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기억없는 게임 두 개가 갑자기 생겨났다. 해킹당했나?
이번 10월 17일, 필자는 그동안 스팀에 고이 모셔두고 있던 배트맨 아캄 수용소와 아캄 시티가 갑자기 두 개로 늘어나는 매직에 당황했다. '뭐지? 누가 내 주민등록번호를 해킹해서 해외 결제 카드라도 만들었나? 아니 잠깐, 그렇다고 왜 내 계정으로 게임을 산거지?' 온갖 잡생각이 드는 가운데 뜬 스팀 공지사항.
'GFWL(Game for Windows - Live) 종료가 예정되어 GFWL이 제거된 GOTY(Game Of The Year) 버전을 드림'
그렇다. 스팀의 이번 배트맨 아캄 시리즈 GOTY 버전 제공은 그동안 게이머들을 피눈물 나게 만들었던 GFWL의 2014년 7월 1일 종료를 앞두고 대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1)
XBOX 게임 콘솔과 윈도우 플랫폼 게임을 위한 서비스로 시작
GFWL 이전에 있던 GFW, 글자 하나 차이지만 굳이 비유하면 천국과 지옥의 차이?
많은 분들이 헷갈리기 쉽지만, MS는 절대 다수의 PC 게임이 윈도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착안, GFWL 이전부터 윈도우 PC에서 실행되는 게임이라는 의미의 Games for Windows 인증을 시행하고 있었으며, 이는 실질적으로 '윈도우에서 실행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외에 다른 의미는 찾기 어려웠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영...
정확하게 언제부터 GFWL 서비스가 시작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초로 GFWL이 적용된 게임은 윈도우 비스타와 Xbox 360용으로 출시된 세도우런과 이틀 간격으로 출시된 PC용 헤일로2를 들 수 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MS가 태블릿과 노트북, 윈도우폰, 데스크탑 사용자에 통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데스크탑용 윈도우8까지 모던 UI를 도입한 것 처럼, GFWL는 MS의 콘솔 게임기인 Xbox의 계정에 윈도우 PC용 게임을 연동해 버린 것이다.
이를 통해 세도우런과 로스트 플래닛 익스트림 컨디션 콜로니즈 에디션 같이 Xbox 게이머와 PC 버전 게이머의 온라인 연동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도 출시되고, 도전욕을 자극하는 도전 과제를 지원하며,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게임 판매 등, 의도 자체는 좋았다.
DRM이 아니지만 DRM으로 인식되는 GFWL
문제는 언제나 그렇지만, 좋은 의도로 시작된 것도 이후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에 따라 사용자들의 반응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된다.
배트맨 아캄 수용소와 아캄 시티도 최근까지 GFWL 연동되었다
GFWL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것은 바로 프로필 다운로드 제한. GFWL는 XBOX와의 연동을 위해 PC에서 실행할 때 ID와 연동된 프로필을 다운로드 받아 게임 세이브와 도전과제, DLC 등을 관리하는데,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프로필 다운로드 횟수에 제한이 있다.
GFWL 로그인없이는 온라인 대전이 불가능한 스트리트 파이터 IV AE
프로필 다운로드 횟수 제약에 걸리면 오프라인 모드로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기에 멀티플레이 기능이 핵심인 게임이라면 분명히 내 돈 주고 산 게임인데 게임을 못하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이 경우 MS에 문의해 새 키를 받급받을 수 있지만 그동안 진행한 도전과제 등이 초기화 되는 문제가 있다.
GFWL의 악명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세이브 데이터 증발 문제 아닐까?
특히, 지난 배트맨 아캄 수용소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GFWL 게임은 프로필과 세이브가 연동되기 때문에 다른 게이머와 세이브 파일 교환이 어렵고, 윈도우 포맷 같은 경우 다시 프로필을 다운로드 받으면 '횟수 차감 + 새로운 프로필로 인식 = 세이브 파일 증발' 문제가 생기며, 이런 경우가 아니라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세이브 증발 이슈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세이브 파일을 날리면 게이머는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다시 할 의욕을 잃어 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GFWL에 대한 인식이 바닥을 치는데 한 몫 하게 된다.
일부 GFWL 게임은 로컬 프로필일 경우 게임 저장이 안되 사실상 진행이 불가능하다
특히, 대부분의 GFWL 게임은 오프라인 프로필을 만들면 온라인 기능을 제외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더트3와 같은 일부 게임은 GFWL 로그인 없이는 싱글 플레이도 제대로 즐길 수 없고(로컬 프로필도 세이브 저장이 안된다), 국내에는 셧다운제 때문에 아이핀 발급이 되지 않는 14세 미만 사용자는 계정을 해외로 옮기는 디지털 망명을 하거나 주변 친지의 아이핀을 이용해 새로 만들어야하는 문제가 있으며, 개발사가 게임 버그나 기능 개선을 위해 패치를 하려고 해도 GFWL을 사용하는 게임들은 일일이 MS에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물론 제작사측에도 좋은 소리 듣기 어렵다.
게다가 GFWL을 포함해 모든 DRM이 그렇듯, 이들의 문제는 온전히 정품 사용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
2014년 7월 1일 GFWL 서비스 종료, 문제는?
물론, 위에 언급한 프로필 다운로드 제한의 경우 사용자가 백업해 놓으면 되고, 온라인 연동은 스팀(Steam)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라 보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세이브 파일 하나만으로도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DRM으로 욕먹고 있으며, 여기에 일일이 검수받고 진행되는 게임 패치, 계정과 PC 기반으로 골치 아프게 연동되는 프로필과 세이브, 사용자가 알기 어려운 프로필 관리등, 각각의 내용은 사소하다면 사소하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문제는 이런 일들이 동시에 벌이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다는 것.
GFWL PC 마켓플레이스 종료. GFWL도 종료를 앞두고 있다
결국,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게이머들은 물론 개발사들로부터 좋은 소리 못 듣던 GFWL를 채택하는 개발사가 하나 둘 줄어들더니, 2013년 8월 25일 PC 마켓플레이스 폐쇄에 2) 이어, 2014년 7월 1일부로 GFWL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
이에 대해 GFWL 게임을 겪어본 게이머들은 대부분 만세를 부르고 있지만, 4) 문제는 차후 GFWL가 완전히 종료될 경우 더트3와 같이 GFWL 로그인이 필수인 게임들은 사실상 폐기 처분된다는 점.
GFWL의 종료에 대비하기, 게임 제작사로 게이머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가 아닐까
다행이 바이오쇼크2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아캄 시티와 같이 몇몇 업체에서는 GFWL 게임에서 빠르게 GFWL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고, 캡콤처럼 GFWL 제거 의사를 밝힌 곳도 있지만 5), 아직까지 상당수의 업체들은 자사 GFWL 게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GFWL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해도 대부분의 GFWL 게임이 오프라인 프로필을 이용한 플레이를 지원하므로 이후에도 게임 플레이는 가능하겠지만, 또 다른 문제는 GFWL 서비스가 종료되면 해당 프로필로 구매했던 각종 컨텐츠의 다운로드와 이용에 제한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
결국, 현재 게이머들은 GFWL 게임의 GFWL 서비스 종료 대비 지원이 확실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구매해야 피해가 없을 것이며, GFWL 게임 개발사들은 GFWL 서비스 종료에 대비해 해당 게임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게임을 믿고 사준 게이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6)
1) PC GAMER : Microsoft’s Games for Windows Live service has the power to make grown men cry. Tears of blood.
2) PC Marketplace is closing August 2013
3) Games for Windows Live to shut down July 2014 according to deleted support update
4) Games for Windows Live shutting down July 1, 2014.
5) Capcom removing Games For Windows live from all their PC titles
6) GFWL 게임 리스트
[취재] MS-ASUS Xbox 휴대용 게임기 협력, ROG Xbox Ally 연말 출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