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서 '플래그십(Flagship)'의 위세가 예전같지 않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 함은 한 업체의 제품 전체를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성능과 인지도를 자랑하는 모델로 손꼽히는데, 올해에는 이런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1달이 멀다하고 바뀌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매달 소비자들이 원하는 신제품을 내놓길 원하는 이동통신사들과 정면 대결로 판매량이
떨어지기를 원하지 않는 제조사들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브랜드는 달라도 매달 신제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산 스마트폰이 한 달도 안되서 구형폰이 되어버리면 남은 기간 할부금을 내기가 아까운 것도 당연한 심리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에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해당하는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1월 - 소니의 귀환, 엑스페리아 Z1 (1/16)

올해 처음 선보인 전략 스마트폰은 소니에릭슨 시절에 경쟁에서 밀려 한참 동안 국내 시장을 떠나있다가 소니 브랜드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한
엑스페리아 Z1이었다.
1월 16일에 출시된 소니 엑스페리아 Z1은 2,070만 화소 고성능 카메라와 IP58 방진/방수 기능, 5인치 풀HD 디스플레이에
소니만의 엑스페리아 패밀리 룩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표준(?)에 해당하는 스냅드래곤 800 프로세서와 2GB RAM, 16GB 내장
스토리지를 지원한다.
그러나 엑스페리아 Z1은 지난 해 9월 독일 IFA 2013에서 발표된 제품이었기 때문에 최신 플래그십이라는 이미지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2월 - MWC 틈새 공략, LG G Pro 2 (2/21)

2월에는 LG전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4를 앞두고 국내에서 먼저 G프로2(G Pro 2)를 발표하면서 이슈 선점을
노렸다.
G프로의 후속 모델로 출시된 LG G프로2는 5.9인치 대화면에 풀HD 디스플레이, 3GB RAM, 32GB 내장 스토리지를 지원한다.
특히 후면 1,300만 화소 OIS 플러스 카메라를 비롯해 노크온 기능을 보완한 노크코드, 미니 뷰, 듀얼 브라우저, 매직포커스, LCD 플래시
전면 카메라, 1W 스피커 등 카메라와 사용자 UX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MWC 2014에서 스냅드래곤 801 스마트폰들이 발표될 것을 알면서도 스냅드래곤 800을 탑재해 최신 플래그십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이는 2분기에 등장하는 QHD 스마트폰 LG G3에서도 이어지게 된다.
3월 - 기어와 함께 등장, 삼성 갤럭시 S5 (3/27)

3월에는 MWC 2014에서 스마트워치/밴드와 함께 등장한 갤럭시 S5가 출시됐다. 갤럭시 S5는 1,600만 화소 ISOCELL 카메라와
전면 홈 버튼의 지문 스캐너, 심박수 체크가 가능한 심박 센서, IP67 인증을 획득한 생활 방수/방진 기능으로 소비자가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안드로이드에서 타이젠으로 OS를 바꾼 삼성 기어2와 기어 핏을 함께 출시해
웨어러블 기기와의 연동을 강화했다.
그러나 갤럭시 S5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답지 않게 스냅드래곤 801 외에 RAM은 2GB, 풀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제품 발표
직후부터 QHD 디스플레이, 메탈 케이스를 사용한 갤럭시 S5 프라임(Prime)이라는 모델이 추가로 나올 거라는 루머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야
했다.
이 같은 루머에 대해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이 올 가을 이전에 갤럭시 S5 프리미엄 모델은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6월에 갤럭시 S5 광대역
LTE-A가 출시되면서 한국의 가을은 6월부터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5월 - 엑스페리아 Z2, 베가 아이언2, G3 줄줄이 출시
5월에는 세월호 참사와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로 인해 연기됐던 신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됐다.

4월 24일이라는 발표 날짜까지 맞췄다가 세월호 참사로 5월 8일로 발표일을 연기했던 팬택은 메탈 프리미엄이라는 문구와 함께 엔드리스 메탈
프레임을 적용한 베가 아이언2를 선보였다.
전작 베가 아이언의 스테인레스 스틸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한 베가 아이언2는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와 3GB RAM, 32GB 내장
스토리지, 5.3인치 풀HD AMOLED 디스플레이, 후면 1,300만 화소 OIS 카메라, 그리고 3,220mAh 배터리가 들어갔다. 특히
메탈 프레임을 강조한 시그니처 스튜디오 서비스와 제품 출시 전부터 액세서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용 케이스 공모전 등의 아이디어도
가미됐다.
하지만 원래 출시했어야 할 날짜에서 한 달이나 뒤로 밀리면서 5월 출시 예정 플래그십 스마트폰(LG G3)과 맞붙는 결과를 초래했고,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팬택의 사정도 소비자들이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MWC 2014에서 발표했던 소니 엑스페리아 Z2도 베가 아이언2와 1주일 차이로 국내 출시됐다.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와 3GB
RAM, 5.2인치 풀HD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엑스페리아 Z2는 2,070만 화소 카메라와 IP58 방진방수 등급, 그리고 별매
액세서리인 디지털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스마트 밴드로 제품 사용성을 높였다.
하지만 부품 수율 문제로 글로벌 시장 출시가 연기되고 국내에서도 이동통신사 영업정지 때문에 베가 아이언2와 마찬가지로 5월에 출시되면서
뒤이어 등장한 LG전자의 QHD 스마트폰 LG G3에게 밀렸다. 제품 자체로 보면 경쟁력이 없진 않으나 외산폰 이미지에 국내 스마트폰들과 달리
보조금 혜택을 받기 어려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LG G3는 2560x1440 해상도를 지원하는 초고화질 5.5인치 QHD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초고속 자동 초점 기능인
'레이저 오토 포커스'가 들어간 카메라로 어두운 곳에서도 빠른 초점을 잡을 수 있다. 디자인에서도 메탈릭 스킨 커버와 인체공학적 곡률을 적용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LG G3는 QHD 해상도를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디스플레이 밝기와 소비전력으로 인해 배터리
소모와 발열 문제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G3 출시 한 달도 안되서 이동통신사들이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통사들의 마케팅 전략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S5에서 갤럭시 S5 LTE-A까지는 그래도 2달 반 정도의 기간이 있었는데, LG전자가 광대역 LTE-A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전자가 선점하도록 두지 않으려면 이보다 더 빨리 G3 광대역 LTE-A 모델을 내놓아야 한다. 이는 기존 G3 구매자들에게
삼성전자보다 더한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6월 - 싹 바뀐 업그레이드, 삼성 갤럭시 S5 광대역 LTE-A

나온다 안 나온다 말이 많았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S5 광대역 LTE-A가 결국 올해 상반기를 장식하는 마지막 플래그십 기종으로 출시됐다.
이름만 들어서는 기존 갤럭시 S5에 광대역 LTE-A 기능만 추가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메모리까지 올라간 갤럭시 S5
완전판, 삼성전자에서 가을까지는 출시할 일이 없다던 프리미엄 모델이 되겠다.
광대역 LTE-A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퀄컴 최신 스냅드래곤 805 프로세서가 필요한데, 여기 들어간 Adreno 420 GPU가 그래픽
성능이 향상되었으며, 이를 보조하는 QHD 해상도의 Super AMOLED WQHD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그리고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스펙이
올라감에 따라 RAM 용량도 2GB에서 3GB로 증가시켰다.
그 덕분에 갤럭시 S5 LTE-A의 출고가는 기존 S5보다 7만원 가량 올라간 94만500원으로 다시 90만원대가 되었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그 정도의 비용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안 나올 거라고 해서 갤럭시 S5를 구매했던 사람이나
스냅드래곤 801이 들어간 G3를 구매했던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싶다.
하반기에도 신제품 출시는 계속된다
갤럭시 S5 광대역 LTE-A를 구입했다고 해도 아직 하반기 신제품이 남아있다. 삼성전자가 전통적으로 독일 IFA 2014에서
발표하는 갤럭시 노트4가 삼성전자 플래그십의 이미지를 4년 연속 이어갈 것이고, 광대역 LTE-A 직전에 G3를 출시했던 LG전자도 어떤
식으로든 광대역 LTE-A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4:3 화면 비율의 뷰(View) 시리즈 후속 모델 출시도 기대되고 있다.
워크아웃에서 출자전환 후 매각 등 어수선한 소식만 계속되는 팬택 역시 내부적으로는 베가 아이언2에 이은 전략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다.
시크릿 노트의 후속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제품은 히트파이프 쿨러를 장착해 QHD 스마트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애플 역시 WWDC 2014에서 발표한 iOS 8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아이폰 6를 내놓을 예정이다. 대화면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기존 4인치보다 큰 화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프로세서도 64bit 시대로 넘어간다. 애플은 이미 작년부터 64bit를 채용한 A7 프로세서를 아이폰/아이패드에 사용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은 칩셋 생산과 OS 지원 등의 이유로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본격적인 64bit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언제 무엇을 사더라도 약정 기간 동안 거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