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모바일 부문 - 스마트폰, 타블렛

스마트폰 부문 : 아이폰 4(의 왼쪽 하단 프레임 사이 작은 틈)

이래서 뽑았다 : 그 분이 말씀하시길, 네 손이 문제니라
세상 그 누구보다 키노트를 사랑하는 쿨한 형, 스티브 형이 WWDC 2010에서 아이폰 4를 소개한 순간, 과거 아이폰 4 유출 사진을 보면서 애플답지 않은 가짜(Fake) 디자인이라고 말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엄지 손가락을 추겨세우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러나 신은 아킬레스에게 발뒤꿈치, 삼손에게 머리카락, 보드나라에게 여직원 없음이라는 약점을 안겨주신 것처럼, 잡스옹의 키노트 버프를 받아 완벽해질 것 같았던 아이폰 4의 왼쪽 하단 작은 틈에 수신률을 잡아먹는 버뮤다 불통 지대를 만드셨다.
아이폰 4는 2개의 스테인레스 스틸 프레임을 3G와 무선랜 안테나로 사용했는데, 두 프레임이 만나는 왼쪽 하단을 감싸쥐면 3G 수신 안테나가 떨어져 결국 수신 불가까지 이르는 일명 '데스 그립'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아이폰 수신 불량 문제는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신기하게도 아이폰 4 페이스 타임 홍보 영상에서는 대부분
스티브 잡스가 '그렇게 잡지 말라'는 방식으로 폰을 잡는다
(페이스타임은 원래 3G가 끊길 것을 대비해 만든 기능인가?)
애플은 수신률 문제가 아이폰 4에서만 발생하는게 아니라 하단에 안테나가 들어가는 모든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태생적인 한계라고 언급했다.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아이폰 안테나를 표시하는 수식에 문제가 있어 소프트웨어로 이 부분을 수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불만 있으면 구입 30일 이내에 환불할 수 있다(미국 휴대폰 판매 정책이 원래 그렇다)고 덧붙여 리콜 예정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애플의 애매모호한 입장과 스티브 잡스가 유저에게 보냈다는 이메일 답장들에 대한 진위여부 등 아이폰 4 안테나 관련 불편한 내용들이 인터넷을 통해 계속 확대 재생산되면서 사람들의 반감이 커진 것만은 사실이다.
필자는 아이폰 역시 통화를 목적으로 하는 휴대폰으로 수신 품질에 대한 문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잡스께서 다 알아서 해주실거야", "아이폰은 하루하루 앱 돌리는 기계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거센 반발을 이길 자신이 없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니, 그들에게는 수신률 문제가 계속 생기더라도 일단 용의선상에서 애플은 완전 제외된 셈이다.
따라서 만약 아이폰 4 안테나 수신률 저하가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없는 하드웨어 설계 문제라고 할지라도, 그들에게는 이후부터 발생하는 모든 수신률 저하 문제는 S통신사와 S전자의 언론 플레이, 3G 기지국도 제대로 못 만든 KT, 그리고 애플 공식 액세서리 범퍼도 사지 않은 채 감히 왼쪽 하단을 잡으려고 했던 당신의 건방진 손이 문제인거다.
고민 끝에 필자는 아이폰 4에게 보드나라 최초로 부분 막장 어워드를 주기로 했다. 부분 막장 어워드는 제품 전체에 대한 평가는 아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에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한정적인 막장이지만, 아무튼 현재의 아이폰 4가 막장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님아! 여기만 잡으면 아이폰 이길 수 있나염?" - Nokia
타블렛 부문 : HP 슬레이트(Slate)

이래서 뽑았다 : CES 2010까진 좋았었지...
2010년 1월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하기로 한 시점 이전부터 MS 진영에서는 묘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MS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애플 타블렛을 엿먹일 멋진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2009년 여름 Gizmodo에서 독점 공개됐던 듀얼 스크린 타블렛 프로젝트 쿠리어(Courier)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루머는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프로젝트 쿠리어 컨셉 이미지 (출처: Gizmodo)
MS가 윈도우 7을 공식 발표한지 불과 몇 달이 되지 못한 시점에서 윈도우 7 판매에 영향을 줄 만한 쿠리어를 발표하겠느냐는 의견과, 시기상으로 보면 발표되지도 않은 애플 타블렛을 초장부터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MS가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MS의 CES 2010 기조 연설을 기다렸다.
그러나 CES 2010에서 MS CEO 스티브 발머의 손에 들린 것은 쿠리어가 아닌 윈도우 XP 타블렛 에디션을 연상시키는 윈도우 7 탑재 HP 슬레이트(Slate)였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사이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 앞에 거대한 아이폰처럼 생긴 타블렛 아이패드(iPad)를 내밀었다. 이후 두 기기의 운명은 갈라졌다.

지난 1월, 대중 앞에서 두 명의 스티브가 타블렛을 손에 들었다
그 후 이 두 제품(iPad와 Slate)의 운명은 달라졌다
잡스의 키노트 버프를 받은 아이패드는 노트북-넷북으로 이어지던 모바일 라이프에 타블렛이라는 또 다른 기기를 성공적으로 진입시키면서 출시 80일만에 전세계적으로 300만대를 팔아치웠다. 그리고 아이패드의 성공에 이어 애플은 아이폰 4와 iOS 4를 발표하면서 Mac보다도 견고한 애플 모바일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반면 발머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슬레이트는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되지 못한 윈도우 7 운영체제를 담기는 하드웨어 사양이나 배터리 시간 등 문제점가 제기되었고, 결국 출시가 취소되었다. (이후 HP가 Palm을 인수하면서 윈도우 7 대신 WebOS를 넣어 모바일 기기에 걸맞은 성능을 가진 타블렛으로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만약, 스티브 발머가 시간을 되돌려 다시 CES 2010으로 갈 수 있다면 그는 이번에도 HP 슬레이트를 손에 들고 웃을 수 있을까? (필자 생각에는 MS 주식을 팔아 애플 주식을 구입해놓을지도 모르겠다)
MS가 윈도우 폰 7 시리즈 기반 타블렛을 만들거나 무덤에서 쿠리어를 다시 꺼내온다고 할지라도, 스티브 발머에게 2010년 1월 6일과 같은 완벽한 타이밍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MS는 프로젝트 쿠리어를 버렸고,
HP 슬레이트에게는 버림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