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동통신사들의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

5G의 핵심 기술을 적용했다며 KT가 포문을 연 '말만 기가 LTE'를 비롯해 그보다 두 배 속도를 제공하겠다는 LG유플러스를 포함한 이동통신사들은 4G를 넘어 5G를 외치고 있지만, 지금 당장 이들이 외치는 최고 속도를 사용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마케팅 차원에서 봐줄 수 있다.
KTX용으로 설계된 철로라도 무궁화호가 달릴 수 있고, 자동차 경주용 트랙이라도 페라리만 달릴 수 있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속도 경쟁을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한 달 데이터가 2초에 사라지는 기가 LTE 시대
일단, 5G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통신사들의 기가 LTE 속도 1.17Gpbs(0.146GB/s)가 얼마나 빨리 데이터를 소진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독자를 위해, 통신사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데이터거 얼마나 빨리 소모되는지 계산해 보았다.
실제 속도는 최대 속도에 못 미치겠지만, 통신사들이 이론상 최고 속도로 빠른 것을 내세우니 여기서도 최고 속도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겠다.

기가 LTE 시대, 한 달 데이터가 2초에 사라지는 마술
기가 LTE 속도는 한 달 데이터 제공량이 가장 많다고 SKT가 자부하는 band 데이터 100 요금제의 35GB 용량이 약 240초(4분)만에 모두 소진되고, 하루 2GB씩 추가 제공되는 데이터가 14초도 안되어 사라진다.
게다가, band 데이터 29요금제 사용자는 2초도 안되어 한달 제공 데이터인 300MB가 사라지게 되는데, 이렇게 데이터가 빨리 사라지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통신사들은 고객의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한 작업을 벌여왔다.
통신사, 빛의 속도로 빠지는 데이터 요금 수익에 혈안
통신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소개할 때 얼마만큼 빠른지, 그 빠른 속도가 사용자에게 어떤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렇게 빛의 속도로 소모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니, 단순히 이야기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사용자에게 이득이 되는 요금제를 폐지하고 어떻게든 수익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앞서 별도의 기사에서 논하기는 했지만, 이달 초 KT와 SKT는 사용자가 최신 요금제보다 싸거나 같은 가격에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다수 축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참고 : 절묘한 KT와 SKT의 일부 요금제 폐지, 소비자 혜택 줄고 통신사 이득 늘고)
명분은 백여가지에 이르는 요금제로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기 어려우니 간소화한다는 것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속도 경쟁으로 인해 갈수록 빛의 속도로 빠져 나가게될 데이터, 여기에 가격대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 개편이 더해지면,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된다.
새로운 기술 도입과 개발에 투입된 자본을 회수하고 수익을 내기 위한 기업의 전략 자체를 무어라할 수는 없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만 진행되는 것이 너무 뻔히 보인다는 점이고, 3G 요금제 기본료 1천원 내리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는지를 돌아보면, 절대 곱게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뒤로 고객 털기 바쁜 통신시장, 판 흔들기 아닌 판 뒤집기 고민 필요
지난 5월, 이통사들은 예외적으로 유/무선 통화와 문자 무제한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기존 요금제보다 기본 제공 데이터량도 적고 부가 해택도 축소되어 비판을 받긴 했지만, 이동통신사들이 주요 수입원으로 꼽던 통화와 문자 수입을 반쯤 포기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신하려는 시도를 보여줘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으며, 한 달만에 전체 300만명이 해당 요금제에 가입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새로운 무언가를 던져준 이동통신사들은 그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진행된 요금제 칼질, 최대 16만원 할인받던 단말기 포인트 할인을 5만원으로, 5% 적립되던 캐시백을 1%로 축소하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동통신 3사 중심의 시장구조가 경쟁없이 고착화된 상태라 이러한 조삼모사식 행태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시장 경쟁 효과를 기대했던 알뜰폰(MVNO)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1위 사업자인 SKT의 점유율이 50% 이하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근본적인 시장 판도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남의 망을 빌려쓰는 태생적 한계와 단말 종류 부족등이 지적받아왔고, 당분간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높지 않은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부는 그동안 말만 많았던 제 4 이동통신 사업자를 올해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어느때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를 위해 주파수 대역도 우선 할당하고, 상호접속료도 유리하게 차등 적용해주며, 기술 방식도 시분할(TDD)와 주파수분할(FDD)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부는 제 4 이동통신 사업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고착화된 현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를 투입해 통신시장의 판을 흔들어 경쟁 상황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단통법으로 인해 제한된 번호 이동과 관행화된 타사 요금제 배끼기로 통신사의 차별화 시도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 4 이동통신 사업자가 선정된다고 해도 신규 플레이어 투입으로 인한 판 흔들기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앞으로는 고객 해택을 말하며 뒤로는 어떻든 고객에게서 더 뜯어낼 수 있을까에만 혈안인 기존 통신사들을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일.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가 LTE보다 약 18배 빠른 최대 20Gbps의 5G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아니, 100% 되풀이될 것이다.
단순히 판 흔들기에 그치지 않고,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의 판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성찰과 논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