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12월 13일, New Horizon에서 공개 시연한 Ryzen의 성능은 '불도저의 재림'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Broadwell-E와의 비교 기사가 나올때마다 '또하나의 암레발'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인식은, New Horizon을 계기로 '성능은 OK, 문제는 가격'의 프레임으로 전환됐다. 5년간의 암흑속에서 출구없이 헤매던 AMD가 드디어 반전의 계기를 잡은 듯 싶다.
굳이 New Horizon 시연영상이 아니더라도, Ryzen이 상당히 괜찮다는 뉘앙스는 여러채널을 통해 필자에게 전해지고 있다. AMD코리아의 모 과장은 12월초 극비리(?)에 미국 출장을 다녀오고 나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내 눈으로 보고야 말았다'며, '그 동안의 고생을 한순간에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라 전했다. 이외에도 몇가지 예가 더 있지만, 아직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필자의 상태, 안습하기만 하다.
시계를 2015년으로 다시 되돌려, 인텔HQ는 2015년부터 거의 매분기마다 크고작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텔 코리아도 마찬가지로, 매 분기마다 퇴사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사업부가 재편되고, 사업계획이 축소되며, 새로운 사업부가 생겨났다. 인텔코리아의 관계자를 만날 때 마다 PC CPU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IoT, 웨어러블,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된 관심사였고, PC사업엔 관심이 더이상 없는 듯 해 보였다. 실제 인텔코리아도 이에맞게 구조조정, 사업부조정, 개편 등이 이루어졌고, 최소한 PC CPU비즈니스에 관련해서는 건의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 역시 대부분 '구조조정'되기 일쑤였다.
게다가 사실상 Ryzen 라인업의 경쟁상대가 될 카비레이크 라인업은 출시도 되기 전에 2016 보드나라 워스트어워드를 수상할 정도로 안습한 모양이고, 커피레이크나 캐논레이크 역시 카비레이크에서 획기적으로 성능이 향상되는 등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것으로 보여, 인텔의 시장 수성 능력에 의심이 드는 상황임은 확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일전부터 퍼지기 시작한, Canard PC 매거진 발 인텔 내부상황의 몇가지가 상당히 신빙성있게 들리는것은 그동안 인텔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분위기와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확실히 2017년에는 인텔의 X86 CPU 독점구조가 확실히 깨질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월드와이드기준 79%, 국내기준 95%의 X86 CPU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사실상 독점기업이다. 물론 5년전과 달리 X86 CPU시장의 위상이란 ARM계열 CPU에 밀려 예전만 같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나, 매출액만으로 볼때 X86 CPU는 아직도 ARM CPU시장에 비해 몇배 더 큰 시장이다. 문제는 그 차이가 눈에띄게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지만.
최소한 X86 CPU 시장의 경쟁구도 정착은, 최소한 그동안 침체되어온 국내 PC시장에 활기를 띄게 해줄것만은 분명하다. 샌디브릿지 이후 정체되어온 인텔 CPU의 성능 향상이 Ryzen의 출시로 고성능 CPU에 보다 쉽게 접근이 가능해짐으로써 새로운 PC업그레이드 수요가 예상되며, 획일적이고 일률적이었던 PC 스펙 선택이 보다 다양해져, 다양한 사용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다양한 제품이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물론, 필자와 같이 제3지대에서 제품을 평가하는 것으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들도 당분간 바빠질 것 같다.
사실 AMD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어놓는다 하더라도, 인텔의 카비레이크나 커피레이크가 성능에서 기존과 다른 세대교체를 이루어낸다면 AMD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어놓는다 하더라도 국내 성향상 인텔의존도인 현 시장이 크게 바뀔것으로 필자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기준 카비레이크나 커피레이크는 스카이레이크에 비해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어서, AMD입장에서는 최소한 성능적 관점에서는 한판 붙어볼 수 있는 좋은 상황이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라이젠 출시이후 인텔에서 보다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새롭게 정립하는 경우인데, 현재 인텔 내부분위기상 라이젠 출시이후 가격인하등의 공격적 영업정책은 쉽지 않아 보일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최소한 필자가 판단하는 인텔 내부분위기는 'PC 시장은 이제 됐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자' 로 귀결된다고 판단하나, 모바일시대 이후 인텔에서 새롭게 내놓은 모바일 관련 상품들은 ARM CPU에 밀려 모두 실패했고, IoT는 아직 지지부진하여 성과가 없고 SSD사업은 PC CPU사업을 대체할정도의 큰사업이 아니라 PC CPU 이후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한 상태이다. 여기서 PC사업부의 영업이익이 큰폭으로 감소한다면, 그동안 실적아래 가려진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의 능력에 주주들이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Canard PC 매거진 발 내용에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원가절감'에 목숨을 걸고있다는 내용에 주목한다. 원가절감에 주목한다는 것은 곧 실적을 의식한다는 것이라, AMD'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크르자니크가 AMD 방어를 위해 보다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지키려하는 모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세조정은 할 수 있겠지만)
5년이라는 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 한줄기 빛을 드디어 찾은 듯한 AMD에 인텔이 AMD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현 상황은 분명 AMD에게 큰 기회이다. 이러한 기회를 잘 살려 PC구매자들에게 선택의 즐거움과 경쟁의 과실을 선사해주길 기대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