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영업에 정신없던 브래드현군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 너머로 '형,
러스티하츠라는 게임이 새로 나왔는데 그게 그래픽카드를 또 태운다네. 확인해봐' 라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바로 관계사에 확인해봤더니
NVIDIA와 AMD 모두 그래픽카드 버닝이 확인됐다고 한다. 벌써 C9, 스타크래프트2에 이어 세번째 그래픽카드 버닝
해프닝이다.
확인해보니 인터넷에 벌써 그래픽카드가 탄 사례들이 많지는 않지만 속속 올라왔고,
제조사에서 보내온 테스트결과에서도 GPU 온도가 90도에 육박할 만큼의 GPU 발열이 심각했다. 몇몇 게임미디어에서도 자체 테스트를 통해 보도한
모양이다.
14일이 되니 러스티하츠측에서 수직동기화 패치를 발표했다. 관계자를 통해서 들은
내용으로는 개발사에서 문제가 확인되자 마자 개발직원이 밤을 새서 수직동기화패치를 추가해 14일 오전에 패치를 발표했다고 한다. 필자가 알기로도
최단시간 패치인데다 양심적인 개발사임에 분명하다. 최소한 누구처럼 '잠수함패치'는 하지 않으니
그래픽카드 버닝문제, 게임 문제인가? 그래픽카드 문제인가?
그래픽카드 버닝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게임의 GPU 컨트롤이 능숙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러스티하츠의 경우 수직동기화를 통해 60FPS 고정해 해결하긴 했지만, 보드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GPU
테스트를 할때는 보통 이 수직동기화를 끄고 테스트하는게 일반적이며, 이러한환경에서는 200FPS 에 가까운 성능이 나타나고 발열도 올라가긴
하지만 GPU 가 다운까지 가는 경우는 없다. 무조건 부하만 준다고 그래픽카드가 다운되는것이 당연하다면 FURMARK 의 부하테스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당연히 필자입장에서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게임의 GPU 컨트롤이 미숙하다는데 있다고
판단한다. GPU 의 STATUS 와 상관없이 무조건 부하가 걸리도록 프로그래밍을 했기 때문에 부하가 걸려있는 상태에서 상관없이 순간 과부하로
설계전력을 넘어가게 되면 버닝이 발생하는 것이다.
모든 GPU 에는 현재 GPU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으며, 대부분
부하테스트 프로그램은 처리용량이 증가해 병목현상이 발생할 경우 센서값을 활용해 부하를 조절하는 설계를 필수적으로 갖춘다. 그러한 백루틴이
작동하지 않고 GPU 상태와 무관하게 부하를 계속 걸 경우에는 이러한 버닝문제가 당연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스스로 작동 중지가 불가능. 그래서 메인보드에 제공되는 프로텍션
기능
그러나 일부 사용자들이 자체차단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그래픽카드를 제조한 제조사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들어보면 분명 수긍 가능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는 결정적인
PC 설계 구조의 한계가 있다.
CPU의 경우에는 일정 과부하가 걸려 CPU가 손상될 상황이 예상되면 자동으로 PC의
전원이 차단되어 부품을 보호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과부하에서 전원을 차단하는 기능은 CPU가 제공하는 기능이 아니라 메인보드가 제공하는
기능이다. 현재 모든 메인보드에는 CPU 모니터링기능과 프로텍션 기능을 바이오스상에서 제공하고 하드웨어적으로 이 기능은 100% 작동한다.
이는 CPU가 스스로 자신을 작동정지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작동 정지시킬 수 있는 기능은 없기 때문이다. CPU 는 PC 구조상 Passive Item 이고 따라서 이를 통제하는 기능은
CPU가 아니라 BIOS가 내장된 메인보드에서나 가능하다. 메인보드는 파워서플라이를 통해 공급되는 전력을 받아 각 부품에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GPU 역시 CPU 와 마찬가지로 Passive Item 이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상황에서도 작동을 정지하는 기능은 갖출 수 없다. 그저 쿨러의 RPM을 올리거나 스스로 감속하는 기능을 갖출 뿐이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에서는 외부에서 작동 정지나 전기를 차단해주는 컨트롤러가 필요한데, 유감스럽게도 메인보드에는 GPU 온도모니터링 기능이나 이에 따른 시스템
차단기능이 아직 제공되지 않는다.
다시말하면, 현재의 시스템은 GPU 에 과부하가 발생하더라도 CPU 처럼 강제로 전원을
차단하는 등의 기능이 없다. 물론 한때 NVIDIA 가 파워서플라이와 메인보드에 Certified By NVIDIA Campaign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Certified By NVIDIA 파워서플라이와 메인보드, 그리고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함께 사용하면 이 기능이 작동한다.
NVIDIA에서 권장하는 설계센서를 메인보드와 파워서플라이가 내장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안전기능
그래도 각 GPU에는 스스로를 감속할 수 있는 여러가지 기능이 포함된다. 이 기능에는
과부하 발생시 강제로 Fan 을 최대 RPM 으로 상승시켜 일정 시간내에 온도를 낮추는 등의 외부컨트롤 기능도 있고 스스로를 감속할 수 있는
감속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제조사 (칩셋제조사)는 버닝을 방지하기 위해 권장되는 쿨러의 풍량이나 성능등을 제조사에 공시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능들이 모든 그래픽카드에 들어가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제조사에서는 단가의 문제나 모양의 문제를 들어 권장설계를 무시하고 제품을 제조한다. 이를 일부라도 무시하게 되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이번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 발생시에는 이러한 안전 불감증이 버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무조건 설계에 오류가 있는 게임탓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고는 변수가 100% 들어 맞아야 발생하죠
생각하기도 싫지만 세상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사고'들은 항상 모든 변수가 100%
들어맞을 때만 발생한다. 사고가 발생하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변수들중에 하나만 빗나가더라도 사고는 '발생할 뻔' 한 것에 그치고 만다.
이번 러스티하츠 뿐 아니라, C9,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발생한 바 있는
그래픽카드 버닝에서도 마찬가지로, 게임의 설계오류가 분명히 있고, 게임의 GPU 보호 프로텍션이 빠져있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메인보드의
GPU 보호기능은 당연히 없고, 감속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GPU 가 내리는 방열 명령으로 쿨러가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시스템의
잘못된 쿨링 솔루션 배치로 인해 쿨링성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쿨러 자체가 NVIDIA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변변찮은 제품이었다거나
하는 등의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해 작용한다.
그러나 PC 하드웨어는 완제품이 아니라면 이를 누구의 책임으로 하기가 상황이
애매모호하다. 변수는 도처에 널려있고 이러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희망적인것은 만약 애플의 매킨토시 시스템에서 이런문제가
발생했거나 대기업의 완제품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최소한 시스템 제조사에 책임을 100%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부품단위로
판매되고 사용자가 이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사용자 책임으로 결론나기 일쑤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게임의 문제로 치부하기도 어렵고 하드웨어의 문제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용자의 PC가 사용도중 버닝되는 등의 치명적 문제는 사용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금전적, 정신적
부담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며, 게임제조사나 하드웨어 제조사 모두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하는 제1원칙인 '안정성'이 깨졌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바른 제품 선택하는 계기가 되어야
게임은 실제 실행해보지 않고는 오류를 알 수 없다는 결정적 문제가 있기에, 소비자가
사전에 이를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것이 사실이지만, 하드웨어의 경우에는 사전에 몇가지 정보만 살펴도 함량미달의 제품인지 아닌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수록, 쿨링이 제대로 되는 제품인지, 쿨링성능이 뛰어난지
확인해보는 것도 그중 하나이며, 믿을 수 있는 회사의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하나다. 또, 정기적으로 쿨러에 쌓여있는 먼지를 청소해주는 것과
시스템 쿨링을 고려한 새시(Chassis, 케이스) 의 선택만으로도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사태가 하드웨어의
탓이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최소한 함량미달의 제품이 퇴출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다.
더불어,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인정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해
본다. 금번의 러스티하츠의 경우 제조사가 수직동기화 패치를 통해 오류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고, 나름 빠르게 대처를 했지만, 이전의 어떤
게임처럼 무조건 문제가 없음은 물론 하드웨어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며 발뺌하다가 나중에 일명 '잠수함패치'로 슬쩍 패치해버리는 비도덕한 인간말종
상도덕을 갖춘 그 게임 제조사들의 행태에는 치가 떨린다.
사용자는 누구에게 보상받으라는 말인가? 그것도 농협 사태처럼 '입증가능한'
상황이 되어야만 그래픽카드 구입비 보상해주려나?