가기 힘든 외산 업체들은 낄 수 있는 자리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기에 국내 휴대폰 시장의 특수성도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단말기 보조금이야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이지만 유독 국내 시장은 그 정도가 심하다.

고가의 스마트폰도 보조금을 통해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일반화된 유통 구조가 되어 버렸다. 결국 단말기를 팔기 위해 출고가의 50%를 웃도는 보조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국내 시장의 현실이다. 게다가 국내 시장 정서에 민감한 국내 제조사들의 경우 이통3사와 손을 잡고 보조금 정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외산 제조사의 경우 국내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마케팅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이통사에 재고물량 소진을 보장해줘야 하지만 외국 법인 정책상 이러한 것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제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 시행된 단말자급제(블랙리스트) 방식의 경우 이통사 대리점을 경유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유통망과 A/S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외산 업체로써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3G에서 LTE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외산 제조사들이 국내 시장을 위한 LTE 제품을 내놓기가 힘들다는 부분도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LTE의 경우 각 나라마다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외 제조사들의 경우 국내 시장에만 특화된 LTE 제품을 선보이기는 힘든 상황이며 그렇다고 3G 모델만 출시해서는 국내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팬택등 국내 제조사들은 LTE 스마트폰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통사 역시 LTE 투자에 올인하고 있어 외산 업체의 부담은 앞으로도 더욱더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외산 스마트폰 제조사들
이렇듯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산브랜드의 강세 분위기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지극히 독과점 시장을 형성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선택할 수 있는 단말기의 종류는 줄어들고 제조사들이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돌아가야할 헤택이 몇몇 사업자들간의 담합으로 사라져버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과 같이 이통사가 통신망뿐 아니라 단말기 시장까지 모두 쥐고서 자신들의 이익에만 부합하도록 만든 왜곡된 유통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 국내 시장에서 더이상 외산폰들이 설자리는 없어질 것이며 그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