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에서 소니 PS4에게 굴욕당한 Xbox On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가 E3 2013 게임쇼에서 차세대 콘솔게임기 엑스박스원(Xbox One)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공개했지만 경쟁사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PS4) 발표에 밀리는 rf굴욕을 겪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E3가 열리기 불과 20일 전에 열린 프레스 이벤트를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었는데 MS는 이 행사에서 Xbox 360의
후속 기종인 Xbox One을 발표하면서 기존 콘솔게임이 아닌 올인원 홈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는 디지털 기기로 선보였던 것이다.

셋탑박스 스타일의 Xbox One은 게임 콘텐츠 외에 TV방송, 영화 등을 비롯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그
디자인도 게임기가 아니라 TV 옆에 놓는 셋탑박스와 유사한 형태로 바뀌었다.
특히 Xbox 360의 후반기 성공을 이끈 키넥트(Kinect)를 포함했으며 음성명령과 동작인식, 스카이프, TV채널 검색, 스마트 기기와
콘텐츠를 공유하는 스마트 글래스 등 게임 외 부가 기능이 강력해졌다.
게임기 본분에 충실하지 못한 Xbox One
그러나 Xbox One은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하는 코어 게임기에서 온가족을 위한 올인원 셋탑박스로 바뀌면서 기존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대부분 버렸다.
하드웨어 스펙에서 같은 시기에 발표한 경쟁사 소니의 PS4보다 성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존 Xbox 360 게임들은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게이머들이 민감해하는 중고 게임 관련 제한도 강화해 게이머가 자신의 게임을 함부로 빌려주거나 재판매하기 어렵게 만들고 24시간마다 온라인
인증을 해야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코어 게이머들에게는 별 필요없는 키넥트가 기본 플랫폼에 들어가면서 반드시 키넥트가 있어야 Xbox One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그 때문에 콘솔 가격은 PS4보다 100달러나 비싼 499달러로 책정되었다.
특히, E3 게임쇼에서 소니가 중고게임, 온라인 인증, 내장하드 교체, 기존 콘솔 주변기기 지원 등에 대해 MS와 완전히 반대되는 개방
정책을 표방하고 콘솔 가격을 399 달러로 발표해 참석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코어 게이머들은 이번 소니 PS4의 E3 발표를 두고
Xbox One 관뚜껑에 못질하는 소리라고 호평하고 있다
게다가 MS는 Xbox One의 아시아 지역 출시를 1년 후인 2014년 말로 잡아서 국내 게이머들을 더욱 실망시켰다. Xbox One이
기존 게임 타이틀을 지원하지 못하고 Xbox One의 기반이 되는 올인원 셋탑박스 서비스가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경쟁 기기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Xbox 360은 초기 하드웨어 문제에도 불구하고 코어 게이머들에게 인정받는 콘솔 게임기였지만, 북미 시장에서 어필한 Xbox LIVE에
엮인 콘텐츠 사업, 그리고 Xbox 360 제2의 전성기를 가져온 키넥트의 성공이 MS의 욕심에 불을 붙인 것이다.
기존 사용자 무시하는 MS식 차세대 통합 플랜
문제는 기존 사용자와 시장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MS식 차세대 플랜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MS는 이미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우8을 선보이면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기존 유저들을 배제하고 무리하게 스마트 환경을 통합하기 위해
터치 인터페이스와 모던 UI를 도입한 바 있다.

완전히 다른 두 사용 환경을 억지로 묶으면서 기존 PC 사용자들은 원하지 않는 앱과 시작 화면을 위해 윈도우7까지 잘 사용했던 시작 버튼을
빼앗겼고, 터치스크린으로 윈도우8을 쓰려는 사람들은 기존 윈도우 스타일로 남아있는 데스크탑 모드와 프로그램 때문에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했다.

윈도우8 터치스크린 지원 제품은 완전한 태블릿보다
어떤 식으로든 키보드가 연결된 컨버터블 디자인 대부분이다
애플이 Mac 사용자와 iOS 사용자를 분리시켜 양쪽 OS의 좋은 점을 접목시키면서도 플랫폼 고유의 사용 환경을 존중하는데 비해 MS는
이질적인 두 환경을 하나로 묶어놓고 사용자가 거기에 익숙해지기만 바라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MS가 내놓은 윈도우폰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장점만 가져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결과물은 두
플랫폼에서 단점만 가져온 형태가 되었다.
애플처럼 MS가 직접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책임지는 관리 방식은 정작 MS가 OS를 포기하자 어떤 제품도 업데이트 하지 못하게 되었고,
안드로이드처럼 다양한 제조사가 제품을 만드는 구조는 MS가 정해놓은 낮은 수준의 하드웨어 부품을 이용한 붕어빵 스펙에 사용자경험(UX)도 건드릴
수 없었다. 여기에 윈도우폰 OS 라이선스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니 비용은 더 비싸고 제품 가치는 더 떨어지는 모양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서 안좋은 부분만 모아놓은
MS의 스마트폰 OS 윈도우폰(Windows Phone)
그나마 윈도우폰에 올인한 노키아의 눈물겨운 선전이 없었다면 MS의 스마트폰 사업은 윈도우폰 판매가 아니라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에게 로열티를
받은 것으로 끝날 뻔 했다.
윈도우8 태블릿이 아닌 ARM 기반 윈도우 RT 태블릿과의 관계도 문제다. 같은 ARM 프로세서를 사용하면서도 윈도우 RT와 윈도우폰
OS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애플이나 구글이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같은 모바일 OS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MS는 윈도우 브랜드를 등에 업기 위해
윈도우 RT 버전을 따로 내놓았다.
기존 x86 PC프로그램을 쓸 수 없는 윈도우 RT와 그런 윈도우 RT와도 앱 호환이 되지 않는 윈도우폰. 여기에 Xbox One까지..
MS의 차세대 전선은 점점 확장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소비자를 배려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독단적인 MS 차세대 플랜, 아직까진 성과 없어
그렇다면 MS가 안정적인 기존 시장을 볼모로 내세운 새로운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을까?
윈도우8은 일단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MS가 지난 5월 윈도우 블로그를 통해 윈도우8이 출시 6개월 만에 1억 라이선스를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윈도우7의 판매속도와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윈도우8 출시와 함께 공략하려고 했던 태블릿 시장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1분기 전세계 태블릿 시장 점유율에서 윈도우 태블릿의 비중은 불과 1.8%에 그쳤고 그나마 윈도우8을 제외한
윈도우 RT 기준 1분기 선적량은 겨우 20만대였다.
더구나 윈도우8에 억지로 끼워넣은 윈도우 앱 사용 비율은 하루에 1~3번 정도로 PC 사용자의 절반 가량은 하루에 한번도 이용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관련기사:
윈도우8 사용자의 매트로 앱 실행, 많아야 하루 세번?) 결국 윈도우8의 성공적인 판매는 불편한 윈도우8 환경을 감수한 대다수 PC
사용자들의 희생으로 이뤄졌다고도 볼 수 있다.
스마트폰 부문도 마찬가지. 과거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이 2015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구글 - MS - 애플 순으로 윈도우폰이 2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었지만, 가트너 조사 결과 1분기 윈도우폰 점유율은 2.9%로 블랙베리에도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초이자 최후의(아직까지는) 윈도우폰인
노키아 루미아 710은 Xbox 360과 패키지로 팔리기도 했다
이 마저도 윈도우폰 전체 매출의 70%가 윈도우폰에 올인하고 유럽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노키아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다른 제조사들은
윈도우폰 출시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업데이트가 끝나버린 노키아의 윈도우폰7 '루미아 710'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윈도우폰8 단말기는 아예 하나도 없다.
MS는 얼마 전 직접 판매하는 윈도우 태블릿 서피스(Surface)를 무려 6개월이나 늦게 국내에 출시했지만 제품 가격은 출시 때와
달라지지 않아 최신 제품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국내에 1년 늦게 출시.. 그 때까지 건재할까?
차세대 게임기 Xbox One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PS4와 비교했을 때 실망스러운 점이 많지만
Xbox라는 이름으로 나올 독점 대작 타이틀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키넥트 포함으로 비싸진 가격은 키넥트가 필요했던 게이머라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PS4도 키넥터와 같은 모션인식 주변기기를 별매로 구입한다면 Xbox One과 가격 차이가 50 달러 정도로 줄어든다.
소니 역시 중고 및 렌탈 게임에 대한 기존과 같은 지원 입장 표명과 온라인 인증을 하지 않겠다는 정책 뒤로 MS처럼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유료화를 슬쩍 포함시켰지만 MS의 삽질에 따른 반대 급부로 이 부분에 대한 반발은 별로 없다.
분명한 것은 전통적인 콘솔 게임 사업 방식을 고수한 소니가 PS4에서 Xbox One 큰 격차를 벌일 정도로 성공을 거둔다면, MS
입장에서도 Xbox One 플랜의 재검토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Xbox One 독점 타이틀을 기대하는 게이머들에게 북미 시장에서 출시된 다음에도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사이에 게임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긴다면 오히려 국내에 늦게 출시되는게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Xbox One 게임패드만은 Xbox 360 때처럼
PC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구입하겠다는 유저들이 많다
만약 MS가 게임 시장에서 소니 PS4에 밀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면 국내 게이머들은 Xbox One 출시 초반 MS의 삽질을 경험하지
않고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MS가 지금처럼 마이너스 판단을 Xbox One에서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과거 '블루레이
vs HD-DVD 전쟁' 때처럼 망할 것 같은 플랫폼은 그냥 포기하면 된다. (그러고 보면 MS는 Xbox 360 때도 HD-DVD 편에
서서 블루레이가 들어간 PS3와 싸운 전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